정부 주도로 엄격한 방역 정책을 펼쳤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위드코로나로 선회하면서 그간 억눌렸던 여행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특색 있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일본은 여행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300배가량 증가할 정도죠.
대표적 선행지표인 여권 발급량 등 항공운송산업의 여러 지표가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팬데믹 전으로의 회복이 아닌 새로운 성장 요소를 갖췄기 때문인데요. 항공운송 산업의 변화한 구조와 전망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항공운송산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항공운송산업은 여객과 물류 분야에서 각각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높은 신속성과 정시성을 가졌지만 그만큼 큰 비용을 요하고 국가 인프라의 영향을 많이 받죠.
1) 여객운송
항공운송산업의 주목적이자 이윤을 얼마나 낼지의 큰 부분을 결정하는 핵심 분야입니다. 국내 항공운송 사업자 열두 기업 모두 여객 운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항공사(FSC)는 여타 교통수단 대비 가장 높은 운임을 지불하지만 높은 종사자 인건비와 연료비로 개별 마진이 낮아 변동성 높은 가격정책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식사와 편의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합니다.
2) 항공화물
화물 운송수단 중 가장 높은 신속성과 정시성으로 높은 이윤을 창출합니다. 한국 수출입 물량의 1%에 미치지 못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30%에 달하죠. 낮은 포장비용과 도난 및 손상 문제로 인해 코로나19 이후에도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충격에 민감한 반도체 등의 IT제품과 의약품과 같이 가벼우면서도 부가가치 높은 제품의 수출에 적합하죠.
3) 저비용항공사(LCC)
일반적인 항공사(FSC) 대비 저렴한 운임으로 운행하지만 높은 좌석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립니다. 본래 미국, 호주와 같이 땅이 넓어 육상교통이 불편한 나라에서 발달했는데요. 국제적으로 여객 수요가 늘어나고 공항 행정이 표준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항공기 기종을 단일화하여 유지비용을 낮추고 FSC와 겹치지 않는 국가와 도시에 많은 노선을 구축해 틈새 수요를 노리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2. 여객운송의 수익 구조
비행기 푯값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은 높은 변동성입니다. 동일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기간별로, 상품별로 가격이 다른데요. 이는 푯값이 여객 운송의 수익구조에 가장 영향력이 강한 변수기 때문입니다.
1) 높은 고정비
항공사는 공항과 협정에 따라 좌석점유율에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비행기를 띄워야 합니다.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연료비와 인건비 외에도 항공기 리스와 정비, 공항 이용료 등 고정 지출이 많아서 비용 절감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1분기엔 전년 동기 여객 수요가 96% 감소한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은 1조 5,000여 억 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지출했습니다.
2) 차등요금제
그러다 보니 항공사는 최대한 높은 좌석점유율을 유지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여행과 비즈니스 등 이용 목적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리는 여객은 차등요금제를 도입해 이윤을 극대화합니다. 좌석 구간을 시작으로 장기계획과 단기계획, 요일, 이착륙 시간대 등 여러 요소를 조합해 푯값을 다르게 산정하죠. 저가로 수요가 이전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제한조건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최저가운임에 취소 변경 수수료와 사전 구매 조건 등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3) 저비용항공사의 등장
이런 여객 운송 수익구조를 극단화해 운영하는 것이 LCC의 생존 방식입니다. 기술 발달로 같은 노선에서도 다양한 국적기와 경쟁해야 하는데요. 자연스레 가격 중심의 경쟁 구도가 나타났습니다. 기존 FSC의 운임상품에 포함된 서비스를 제거하고 이코노미석에 차등 가격을 실시하는 등 나름의 돌파구를 찾았죠. 또한 단거리에 노선을 집중하고 잦은 환승을 유도함으로써 장거리 수요가 좌석을 얻지 못하는 병목현상도 최소화합니다.
3. 항공화물의 특성
항공화물은 제한된 운송량과 높은 가격탄력성으로 운임 변화가 심한 분야입니다. 여객과 달리 한 방향으로 반복적인 운송이 이루어지며 경로를 우회하거나 시간을 변경하기도 자유롭습니다.
1) 빠르고 정확하게
통상적으로 해운과 비교해 열 배가량 높은 운임을 가지는 만큼 신속하고 안정적인 운반을 물품이 대상입니다. 농축산물, 반도체, 해외 부품, 혈액 등 긴급 구호물자 등이죠. 소량을 빠르게 운반하면서 재고관리에 매우 유용한 특징도 가집니다. 물류의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애플은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데요. 아이폰 출시 연말에는 운임이 5%가량 상승할 정도입니다.
2) 많은 양을 한번에
여객의 부차적인 규모였던 항공화물은 수송기 크기와 수요 확대에 따라 벌크 탑재(BL)에서 단위 탑재(ULD)로 변모했습니다. 규격을 맞춘 탑재 용기에 화물을 넣고 기계로 옮기면서 다량의 고가품 운송에 적합해지고 단가는 내려갔죠. 해운에 비해 단위가 적고 통관 절차가 간편해지면서 항공화물 대리점 또한 공식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이 항공사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수출입 제반 업무와 보험, 보관과 배송을 관리하면서 신속한 운반이 가능해졌습니다.
3) 코로나19는 오히려 기회
항공화물은 여객선 하부에 함께 탑재하는 콤비(Combi)와 수송만 이루어지는 화물기(All Cargo)의 비중이 비슷합니다. 원활한 물류 운반을 위해선 여객 운송이 필수적이었는데요. 코로나19를 맞아 경기부양책에 따른 수요 폭발과 여객 제한이 겹치면서 운임이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2019년 kg당 4달러 수준의 홍콩-북미 운임이 2022년 초에 1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죠. 대형항공기를 보유한 FSC는 화물운송을 탈출구로 삼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2022년 3분기 기준 화물 매출 1조 8,564억 원이었는데, 이는 여객 매출보다 4,000여 억 원 높은 수치였습니다.
4. 2023년은 도약의 해
2022년 하반기부터 국제선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기노선 수요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노선은 국내외 사정으로 살짝 회복세가 더디죠.
1) 코로나19와 국제선 증발
]2020년은 항공업계에 악몽 같은 해였습니다. 매 분기 1,000만 명을 기록했던 국제선 수요가 2020년 2분기에는 50만 명 내외로 축소됐죠. 국내선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오미크론 등에 영향을 받아 40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떨어졌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완만하게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선은 2022년이 끝나가도록 400만 명 선을 넘어가지 못했는데요.
2) 입국규제 완화와 회복
그래도 다양한 지표를 보면 2023년에는 악몽도 끝이 다가온 듯합니다. 작년 4분기 여권 발급량은 2019년 4분기보다 20% 가까이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의 높은 대기수요를 보여줬는데요. 2023년 예정된 전 세계 항공 여객 수송량은 이미 2019년의 80% 수준으로 돌아와 회복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국제선 수송량 또한 올해 1월 400만 명을 돌파했죠.
3) 관광의 일본
2022년 10월 일본이 무비자 입국 허용과 PCR 검사 의무화 중단을 발표하면서 가장 빠르게 노선이 회복됐습니다. 12월과 올해 1월에는 인천공항 일본노선 수송량이 2019년을 상회했을 정도죠. 12월 일본 해외입국자가 전년 동월 대비 11,000% 급증한 가운데 34%가 한국 사람일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4) 회복된 동남아, 더딘 중국
2022년 4분기 국제선 여객 실적 10곳 중 8곳을 아시아 국가가 차지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이미 2019년 대비 108.4% 회복률을 보였죠. 여가가 주목적인 동남아 노선이 전년 동기 대비 15배 이상 성장하면서 국제선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중입니다. 반면 12월에 PCR 검사와 격리 의무화를 해제한 중국은 현지 국제선 항공편 수가 코로나19 직전 대비 1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근 비자 발급 중단 문제와 관련해 마찰을 빚은 부분도 리스크인데요. 단기 비자 발급이 재개되며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단체 여행 출국이 허용되면 방한 수요 회복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5. LCC가 힘낼 시간
여객 운송이 수익의 90%를 상회하는 LCC에 여객 수요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이 끝나가면서 다시금 환율과 유가 등 대외 변수도 고려해봐야 하는데요.
1) 돈 쓰기 무서워
짧은 노선을 박리다매로 공급하는 LCC는 여가 목적 수요가 핵심입니다. 여행객은 가격에 민감하고 이착륙 시간에 비교적 둔감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간대에 비행기를 띄우는 LCC에 적합한데요. 특히 금리 상승 등으로 여전히 둔화한 소비심리는 항공운송의 가격탄력성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는 2019년 수준을 10% 하회하며 회복하지 못하지만, 여행비 지출 전망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죠. 가격 측면에서 우세를 점한 LCC가 FSC보다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2) 유가와 환율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치솟던 유가와 환율의 안정세는 고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LCC에 특히 호재입니다. 2022년 상반기 160달러까지 기록했던 항공유는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달러/원 환율 또한 1,200원대까지 떨어졌죠. 국내 항공운송기업은 항공기 리스 부채와 연료비를 모두 외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합니다. 대한항공 등 대형 FSC들은 대부분 외화 파생상품을 보유함으로써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죠.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LCC에 환율 하락은 큰 폭의 영업 외 비용 감소를 기대하게끔 합니다.
3) 벨리카고 확대
콤비(Combi) 비행기 하부에 옮겨 나르는 화물을 뜻하는 벨리카고가 확대되는 것도 LCC 실적에 긍정적입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항공 화물의 46%를 담당했던 벨리카고는 지난 2년간 여객 수요 급감으로 절반 넘게 떨어졌는데요. 2022년 하반기부터 국제선 여객이 회복되며 벨리카고 물량 또한 꾸준히 반등하고 있습니다. 화물 수송기를 별도로 보유하지 않고 오로지 벨리카고가 화물 실적에 반영되는 LCC에 또 하나의 수익 창구가 열린 셈이죠. 실제로 2022년 하반기 제주항공 인천공항 화물은 2019년을 살짝 상회했습니다.
6. 웃을 수만은 없어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FSC와 LCC 모두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는데요.
1) FSC "화물특수 끝"
여행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FSC가 바로 미소를 띨 수 없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2년 대한항공의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은 항공화물의 높은 운임 덕분이었죠.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항공화물 수요가 감소하면서 올해 1월 인천공항 화물 수송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24.7% 감소했습니다. 대체제인 해운 컨테이너선 운임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운임도 연달아 감소했죠. 항공화물이 작년 대형 FSC들의 실적을 절반 넘게 책임졌던 만큼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입니다.
2) LCC "부실한 재무구조"
코로나19 직후 여객 부문의 수요 충격은 전 세계 항공사의 적자를 불러왔고 86곳이 파산했습니다. 특히 2020년에는 53개의 항공사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였는데요. 뾰족한 수가 없던 국내 LCC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단 한 곳도 파산하지 않았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채와 증자로 대응하면서 재무구조가 한계에 다다랐죠. 팬데믹 기간 겹친 고환율·고유가가 이를 부추겼죠. 지난 2년간 대표 LCC인 제주항공, 에어부산 모두 부채상환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각기 4,000여 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3) 과도한 운임경쟁
파산을 면한 국내 항공사들이 그대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자칫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일어날 우려도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국적사 기재 수는 LCC 항공기에서만 24대 줄었으나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가 신규 취항하며 공급사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수요를 위한 신규 기재 도입을 진행 중이죠. 파산 위기에 내몰렸던 이스타항공까지 사모펀드에 인수돼 올해 하반기부터 국제선 운항에 나서는 등 항공사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7. 국내 주요 항공운송기업
1969년 민간항공사 대한항공이 설립되고 뒤이어 제2 민항인 아시아나가 탄생했지만, 국내외여행의 대중화는 2000년대 중반 LCC의 연속 출범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여행 형태 또한 드물게 한 번씩 길게 가는 모습에서 짧고 자주 가는 형태로 바뀌었죠.
1) 대한항공
국영항공사에서 시작한 한진그룹 계열의 민영항공사로 대한민국 플래그 캐리어(국책 항공사)입니다. 43개국 120개 도시에 노선을 운항하며 국내 유일하게 퍼스트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죠. 2022년 4분기 기준 3.6조 원의 매출과 5,2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여객 개선과 화물 악화 모두 예상된 범주였는데요. 2022년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합병 결정과 최근 국회의 항공사 마일리지 정책 질타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2) 제주항공
국내 최대 LCC 항공사로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설립했습니다. LCC 최초 상장회사이자 국내 3위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2022년 4분기 2,994억 원의 매출과 18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첫 흑자 전환입니다.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국제선을 운영하고 아시아지역 비율이 높기 때문에 여객 수요 증가는 직접적인 호조죠.
3) 에어부산
2007년 설립돼 국내 대표 LCC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부산 중심의 기존 노선에서 올해부터 인천 신규 노선 8개가 추가됐는데요. 일본 3개 도시와 동남아 2개, 중국 3개로 모두 여객 수요 증가 시점에 적절한 알짜노선이 될 듯 보입니다. 2022년 3분기 2,525억 원의 매출과 754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완전한 자본잠식이 진행됐다가 유상증자, 무상감자 등 자금 조달 수단을 총동원하며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에 올해가 중요한 분수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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