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길고 길었던 공개매수, 그 결과는
1) 승기 잡은 영풍-MBK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벌어진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 간 다툼의 승기가 MBK 연합 쪽으로 향합니다. 지난 14일 종료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서 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지분 5.34%(약 110만 주)를 확보했는데요. MBK 연합은 해당 주식을 1주당 83만 원에 매수합니다.
공개매수란 기업의 경영권을 얻거나 강화하기 위해 증권시장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것입니다. 주식을 매입하려는 자는 매입 기간, 수량, 가격 등을 공개하는데, 보통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주식을 사들이죠. 시가보다 비싸야 기존 주주들이 주식을 팔 유인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2) 고려아연 품기까지
고려아연이 현재 진행 중인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고, 약속대로 이를 소각한다면 MBK 연합은 45%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MBK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MBK 연합으로 넘어갈 공산이 큰데요. MBK 연합은 당장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할 계획입니다.
2.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1) 싸움의 서막
70년 이상 동업 관계를 이어 온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난 2022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영풍은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 확대를 요구했지만,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고려아연 최 회장이 이를 거절하자 갈등으로 번졌죠.
2) 경영권 쟁탈 전쟁이다
지난달 영풍은 MBK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고려아연 측도 자사주 공개매수로 맞불을 놨는데요. 지난 2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이 1주당 83만 원으로 발표되자, MBK 연합도 질세라 83만 원으로 올리는 등 갈등은 꽤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3) 투자자의 선택은
고려아연 측은 지난 11일, 공개매수가격을 1주당 89만 원으로 추가 인상했습니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를 좌절시키려는 시도였는데요.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는 마감일이 빠른 MBK 연합 공개매수에 응했습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법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되죠.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자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입니다. 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은 기업 소유가 아닌 주주 대상의 주식인데요. 기업은 자사 주가가 불안정한 경우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수를 줄여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합니다. 이때 기업의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4) 법원 판결이 중요해
이제 시장의 관심은 MBK 연합이 고려아연 측 상대로 낸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결과로 쏠립니다. MBK 연합은 고려아연 측의 지나치게 높은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며,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 역시 위법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법원이 MBK 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중단됩니다. 가처분 결과는 오는 21일께 발표될 듯 보입니다.
3.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1) 이미 결과는 정해졌다?
가처분이 기각되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친다고 하더라도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자사주(약 17.5%)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2조 원 이상을 빌렸고, 이에 따른 막대한 재무 부담도 감당해야 하죠.
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냐
수세에 몰린 고려아연엔 백기사를 통해 우호 지분을 늘리는 방안만 남아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지분 7%를 손에 쥔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유력한데요.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승패가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3) 찝찝한 결과
한편, 고려아연 측은 어제(17일) 금융감독원에 MBK 연합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MBK 연합이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MBK 연합은 허위주장이라며, 고려아연 측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멈추라고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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