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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획기적인 도약을 이룬 비만 치료제 산업 (feat. 주요 플레이어)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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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도약을 이룬 비만 치료제 산업 (feat. 주요 플레이어)
획기적인 도약을 이룬 비만 치료제 산업 (feat. 주요 플레이어)

 

작년 말부터 소셜미디어상에서 열풍을 일으킨 신약이 있습니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사의 오젬픽(Ozempic)입니다. 오젬픽은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입니다. GLP-1 유사체를 이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데요. 뚜렷한 체중감량 효과가 부수적으로 따라옵니다. 특별한 부작용 없이 살을 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소셜미디어에 ‘인증 챌린지’가 벌어졌는데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미국 모델 킴 카사디안 등도 합세해 열풍을 부추겼습니다.

 

틱톡에 #ozempic을 단 게시물은 13억 건이 넘었습니다.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이들이 효과를 보며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는데요. 투약이 간단하고 부작용도 적어 비만 치료의 새 시대가 열렸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새로운 비만 치료제의 작용 기전과 파급 효과, 주요 제약사를 알아보겠습니다.

 

1. 좀 다른 비만 치료제,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는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지방 흡수를 막거나 식욕을 낮춰 체중 조절을 도왔는데요. 자주 투약해야 하는 데다 적지 않은 부작용이 함께 해 의사가 쉽게 권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오젬픽은 주 1회만 투여해도 되고, 주로 가벼운 부작용만이 보고됐죠. 오젬픽 이후 노보노디스크사가 출시한 위고비(Wegovy)는 FDA에서 공식적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인정받았는데요. 안전하고 쉬운 비만 치료가 가능해지며 국내에서도 출시 전부터 주목받습니다.

 

1) 비만 치료제의 필요성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비만 인구를 9억 8,800만 명이라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1975년 이후 세 배로 뛴 비만 인구는 지금 추세대로면 2035년 30억 명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비만으로 가장 큰 문제를 겪는 국가는 미국인데요. 미국 성인의 42%가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는 중등도 비만인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연간 비만 관련 의료비만 1,727억 달러에 달했으며, 비만환자는 정상 체중을 가진 이들에 비해 의료비로 연간 1,861달러를 더 지출했죠.

 

2) 국내도 예외는 아냐

국내 비만 인구의 증가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2021년 성인 남성 비만율은 46.3%, 여성은 27%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실외활동이 현저히 줄며 비율이 급증했죠.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는 더욱 빠르게 늘어났는데요. 중고등 남학생은 2011년 대비 2.6배, 여학생은 2.2배 증가했습니다. 늘어난 비만율은 각종 성인병 발병 시기를 크게 앞당겼습니다. 소아청소년의 1차성 고혈압 발병 비율이 늘고 청년층의 고혈압과 고지혈증 유병률이 10%를 넘겼습니다. 비만은 국내에서도 개인의 문제를 넘어 무시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3) 지금까지의 비만치료제

기존 비만치료제는 식욕 억제제와 지방흡수 억제제로 나뉩니다. 식욕 억제제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증가시킵니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등의 물질을 활용하는데요. 오남용에 위험이 있어 항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며 대부분 4주 이내 짧은 투약 기간을 가집니다. 지방흡수 억제제는 지방분해효소인 라이페이스(리파아제)를 억제합니다. 섭취한 지방의 30%가량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데요. 다만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도 막고 불편한 배변감을 유발한다는 부작용 때문에 지방 섭취가 많은 날 일회성으로 쓰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4) GLP-1 유사체는 다르다

GLP-1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내리는 호르몬입니다. 오젬픽은 세마글루타이드라는 물질을 사용했는데요. GLP-1과 분자구조가 유사해 체내에서 동일한 작용을 합니다. 유사체를 주입하면 인슐린을 직접 투여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적어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됐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GLP-1이 소화 지연과 식욕 저하 효과도 불러온다는 점입니다. 오젬픽 이후 비만 치료제로 출시한 위고비는 이 효과를 좀 더 증폭시킨 유사체를 사용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GLP-1 유사체는 3개월 이상 투여했을 시 15% 이상 체중 감량을 보였는데요. 이는 지방흡입시술에 맞먹는 양으로 상당한 효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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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비만치료제가 불러온 변화

비만은 만성 질환의 근원이지만 생활 습관 변화 외에 뚜렷한 치료 방안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미관 등 외적인 요소도 연계돼 항상 극복 대상이었는데요. 적은 부작용과 간단한 투약 방법을 갖춘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커지는 추세죠. 의약품 매출 1순위를 다투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예견도 나오는데요. 올해 2분기 위고비의 판매량은 7억 3,5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상승한 수치입니다.

 

1) 비만 치료제 패권 경쟁

GLP-1 유사체 약품을 보유한 일라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올해 2분기 기준 5,103억 8,000만 달러와 4,177억 6,000만 달러입니다. 각각 올해 초 대비 47%, 37% 상승했는데요. 일라이 릴리는 미국의 존슨앤드존슨(J&J)를 넘어 세계 시가총액 1위 제약사에 올랐습니다. 대표 약품인 마운자로는 최근 임상 시험에서 최대 26.6%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죠. 현재까지 공개된 비만 치료제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입니다.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 경구용 당뇨 치료제 리벨서스의 매출은 2028년까지 3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포함한 위고비의 알약 버전도 최근 품목 허가를 받았습니다.

 

2) 물량이 부족해

FDA는 오젬픽과 위고비를 ‘현재 부족한 약품’으로 분류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오젬픽은 공식적으로 비만 치료제가 아님에도 비교적 낮은 가격과 보험 급여로 수요가 몰립니다. 이에 미국 보험사는 오젬픽에 대해 일시적으로 급여 적용 중단조치를 내리기도 했죠. 호주 연방의료제품청(TGA)는 내년 3월까지 오젬픽 판매를 중지하고 대체 치료법을 고지했습니다. 영국은 이미 한 차례 판매 중단 후작년 10월부터 처방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만 공급합니다. 업계는 내년 3월이 지나서야 물량 수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3) 정말 부작용이 없을까?

GLP-1 유사체 계열 약품은 적은 부작용으로 유명해졌지만, 마냥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위원회는 오젬픽투여 환자로부터 자살 또는 자해 충동 이상반응을 보고 받고 조사에 나섰습니다. 올해 11월경에 조사를 완료할 예정인데요. FDA 유해 사건 보고 시스템(FAERS)에도 2018년 이래 자살 충동 사례가 60건 이상 기록됐습니다. FDA도 품목 처방 시 해당 부작용을 환자에게 알리도록 권고하죠. 비만 환자가 주로 겪는 정신건강 문제를 고려할 때 약품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자체 조사에서는 인과성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EMA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4) 식품계에 불똥이

거대해진 비만 치료제 유행은 식품 업계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 치료제가 식료품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10월 첫 주 코카콜라는 4.83% 하락한 주당 52.38달러에, 펩시코는 5.22% 떨어진 160.10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델리즈 인터내셔널도 전날보다 5.26% 급락한 65.0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 CEO의 인터뷰가 발단이 됐는데요. 비만 치료제로 인해 "전체 장바구니 수요가 약간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라며 "(구매) 단위가 작고 (구매 식품당) 칼로리도 낮다"라는 내용이었죠. 모건스탠리 또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제과·스낵 기업이 실적 악화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2035년까지 해당 부문 소비가 최대 3%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획기적인 도약을 이룬 비만 치료제 산업 (feat. 주요 플레이어)
획기적인 도약을 이룬 비만 치료제 산업 (feat. 주요 플레이어)

 

3. 비만 치료제 주요 플레이어

1) 노보노디스크

노보노디스크는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입니다. 1923년 노디스크인슐린연구소에서 출발해 1989년 다른 당뇨병 치료제 기업 노보테라퓨틱스와 합병했습니다. 1978년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인체 인슐린을 최초로 생산할 만큼 당뇨병 연구에 잔뼈가 굵은 기업입니다. 현재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2018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한 오젬픽의 체중 감량 효과를 인지한 뒤 회사의 개발 역량을 비만 치료제로 전환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위고비를 출시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156억 달러의 매출과 71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죠. 덕분에 2023년 9월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습니다.

 

2) 일라이 릴리

일라이 릴리는 세계 최초로 인슐린 상용화에 성공한 제약사입니다. 1923년 첫 상용 인슐린 '일레틴'을 출시한 이래 인슐린 유사체를 주성분으로 하는 '휴마로그', 초속효성 인슐린 '룸제브' 등을 출시했습니다. 당뇨병 치료를 위한 주사제 시대를 연 GLP-1 유사체 '트루리시티'를 비롯해 당뇨병 치료의 전 단계를 아우르는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입니다. 비만치료제의 성장과 함께 포트폴리오 변화도 시도하는데요.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마운자로가 대표주자입니다. 마운자로는 혈당과 체중을 낮추는 효과가 확인돼 작년 5월 당뇨병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위고비의 뒤를 이어 현재 비만치료제로도 임상 진행 중입니다.

 

가장 친숙한 질병이자 지긋지긋한 비만을 약물로 극복하는 미래가 다가옵니다. 엄청난 규모의 시장 앞에서 국내 제약사도 파이프라인 개발을 서두르는데요. 과연,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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