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부터 전기차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삶에서 전기의 중요성은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전기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방법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그만큼 만들어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기술도 많은 관심을 받는데요. 오늘은 전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핵심 장치,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ESS 자세히 알아보기
1) ESS란?
ESS란 전기 에너지를 대량으로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사실 기능상으로 ESS는 배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일반적인 배터리보다는 훨씬 대량의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탑재된 장치를 ESS라고 부릅니다. ESS는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배터리를 관리하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전력을 직류와 교류로 바꿔주는 PCS(Power Conversion System), EMS(Energy Management System) 등이 모여 ESS를 구성합니다.
2) ESS가 활용되는 곳
ESS는 가정에서부터 큰 기업까지 다양한 곳에 사용됩니다. 각 주체가 ESS를 사용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ESS의 장점을 알 수 있죠.
먼저 한국전력 등 발전 및 송배전을 담당하는 기관은 전력용 ESS를 사용합니다. 전기 에너지를 옮길 때는 공급량과 수요량의 차이에 따라 주파수가 들쭉날쭉 바뀌는데, 주파수 변동이 심하면 전력의 퀄리티가 낮아집니다. 이때 전력용 ESS를 활용해 남는 전력은 ESS에 저장하거나, 전력이 공급량 이상으로 필요할 때는 ESS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내보내는 식으로 공급과 수요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면 주파수를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전기 요금 절감을 위한 상업용 ESS도 있습니다. 전기는 수요가 높은 시간이나 계절에 가격이 비싼데, 전기 요금이 비쌀 때를 대비해 ESS로 전기 요금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전기 요금이 낮을 때 ESS를 충전했다가, 비쌀 때 ESS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말이죠.
은행이나 데이터센터 등 24시간 내내 절대 전원이 꺼지면 안 되는 기관들이 사용하는 ESS는 무정전 전원 장치(UP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UPS는 혹시라도 정전이 났을 때, 보조 전원의 역할을 해 해당 기관의 피해를 막습니다.
주로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는 가정용 ESS는 각 가정집의 전기 요금 절약을 도와줍니다. 낮에 태양광 발전으로 ESS를 충전하고, 이렇게 충전된 전기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사용해 가정의 전력 구매를 최소화하는 거죠.
3) ESS의 단점은?
ESS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입니다. 전력을 대량으로 저장해둬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대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성능이 좋은 배터리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전기 요금을 절감하기 위해 ESS를 도입하려다 상상 이상의 초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또한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를 다시 사용할 때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충방전 과정과 전기 에너지의 송배전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나,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도입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는 ESS 도입을 위한 또 하나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2. 스마트그리드와 ESS
1)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전력망입니다. 기존의 전력망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업자와 전력을 사용하는 수요자 간 즉각적인 정보 교환 없이 공급자는 전력을 만들고, 수요자는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서 쓰는 형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전력이 생기는데요. 스마트그리드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정보통신망으로 연결해 전력 생산과 송배전을 효율적으로 진행합니다.
2) 스마트그리드가 필요한 이유
먼저, 스마트그리드는 여러 수요처의 정보를 통합해 전체적인 전력 사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덕분에 공급자는 잉여 전력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 불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잉여 전력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보호 효과는 덤이죠.
스마트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과도 잘 어울립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전력이 생산되는 시점도 불규칙적이고 일부 발전 장치가 도심지와 멀어 전력 수송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걸림돌인데요. 스마트그리드를 사용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만든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려면 스마트그리드 인프라가 필수입니다.
3) 스마트그리드와 ESS
스마트그리드에서 ESS는 심장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스마트그리드가 전력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잉여 전력을 대량으로 저장해 둘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ESS 덕분에 스마트그리드에서 전력 공급과 수요를 계산적으로 조절하면, 실제 전력 공급과 수요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3. 전기차 충전 시장과 ESS
1) 핵심은 전기사업법 개정
지난 2023년 전기사업법의 일부가 개정되면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ESS에 저장해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ESS를 운영하던 사업자들은 ESS에 저장해 둔 전력을 판매하려면 한국전력에만 판매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전력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2)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부상
전기사업법 개정 덕분에 전기차 충전 사업자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전력을 ESS에 저장해 둔 뒤 전기차에 직접 충전해 줄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태양광 발전으로 충전을 위한 전력을 생산하는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이 앞으로 더욱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입니다. 단순히 전기차 충전뿐만 아니라 전력 중개 사업이나 가상발전소 사업에도 참여해 부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죠. 업계에서는 지금까지는 ESS를 단순히 많이 보급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ESS를 사용해 다양한 수익화 방안이 열렸다고 평가합니다.
4. 이차전지 업계와 ESS
1) 아직은 중국 텃밭인 ESS용 배터리 시장
ESS에는 전력을 대용량으로 저장하기 위해 대규모의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덕분에 ESS 시장이 커질수록 배터리 수요도 늘어나는데요. 2035년까지 120조 원 규모로 성장하리라 예상되는 ESS 시장을 겨냥해 이차전지 업계는 ESS용 배터리 생산을 늘려갑니다.
현재 ESS용 배터리 시장은 중국 이차전지 업체가 장악한 상태입니다. ESS용 배터리로는 안정성도 높고 단가도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는데, LFP 배터리는 중국 이차전지 업계의 주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까지 ESS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약 86%를 차지했죠. 다만, 최근 리튬을 원재료로 한 리튬이온배터리의 가격이 낮아지고, 우리나라 이차전지 기업도 LFP 배터리 생산에 나서면서 K-배터리도 ESS용 배터리 사업에 진출을 시작한 상황입니다.
2) K-배터리의 ESS용 배터리 도전
최근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 일시적인 수요 정체기)으로 이차전지 업계는 전기차 외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섭니다. ESS용 배터리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가져다줄 수 있어 이미 많은 배터리 기업이 점찍었죠. 또한 ESS는 전기차의 충전 속도가 저하된 폐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배터리 3사도 ESS용 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합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의 고객사와 ESS용 배터리 공급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며 ESS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는데요. 이미 미국과 중국의 생산 라인 일부를 ESS용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교체했고, 유럽의 공장도 교체를 검토합니다.
삼성SDI는 이미 생산하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ESS용 배터리 외에 LFP 배터리 생산을 준비합니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전 세계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고, 특히 ESS용 배터리는 컨테이너 단위로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SK온 역시 올해 초 ESS용 배터리를 공개하는 등 ESS 시장 진출을 준비합니다. 특히 같은 계열사인 SK E&S가 미국의 ESS 운영 기업 KCE를 인수했기 때문에 이후 시너지가 날 가능성이 높죠. SK온은 K-배터리 3사 중에서는 다소 늦지만, 장기적으로 확실하게 ESS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 강조합니다.
3) 미중 무역 갈등 수혜 볼까?
트럼프 행정부가 연이어 대중국 수출 규제와 관세 정책 등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현재 ESS용 배터리는 당장 무역 규제 대상이 아니며, 그래서 중국 이차전지 업계 점유율이 높은데요. 2026년 미국은 ESS용 배터리의 관세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북미는 ESS용 배터리의 수요가 높아, K-배터리 업계가 예상보다 더 큰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최근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을 살펴보면 ESS용 배터리의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성장했는데, 자동차 사업부 매출은 같은 기간 2% 늘었습니다. 대신 테슬라의 3분기 ESS용 배터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3배 증가했죠. 전기차 시장의 반등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지금, 이차전지 업계의 승부는 ESS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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