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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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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지난 8월 1일 실적을 발표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하루 만에 주가가 26%나 하락했는데요. 인텔은 이날 1만 5,0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사실 인텔이라는 기업이 하락세라는 것은 새로운 얘기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인텔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인텔 CEO가 된다면, 무슨 결정을 내렸어야 했을까’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1. 인텔의 몰락

인텔은 우리가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데스크탑, 랩탑)와 데이터센터의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인 CPU를 만드는 기업. CPU는 컴퓨터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알고 계시죠? 인텔은 1968년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졌고, 원래 주력은 메모리 반도체(D램)이었지만 일본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으로 주력 제품을 옮겼습니다. 1980년대 PC의 시대가 열리면서 인텔은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왕좌에 올랐습니다. 한때 미국기업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으니 지금의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인텔이라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인텔은 새롭게 등장한 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 1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데요. 바로 스마트폰용 반도체인 AP시장과 데이터센터에서 쓰이는 AI가속기(AI반도체) 시장. 아이폰에서는 애플이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기 때문에 인텔의 자리가 사라졌고,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같은 회사들이 AP 시장을 나눠가졌기 때문에 인텔이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AI가속기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인텔의 고객이 되어야 할 빅테크기업들(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이 직접 AI가속기를 만들고 있어서 역시 인텔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실패인데요. 진짜 위기는 본진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고있다는 것. PC와 서버시장에서 오랜 경쟁사인 AMD가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고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빅테크기업+엔비디아가 자체 서버용 CPU 설계에 나서면서 이 시장도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2. Arm이라는 다윗의 등장

인텔이 1980~1990년대에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것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공정)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영역에서 강력한 ‘대안’의 등장으로 인해 인텔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설계 측면에서는 Arm이 등장했는데요. 인텔은 PC용 CPU라는 것을 사실상 만들어낸 기업이기때문에 절대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금의 엔비디아가 GPU에서 가지고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인텔과 다른 아키텍처를 만드는 Arm이 1990년대 등장하면서 이 경쟁력은 무력화됐습니다. 무엇보다 Arm 아키텍처는 성능은 떨어지지만 전력소모가 적기 때문에, 요즘처럼 전력 소모가 중요한 시대에는 인텔 아키텍처보다 우위를 점하게 됐습니다. 애플을 비롯한 모든 스마트폰 AP,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서버 CPU. 두 가지 모두 Arm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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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SMC와 애플 연합군

반도체 제조 경쟁력은 ‘웨이퍼 위에 얼마나 미세하게 회로를 그려 넣느냐’로 표현할 수 있었는데요. 인텔이 가진 막강한 제조경쟁력 때문에 인텔이 만든 CPU는 AMD CPU보다 뛰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반도체 위탁제조만 하는 TSMC와 2014년 손을 잡으면서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애플과 TSMC의 뛰어난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수억대에 달하는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하자 TSMC의 제조 경쟁력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TSMC는 애플에 납품하면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다시 공정에 투입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TSMC가 인텔의 제조경쟁력을 추월한 것.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TSMC에서 CPU를 만들었고, 애플 맥북의 CPU도 TSMC가 만들었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인텔 CPU는 AMD는 물론 애플 CPU에게도 밀리게 된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새로운 산업을 놓치고 + 기존 사업에서 경쟁력 상실이 지금 위기의 인텔을 만들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 첨단 장비로 반전을 꿈꾸다

인텔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을까요? 설계와 제조 두 측면에서 모두 인텔은 위기를 맞았는데요. 두 가지 중 더 중요한 것은 제조 측면입니다. 인텔이 Arm 아키텍처를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조측면에서 경쟁력을 회복해 CPU 시장이 안정화되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텔은 Hi-NA EUV라는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를 네덜란드 ASML로부터 가장 먼저 들여왔습니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0년대부터 EUV라고 하는 첨단 제조장비를 들여왔는데요. 인텔은 이것을 도입하는 것이 늦었습니다. 그래서 EUV가 아니라 이보다 한세대 앞선 Hi-NA EUV를 TSMC와 삼성전자보다 일찍 도입한 것입니다.

 

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4. 파운드리 기업으로 변신

두번째로 인텔은 TSMC처럼 자신들도 파운드리 기업이 되기로 했습니다. 자신들의 CPU 외에도 외부기업들의 반도체도 생산해 주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올해부터는 인텔 프로덕트와 인텔 파운드리를 별도의 회계로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하나의 회사이지만, 나눠져 있는 두 개 회사처럼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텔 파운드리의 고객으로 확정됐는데요. 장기적으로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구글 같이 TSMC의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팻 겔싱어 CEO가 취임하면서 세운 인텔의 이런 전략은 옳은 길로 보입니다. 먼저 제조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1순위. 그리고 이미 시장의 흐름이 직접 제조가 아니라 파운드리로 옮겨온 이상, 인텔도 파운드리 기업으로 변신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변신을 하면서 동시에 현금창출력이 점점 떨어지는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삐끗하면 유동성의 부족으로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5. 과거로 돌아가 내가 인텔 CEO가 된다면?

만약 우리가 지금의 역사를 알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인텔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까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거나 웹소설에서 회귀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을 놓친 것. 2005년 폴 오텔리니 당시 인텔 CEO와 스티브 잡스 CEO의 만남이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당시 잡스 CEO는 인텔에 아이폰을 위한 반도체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고, 오텔리니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인텔이 스마트폰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놓친 큰 전략적 실패로 꼽히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후 애플의 모습을 보면, 애플은 인텔에게서 거절당하자 삼성의 AP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곧 이를 자체 설계 반도체로 바꿨고, 나중에는 이를 TSMC를 통해서 위탁생산하게 됩니다. 즉, 2005년 애플이 인텔과 손을 잡고 아이폰용 AP를 만든다고 해도 결국 애플은 인텔에게서 독립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아니면 형편없는 AP를 만들어서 아이폰이 망했을까요?

 

인텔이 애플용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용 AP를 만들어서 퀄컴, 미디어텍 등과 경쟁했다면 어을 까요? 실제로 인텔은 아톰 프로세서 설계를 가져온 AP를 만들어서 스마트폰에 탑재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텔 아키텍처의 근본적인 발열때문일까요? 결국 스마트폰에서는 Arm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인텔이 Arm 아키텍처로 AP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인텔은 2002년 Arm 라이선스를 통해 모바일용 반도체를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성과가 안났다고 생각했는지 2006년에 이를 매각해 버립니다.

 

6. 인텔은 미래를 알고 있었다

AI반도체는 어땠을까요? 일찌감치 AI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었을까요? 2012년 알렉스넷이 이미지넷 대회에서 우승하고 구글, 메타, 테슬라 같은 회사들이 딥러닝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때부터 회사를 AI반도체 기업으로 변신시켰죠. 인텔은?

 

인텔도 당연히 딥러닝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2016년에 인수한 너바나와 모비디우스가 대표적. 2019년에는 지금의 가우디 AI가속기의 핵심기술을 만든 ‘하바나랩스’를 인수하죠. 선제적이고 빠른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AI 가속기가 인텔 내부에 너무 많았다는 겁니다. 인텔은 처음에는 너바나를 밀어주다가, 그다음은 가우디를 밀어주면서 너바나가 찬밥이 됐습니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만든 폰테베키오라는 프로젝트명의 데이터센터용 AI가속기도 개발했는데요. 한 회사에 3개의 AI가속기가 존재했던 셈입니다. 결국 지금은 가우디로 대동단결됐습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도 일찍 뛰어들었습니다. 2012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라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외부 기업들을 위해서 인텔 제조시설을 개방하는 거죠. 그런데 2018년 문을 닫습니다. 크게 상업적인 이득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8년은 인텔의 주가도 좋았기 때문에 파운드리에 의존할 이유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이를 번복하고,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인텔 CEO가 내렸어야 할 결정 (feat. 인텔의 몰락)

 

7. 인텔은 왜 AMD처럼 못했을까

인텔이 애초에 AMD의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까요? 과거에는 직접 제조를 했던 인텔의 경쟁사 AMD는 2009년 파운드리 부문을 분사시켜서 글로벌파운드리라는 회사로 만듭니다. 초기에는 AMD의 대표 제품을 글로벌파운드리에서 만들지만 나중에는 TSMC에 맡기죠. 완전히 남남의 길을 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인텔의 CPU 부문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AMD와 차별화가 불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또, 파운드리 부문은 글로벌파운드리처럼 경쟁력을 잃고 TSMC를 따라잡을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었겠죠. AMD처럼 되는 것도 1등인 인텔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8. 과거로 돌아가도 미래는 바꿀 수 없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인텔로 돌아가보니 미래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인텔은 사실 앞으로 시장이 어디로 흘러 갈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여러 가지 행동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직접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해보기도 하고, AI반도체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자체적으로 AI가속기도 개발하고, 파운드리에 진출해보기도 하고.. 모빌아이 같은 자율주행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죠.

 

인텔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잘하지 못했죠. 그리고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타이밍이 빨랐거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못했죠. 회사의 현금은 이런 다양한 시도에 조금씩 조금씩 소진됐습니다. 이런 모습이 혹시 여러분께서 지금 다니는 회사 얘기 같다고요? 그럴 리가요.

 

인텔의 몰락에 대해서 ‘주가’와 ‘돈’만 밝히고 기술을 등한시한 경영진의 실패라는 설명이 나오는데요. 일견 정확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략의 부재도 엿보입니다. 인텔이 퀄컴을 인수했다면 어땠을까요? 인텔이 AI가속기 제품 하나에만 집중했다면 어땠을까요? 다양한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요?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일입니다.

 

인텔의 사례를 돌아보면요. 과거로 돌아갔을 때 인텔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답인지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 실행력이 형편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곳에 힘을 분산시켰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하는데도 실패했습니다. 그랬던 이유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했고, 이것을 버리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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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변화를 주저하거나 여기에 힘을 쏟지 못하는 것은, 현재 가진 것을 버린다고 성공이 찾아온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공이 찾아올 것 같아도 그 타이밍이 바로 지금인지, 아니면 몇 년 후인지도 알 수 없죠. 이것은 모든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혁신의 딜레마'입니다.

 

그런데 역시 인텔의 사례를 돌아보면 이런 교훈을 얻게 됩니다. 지금 행동에 옮기지 않았을 경우, 새로운 사업이 나의 현재 주력 사업을 파괴할 수 있다면, 빠르고 담대하게 새로운 사업으로 변신을 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텔이 D램을 포기하고 CPU로 주력사업을 바꿨을 때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실패는 실행의 문제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력을 다해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로브의 말입니다.

 

“Remember too that your time is your one finite resource, and when you say “yes” to one thing you are inevitably saying “no” to another.”

 

"당신의 시간은 유일한 한정된 자원임을 명심하세요. 어떤 일에 '예'라고 말할 때, 다른 일에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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