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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중국과 호주의 무역 전쟁의 끝 (feat. 판다 한쌍과 랍스터 수입 금지 해제)

by MINK1016 202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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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호주의 무역 전쟁의 끝 (feat. 판다 한쌍과 랍스터 수입 금지 해제)
중국과 호주의 무역 전쟁의 끝 (feat. 판다 한쌍과 랍스터 수입 금지 해제)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중국과 호주의 무역 전쟁이 끝을 보이고 있어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가 중국 최고위급 관리로는 7년 만에 호주를 방문했어요. 리창 총리는 이날 호주 동물원에 판다 한 쌍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호주산 랍스터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도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어요.

 

그동안 치열하게 싸워 온 두 나라가 갑자기 왜 화해 모드로 들어간 걸까요?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자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호주의 막대한 자원을 대체할 방법을 찾을 수 없던 중국이 결국 꼬리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거든요. 7년 동안 이어 온 싸움에서 마침내 백기를 들고 말 정도로, ‘자원 이기는 나라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셈이에요.

 

1. 중국-호주 왜 싸웠던 거야?

호주와 중국이 원래부터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에요. 호주는 철광석, 석탄, 해양자원 등의 각종 자원이 풍부한 나라인데, 중국에서 호주의 자원을 특히 많이 소비했거든요. 호주 입장에서 중국은 'VIP 고객'이었던 셈이에요.

 

그런데 2018년 호주에서 자유당 정권이 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호주 자유당은 상대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고, 노동당은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거든요. 당시 호주 정부는 호주의 5세대(5G) 통신 사업에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 제품은 배제하는 등 중국에 배타적인 정책을 펼쳤어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거였죠.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양국 간의 관계는 한층 더 나빠졌어요. 호주가 중국에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는데, 중국이 '감히 나한테 이런 대우를 해?'라면서 발끈한 거예요. 중국은 곧 호주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어요. 호주산 보리에는 80%에 육박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호주산 석탄, 소고기, 와인 등 13개 품목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물렸어요. 2020년 한 해 동안 관세 때문에 호주가 입은 손실이 200억 호주 달러(약 18조 원)에 달한다고 해요.

 

2020년 11월에는 중국으로 수출 중이던 랍스터가 공항에서 통관이 막혀 폐사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어요. 당시 중국은 호주산 랍스터의 90%를 소비할 만큼 큰 수입국이었어요. 그런데 중국 정부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트집을 잡는 바람에 집단 폐사 신세에 처한 랍스터를 보면서 호주 내부에서도 반중 정서가 들끓기 시작했어요.

 

물론 호주 정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어요. 중국 기업의 호주 투자를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죠.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해 에너지, 정보통신, 기술 등 국가안보에 민감한 사업의 경우 투자 금액과 관계없이 호주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관리·감독할 수 있게 한 거예요. 이후로 양국은 서로 언론인과 학자를 추방하거나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등 지난한 감정싸움을 이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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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런데 왜 화해한 거야?

두 나라 간 싸움이 끝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 5월 호주 총선에서 9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부터였어요. 이전까지 집권했던 자유당을 누르고 중국에 비교적 친화적인 성향인 노동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이 호주에 화해 분위기를 조성할 틈새가 생겨난 거죠.

 

사실 정권 교체도 중요하지만, 진짜 이유는 ‘철광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에요. 중국 입장에서는 호주산 철광석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중국 철광석 수입량의 60%가 호주산일 정도로,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요. 그런데 지난 2020년 중국이 호주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호주 정부는 철광석의 가격을 두 배 넘게 인상하는 조치를 취해요. 그 덕에 한 해 철광석 수출로만 1,360억 달러(약 118조 원)를 벌어들였기 때문에, 중국의 수입품 규제로 생긴 손해를 모두 커버하고도 남았죠.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을 대체할 품목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그중에 하나가 아프리카 철광석 탄광에 투자하는 거였어요. 특히 서아프리카 기니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광산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기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말았어요. 이른 시일 안에 철광석을 공급받기 어렵게 된 중국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호주산 철광석을 수입할 수밖에 없었죠.

 

3. 전기와 랍스터(?)의 위력

중국은 호주에 전방위적인 무역 제재를 가했지만, 별다른 타격을 주지는 못했어요. 철광석 외에도 중국이 수입을 규제한 호주산 랍스터, 석탄 등도 결국은 중국으로 유통되고 말았거든요.

 

호주산 랍스터는 대부분이 홍콩을 거쳐서 재가공된 뒤에 중국으로 넘어왔어요. 홍콩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규제 이후 홍콩의 호주산 랍스터 수입량은 50배나 늘어났어요. 중국 내에서 호주산 랍스터의 인기가 워낙에 좋았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유통 과정이 늘어나면서 랍스터 가격만 치솟았죠.

 

2020년부터 사실상 수입을 금지했던 호주산 석탄도 지난해 1월부터 수입이 재개됐어요. 중국은 아직도 전력 생산의 60%를 석탄을 활용하는 화력발전소로 하고 있어요. 석탄 수입량이 줄면 전력이 부족해질 수 있죠. 중국은 호주산 석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신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수입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인도네시아 석탄의 열량이 호주산 석탄에 비해 크게 떨어져서 문제였어요. 호주산 석탄을 쓰지 않고서는 화력발전소의 발전 효율이 너무 낮았거든요. 안 그래도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등으로 전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발전 효율까지 저하되자, 중국은 결국 먼저 자존심을 굽히고 호주산 석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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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길고 길었던 두 나라의 무역분쟁은 이제 끝을 보이고 있어요. 중국이 호주산 수입품에 대한 금지 조치를 하나씩 해제하고 있거든요. 석탄은 작년 초에, 와인은 올 3월, 소고기는 5월에 풀려서 이제 랍스터 정도만 풀리면 무역은 완전히 정상화된다고 봐도 되는 셈이에요.

 

문제는 두 나라의 경제적인 갈등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외교적인 갈등은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호주는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안보 동맹 관계예요. 2021년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 참여했고, 미국 주도의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의 일원이기도 하죠.

 

미국은 호주에게 중국을 압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요. 미국과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을 몰아세우고 있는데, 호주만 중국과 경제적인 우호 관계로 지내겠다고 하면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는 거죠.

 

지독히 싸우다가도 자원 앞에서 다시 손을 잡고 만 두 나라. 이번 사례를 보면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에너지 자원을 둘러싸고 국제관계의 역학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요. 호주와 중국 모두 땅도 넓고 자원도 많은 나라인데, 일부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수년간 복잡한 싸움을 이어 온 거니까요. 자원을 대부분 수입해 오는 우리나라에게도 분명 시사하는 점이 있어 보이는데요, 과연 미래의 우리는 어떤 경쟁을 펼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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