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을 통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2차 전지라고 하는데, 노트북, 핸드폰 등 IT 기기 시장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다만 소형 IT 기기에서 2차 전지의 역할은 주변 기기에 가까웠습니다. 일례로 스마트폰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 정도입니다. 그러나 ESS, 전기 차 시장이 도래하며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ESS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각종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용도입니다. ESS가 2차 전지의 존재감을 부각해 주었다면, 전기 차는 2차 전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내연 기관 차량에서 전기 차로 바뀌면서 원가의 40% 내외를 차지하는 2차 전지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2019년부터 증시에 2차 전지 열풍이 불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시가 총액 상위에 관련 주식들의 이름이 자리하게 된 배경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2차 전지는 친환경이란 테두리 안에서 에너지 산업과 관련이 있으며, 전방 산업인 자동차 산업과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2차 전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자동차 산업까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2차 전지 산업을 2차 전지 완성품을 만드는 2차 전지 세트, 2차 전지 핵심 소재나 부품을 만드는 2차 전지 소재, 부품, 2차 전지 제조 공정용 장비를 납품하는 2차 전지 장비로 구분했습니다. 그밖에 2차 전지 재활용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과 2차 전지 설비 구축 및 시운전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기업도 존재합니다.
1. 2차 전지의 종류
2차 전지의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입니다. 양극재는 양극을 이루는 소재, 음극재는 음극을 이루는 소재입니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로, 리튬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습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차단해 열 발생 가능성을 낮춥니다. 한편 음극으로 이동한 리튬 이온이 머무는 곳을 음극기재라고 하는데, 동박(전지박) 소재가 사용됩니다. 최근 음극기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동박 역시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차 전지 소재 중에서 원가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양극재입니다. 나머지 소재 원가 비중은 비슷합니다. 2차 전지 소재 기업뿐만 아니라 2차 전지 생산 기업 역시 양극재 자체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이유입니다. 양극재는 니켈, 철, 코발트, 망간, 구리,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가 쓰입니다. 소재의 종류, 구성비에 따라 니켈 비중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 NCM(니켈, 코발트, 망간), NCA(니캘, 코발트, 알루미늄)과 니켈 대신 철을 사용하는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삼원계 배터리는 LFP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 안전성이 낮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전기 차에는 성능이 좋은 삼원계 배터리가 쓰이며, 중저가 모델에는 LFP 배터리가 사용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기업은 삼원계 배터리, 중국 배터리 제조 기업은 LFP 배터리가 주력입니다.
2. 2차 전지 산업의 투자 포인트
1) 2차 전지 모듈, 소재 기업(기술 트렌드, 고객사 동시에 선점)
2차 전지는 성장 산업인 만큼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합니다. 삼원계와 LFP의 경쟁, 4680 배터리 개발로 원통형 배터리의 부활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을 장담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업계에서는 2차 전지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양극재의 니켈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니켈 비중을 최대한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가 대표적입니다.
음극재는 기존 흑연에 실리콘 비중을 점차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과 방전 속도도 빠릅니다. 다만 부피 팽창 문제가 있어 안전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2차 전지 제조사들은 부피 팽창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CNT 도전재를 첨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전해액은 F 전해질, P 전해질에서 D 전해질, B 전해질이 추가되며, 수명, 충방전 효율, 저온에서 성능 개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해당 소재를 만드는 기업을 주목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리튬 이온 전지 이후에는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 전고체 배터리가 사용될 전망입니다. 리튬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 이온 전지의 5배에 달하는 데 반해 무게는 가볍고, 무엇보다 기존 리튬 이온 전지 제조 공정을 대부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제조 단가가 저렴합니다. 단, 사용할수록 안전성, 수명이 저하되며, 황 성분에 의한 부식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한편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용량, 안전성, 저온 성능, 부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제조 단가가 높고 수명이 낮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리튬황과 전고체에서는 기존에 사용되는 소재에도 다소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투자자는 수혜를 보는 기업과 피해를 보는 기업을 잘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어떤 고객사를 두고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합니다. 고객사에 따라 2차 전지 모듈 및 소재 기업들의 명운이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테슬라가 차세대 리튬 이온 전지로 4680 배터리를 낙점하면서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CATL은 2021년부터 배터리 생산량을 기준으로 부동의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내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사용량 기준 CATL의 글로벌 전기 차 배터리 점유율은 32.6% 이지만, 중국 시장 제외 시 12.9%로 낮아진다. 주력 시장 여부에 따라 점유율이 천차만별입니다.
한편 미-중 첨단 기술 패권 전쟁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완성차 기업과 합작사 설립에 나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오하이오와 테네시에, 스텔란티스와 캐나다 온타리오에 합작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거나 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SK온은 포드와 테네시, 켄터키에 공장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또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에 자체 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터리 3사의 증설 계획에 따라 2차 전지 장비 기업 역시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아무튼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완성차 기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관건은 유럽입니다.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폭스바겐을 제외하고, BMW, 벤츠 등을 놓고 국내 배터리 3사와 중국 기업들의 납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2차 전지 다음 무조건 성장할 산업, 폐배터리
전기 차는 주행 거리가 15만~20만 km 정도 되면 배터리의 용량이 줄어들며, 성능도 저하됩니다. 따라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며 이는 자연스레 폐배터리 처리 문제로 이어집니다. 2차 전지에 이어 폐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폐배터리는 재사용과 재활용 시장으로 구분됩니다. 재사용은 수명이 다한 전기 차 배터리를 분해해 검사 및 분석하고 ESS용으로 다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전기 차마다 배터리 규격이 상이해 기계로 할 수 없으며 사람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노동 집약적 산업입니다.
반면 재활용은 노후된 배터리를 파쇄하거나 용융시켜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의 핵심 소재를 추출해 내는 것 입니다. 기술력에 따라 추출할 수 있는 소재의 양과 범위가 달라지므로 기술력이 주요하며,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대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부가 가치가 높은 분야는 단연 재사용보다 재활용입니다. 기존 2차 전지 모듈, 소재 기업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 기업, 광물 제련 기업들도 폐배터리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을 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핵심 광물 확보
2022년 8월 미국은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했습니다. 크게 보건, 청정에너지, 조세 세 가지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청정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 내 전기 차 보조금 지급이 핵심입니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는데, 먼저 완성차의 경우 북미에서 최종 조립이 되어야 합니다. 2차 전지는 배터리 부품,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배터리 부품의 경우 미국 내에서 일정 부분 제조, 조립되어야 하는데, 해당 비율은 2023년 50%에서 순차적으로 높아져 2028년 이후에는 100%를 달성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입니다. 배터리 광물의 경우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추출, 처리된 광물이거나 북미에서 재활용된 것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 비율 역시 2023년 40%에서 2026년 이후에는 80% 수준까지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전기 차 보조금 지급에 부합한 조건을 갖춘 2차 전지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 POSCO홀딩스입니다. POSCO홀딩스는 일찍이 광물 확보의 중요성을 파악해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 아르헨티나 리튬 호수에 추가로 1조 5,000억 원을 투자했으며, 2026년부터 연 2만 5,000톤 규모의 수산화 리튬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POSCO홀딩스는 배터리용 니켈 사업을 담당하는 신설 법인 설립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2차 전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에코프로 그룹도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에 나섰습니다. 2021년 6월에는 계열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미국 네바다주 에스메랄 카운티에 있는 미국 최대 리튬 프로젝트인 리오라이트 리지를 운영하는 호주 원자재 기업 이오니어와 탄산 리튬 3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매년 탄산 리튬을 최대 7,000톤 조달할 계획이다. 그리고 2022년 9월 에코프로는 독일 AMG 리튬사와 배터리용 수산화 리튬 수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계약에 따라 2023년 말 적격성 평가를 거친 후 2024년부터 연간 약 5,000톤의 수산화 리튬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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