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거시경제

트럼프를 굴복시킨 국채시장, 흔들리는 안전자산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5. 4. 27.
반응형

트럼프를 굴복시킨 국채시장, 흔들리는 안전자산
트럼프를 굴복시킨 국채시장, 흔들리는 안전자산

 

얼마 전 미국 국채시장에 전례 없는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에 대한 대규모 매도가 이뤄지며 국채 금리가 급등한 건데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관세 정책을 유예하기에 이르렀죠. 이례적인 시장 반응은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신뢰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였습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왜 국채시장의 혼란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는지, 누가 미국 국채를 팔았는지, 그리고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지도 모르는 미국 달러와 국채의 현주소에 대해 짚어봅니다.

 

1. 국채시장의 패닉, 트럼프의 90일 후퇴

1) 관세 선언 직후 벌어진 금리의 역습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후, 미국 국채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하루 만에 3.88%에서 4.51%까지 뛰었고, 30년물은 0.5%P나 급등하며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대규모 국채 매도로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새로운 국채는 더 높은 이자를 주기 때문에, 예전 낮은 이자를 주는 국채는 인기가 떨어져 가격이 내려갑니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예전 국채의 이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간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보통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투자자들이 주식 같은 위험자산을 팔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미국 국채까지 투매당하면서, 시장이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자체를 위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안전자산이 되려 회피 대상이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금리 급등에 즉각 반응했습니다. 상호관세 발효 하루 만에 그는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자들이 국채시장의 반응 때문이냐고 묻자, 그는 "국채시장은 매우 민감하고 까다롭다"라며 시장의 압박을 체감했다고 답변했는데요. 이는 트럼프가 드물게 굴복한 순간이라고 평가받는 사건이죠.

 

2) 부동산 재벌 출신 대통령, 금리에 민감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금리에 민감한 인물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아버지로부터 부동산 사업을 물려받아 뉴욕 맨해튼을 중심으로 고층 빌딩 개발에 나섰으며, 대부분의 자금은 금융기관에서 빌려 조달했습니다. 당시부터 금리 변화는 그의 사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였고, 이는 그의 경제관에도 깊이 각인돼 있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주식시장보다는 채권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국채 금리에 대해 "매우 아름다운 하락"이라며 관심을 표현한 적도 있고,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수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죠. 이는 사업가로서의 감각이 여전히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2024 회계연도 기준 미국 정부는 국채 이자로만 1조 1,330억 달러(약 1,645조 원)를 지불했습니다. 이는 고령자 의료보험, 국방비를 웃도는 수준으로, 이자 부담이 미국 재정에 얼마나 큰 압박인지 보여줍니다. 국채 금리가 급등할수록 이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금리 안정은 트럼프 정부의 가장 절박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3) 연준도 경고, "필요하면 개입하겠다"

트럼프가 관세 유예를 발표한 다음날, 연준 고위 인사들도 논평을 내놨습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필요하면 언제든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시장 기능이 정상 작동 중이지만, 만약 유동성 문제나 시장 붕괴 조짐이 포착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입니다. 이런 개입은 기준금리 인하 같은 통화정책이 아닌,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푸는 대출 프로그램이나 국채 매입을 통한 직접 개입을 뜻합니다. 2019년, 금융기관 간 단기자금 거래 시장(Repo)에서 문제가 생기자, 연준이 국채를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한 것처럼 말이죠. 2020년 팬데믹 당시에도 비슷한 방식의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습니다.

 

4) 2019년 레포(Repo) 시장 위기

2019년 9월, 은행들끼리 단기 자금을 빌려주는 레포(Repo) 시장에서 갑자기 현금이 부족해 금리가 10%까지 치솟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기업들의 세금 납부와 정부의 국채 발행이 겹치면서, 시장에 있던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게 원인이었죠. 이때 연준은 국채를 담보로 은행에 현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위기를 막았고, 2020년 팬데믹 때도 비슷하게 국채를 직접 사들이며 돈을 푸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2. 누가 미국 국채를 팔았을까?

1) 일본? 🇨🇳 중국? 정체불명 대량 매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국채 가격이 급락하며 금리가 치솟자 가장 먼저 제기된 의문은 '누가 국채를 팔았는가?'였습니다. 시장은 곧바로 두 나라를 지목했는데요. 바로 미국 국채 보유 1, 2위 국가인 일본과 중국입니다. 일본은 약 1조 793억 달러, 중국은 약 7,608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죠.

 

주요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 (2025년 1월 기준)

1위 🇯🇵 일본: 1조 793억 달러

2위 🇨🇳 중국: 7,608억 달러

3위 🇬🇧 영국: 6,370억 달러

4위 🇱🇺 룩셈부르크: 3,160억 달러

5위 🇨🇭 스위스: 2,900억 달러

 

일본 언론과 자산운용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대규모 매도의 주체는 일본 기관투자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시아 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던 국채 금리가 뉴욕장이 열리자마자 급등했는데요. 미국 거래 시간대에 활동하는 기관이 매도 주체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해 뉴욕 현지 지사나 해외 파트너를 통해 미국 시장이 열리는 시간대에 맞춰 매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매도 주체가 일본이라 해도 실제 거래는 뉴욕장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국채를 매도하는 중이라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직접 사기보다, 룩셈부르크, 케이만제도, 아일랜드 등에 세운 해외 법인이나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구조에서는 미국 재무부 통계에도 '중국'이 아닌 '해외 법인' 명의로 잡히기 때문에 실시간 추적이 어렵습니다. 이런 보유 구조 때문에 누가 실제로 국채를 매도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시장에서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죠.

 

2)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

국채 금리 급등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헤지펀드의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이 꼽힙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란 현물 국채를 사는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는 같은 만기의 국채를 파는 거래 방식으로, 두 상품의 가격 차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데요. 예를 들어, 만기 10년짜리 미국 국채가 현물 시장에서는 99달러, 선물 시장에서는 100달러에 거래된다면, 헤지펀드는 현물 시장에서 국채를 사고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는 같은 국채를 100달러에 팔아 1달러의 차익을 얻는 거죠. 다만, 보통 현물과 선물의 차이가 워낙 작아 수익률이 미미한데요. 따라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활용합니다.

 

헤지펀드: 고수익을 목표로 다양한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입니다. 일반 펀드보다 자유롭게 투자하고 레버리지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높은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하기에, 시장이 흔들릴 경우 손실을 막기 위해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청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즉,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손실이 빠르게 커지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기 위해 거래를 급하게 정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채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며 금리가 급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주식시장 급락과 함께 채권시장도 요동치자, 많은 헤지펀드가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국채 선물이 현물 대비 훨씬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수익 대신 손실을 유발하게 됐고, 이에 따라 현물 국채가 시장에 쏟아지며 국채 가격 하락폭이 더 커졌죠.

 

3) 과거에도 있었던 국채 투매

국채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은 곧 국가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는 징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 영국의 파운드화 쇼크인데요. 당시 리즈 트러스 총리는 대규모 감세와 재정 확대 정책을 동시에 발표했는데, 이로 인해 영국 국채가 폭락하고 파운드화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44일 만에 사임하고 말았죠.

 

미국도 이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관세로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감세로 세수 기반이 줄어든다면, 정부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발행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하며, 이는 다시 국가 전체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이번 투매는 단순한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이 아니라,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경고로 해석됩니다. 정책의 불확실성과 재정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마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음을 보여줬죠.

 

반응형

3. 무너지는 안전자산 신화, 미국은 여전히 믿을 만한가?

1) 달러와 국채, 동시에 흔들리다

관세 발표 이후 미국 달러 가치도 함께 급락했습니다. 보통 국채 금리가 오르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달러 강세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정반대였습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달러 인덱스는 99.7까지 떨어지며 3% 이상 급락했는데, 이는 2023년 7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를 두고 "달러 약세는 미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선호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는데요. 미국 국채와 달러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양대 기둥인데, 이 두 자산이 동시에 흔들린다는 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신뢰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2) 금·스위스 프랑·스테이블코인, 새로운 피난처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은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22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스위스프랑은 달러화 대비 가치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죠. 유로화와 엔화도 강세입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 코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미국 국채 수요를 간접적으로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사용하는 구조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민간이 디지털 형태로 국채를 보유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려는 것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달러 같은 실제 자산의 가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이를 ‘페깅'(Pegging)’한다고 표현합니다. 대표적으로 1개의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달러나 미국 국채를 담보로 보관하는 구조입니다.

 

3) 은행을 통한 국채 수요 확대, SLR 규제 완화

또 하나의 전략은 은행들이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를 검토 중입니다. SLR 규제는 은행이 국채 같은 자산을 많이 들고 있을수록 그에 비례해 자기자본을 더 쌓도록 한 규제인데, 이걸 완화하면 은행 입장에선 부담 없이 국채를 사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과거에도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2020년 팬데믹 초기 연준은 한시적으로 SLR 규제를 완화해 은행의 국채 수요를 늘린 바 있는데요. 그러나 당시에도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규제 복원 이후엔 오히려 수요가 급감했죠. 결국 근본적인 신뢰 회복 없이는 국채시장의 구조적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번 국채 투매는 단순한 채권 가격 하락이 아닌, 미국 재정과 정책에 대한 불신이 응축된 결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혼란에 하루 만에 정책을 유예했죠. 미국은 예외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안전자산의 지위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습니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이 단기적인 협상 국면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시장이 그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채와 달러 가치의 동반 약세는 미국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죠.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 상대방에게 ‘우리가 어떤 극단적인 행동도 할 수 있다’라는 인상을 줘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입니다. 냉전 시기 닉슨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암시하며 소련과 북베트남을 압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관세 유예의 90일은 트럼프의 숨 고르기이자, 미국 경제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신뢰를 다시 세우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시장이 더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원화 가치의 급락과 미중 관세전쟁이 불러온 경제적 파장

1. 충격적인 원화 약세의 현황2025년 4월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84.1원으로 마감하며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기록한

mkpark01.tistory.com

 

 

데일리 증시 상황 확인 지표 (feat. 달러-원 FX스왑, 팬데믹 이후 저점)

1. 달러-원 FX스왑, 팬데믹 이후 저점달러가 전일 급락에서 반등함에 따라 간밤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약 4원 오른 1,424원 부근에서 마감했습니다. 달러-원 스왑 포인트는 팬데믹 절정 이

mkpark01.tistory.com

 

 

트럼프 vs 파월 금리 갈등의 모든 것 (feat. 연준 독립성 위기)

1. 갈등의 핵심: 두 거인의 신념 충돌2025년 4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해임은 시간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2025년 1월 취임 후 3개

mkpark01.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