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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 (feat. 분열된 프랑스 및 과거지향적 국가주의)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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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 (feat. 분열된 프랑스 및 과거지향적 국가주의)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 (feat. 분열된 프랑스 및 과거지향적 국가주의)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프랑스 리버럴 엘리트가 분열된 프랑스의 현실을 위선적 PC주의에 물든 쇼로 가리고 있다는 비판, 프랑스 과거지향적 국가주의로 점철된 4시간의 쇼였다는 비판, 비백인의 국가 제창, 아프리카계 가수의 노래에 공화국 군악대가 춤추게 하는 등의 처사가 워크(woke)라는 프랑스 극우파의 비판, 퀴어 드랙 버전의 최후의 만찬 등이 신성모독이라는 프랑스 교회의 비판, 형식적 산만함, 기괴함, 난삽함 등에 대한 비판 등이다.

 

2023년 가을 파리에서는 럭비 월드컵이 열렸다. 오스카 수상작인 <아티스트> 주연 배우인 장 뒤자르댕이 빵집 아저씨로 출연하는 개막식이 펼쳐졌다. <아멜리에>, <에밀리 인 파리> 등의 영화와 미디어가 무한 반복하는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에 관한 클리셰를 그대로 반복하는 개막식. 몰역사적이고, 허구적인 파리를 노래하는 개막식. 파리 올림픽 개막식 연출진은 직접 이 럭비 월드컵 개막식과 정반대의 개막식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다. 클리셰에 화를 내기보다는 클리셰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그렇다고 폭동의 화염에 불타는 파리, 삭막한 파리를 연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럭비 월드컵 개막식의 미디어 클리셰, 동질성의 역사(프랑스 극우 청년 운동 중 하나는 "정체성 세대"를 구호로 내세운다. 프랑스적인 것)와 몰역사를 뒤집는 변증법적 역사와 사회를 연출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개막식은 생 드니 프랑스 스타디움에 코믹 배우 자멜이 성화를 들고 도착하는 단편영화로 시작된다. 스타디움은 텅 비어있다. 개막식은 에펠탑 앞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당황한 자멜 앞에 지단이 나타난다. "지주(지단의 애칭) 크리스트" 예수의 프랑스어 발언이 "제주"로 지(의 발음은 다르다) 주와 유사한 것에 착안한 말장난. 아랍계 프랑스 배우 자멜이 아랍계 프랑스 축구 선수 지단을 예수로 호칭하는 이 단편영화는 개막식의 향방을 예고한다.

 

지단은 성화를 옮겨주겠다며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나 자크 타티의 <트래픽>을 연상시키는 차량 정체의 광경을 헤집고 지하철로 내려가는데 지하철 고장(현실 고증이라는 찬사....). 아이 셋이 나타나 지하철에 갇힌 지단에게 성화를 이어받고 지하를 걸어가다가 카타콤브를 통과, 지하 하수구로 이어지다, 어둠의 기사와 같은 이에게 성화를 넘긴다. 판타지 영화와 비디오 게임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설정이자 지주 크리스트(는 개막식 막바지 부활하듯 지상으로 돌아온다)의 아이디어를 이어받는 설정. 그러니 개막식에는 퀴어 버전의 최후의 만찬 이전에 이미 이교도 예수가 존재했고 센강을 통해 파리를 행진하는 개막식은 이교도 또는 이질성의 행렬, 세속적 순례의 사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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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드랙퀸이 모습을 드러낸  파트는 세팔로포르 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로크 오페라 연출과 함께 대부분의 논란이 그러하듯 개막식 전체에서 일부를 차지하는 부분이지만 압도적인 중요성을 부여받으며 충격 또는 논란의 중심이 된듯하다. 연출자는 최후의 만찬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참조, 전유한 바 없고, 그리스 이교도 향연 이미지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발가벗은 디오니소스를 가운데 배치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독교 도상 이미지와 고대 그리스 도상 이미지 사이의 연결을 강조했던 바르부르크나 디디-위베르만을 잠깐 떠올려볼 수도 있겠다. 이미지의 이주란 그러한 것이지 않나.

 

그건 그렇고, 세느강 다리 위에서 쇼를 한 이들은 트랜스젠더 드랙퀸뿐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는 장애인과 표준적 신체를 갖지 않은 이들이 함께 있었고, 이들이 세느강 다리 위에서 왁킹, 보깅, 크럼프 등의 스트리트 댄스를 췄다.

올림픽은 몸의 경연장이다. 올림픽은 몸의 문화에 속하는 행사다. 국가주의 행사장에서 몸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유럽에서 몸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일인가?  유럽에서 열린 올림픽 중 가장 유명한 올림픽이라 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나치 이데올로기로서 아리아인의 우월하고 정상적인 신체를 보여주는 선전장이기도 했다. 정상 신체의 표준을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생산해 온 유럽에서 벌어지는 국가주의 행사장인 올림픽에서 퀴어적 신체를 언급하지 않고 반동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들이 세느강 다리 위에서 춤을 췄다. 세느강 다리 위에서 이들은 정상 신체와 비정상 신체 사이의 규범을 해체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춤의 규율성을 해체하는 존재다. 프랑스는 춤추는 왕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춤을 떠올려보자. 프랑스에서 춤은 신체의 우아함과 환희를 표현하는 수단이기 이전에 신체를 규율하는 수단이었고, 군사훈련의 일환이었다.

 

그러므로 여기 스트리트 댄스 역시, 발레와 캉캉이 등장한 개막식에서 다른 춤으로 있어야 했다.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는 대신 미친 듯이 밤새 춤추는 프랑스 남녀노소의 춤, 방리유 아이들이 추는 춤(K pop 댄스는 프랑스에서 하위문화 스트리트 댄스의 세부 장르다), LGBTQ 문화 속에서 성장한 왁킹과 보깅, 파리 올림픽 공식 경기 종목인 브레이크 댄스, 아프로 아메리카의 분노의 춤이었던 크럼프가 있어야 했다.

 

오페라 드 파리를 비롯, 프랑스 제도권 무용에 스트리트 댄스가 미친 영향(트랜스 장르 안무가의 참여로 이루어진 라모의 오페라 <Les indes galantes>의 크럼프 버전 연출의 충격)에 오마주를 바쳐야 했다. 파리 시립극장이나 게테 리릭 등의 스트리트 댄스 대회나 강좌 등은 파리에서 엄연히 대중들이 가장 열렬하게 참여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현실을 반영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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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은 어쨌거나 대위법적이고 변증법적이려고 했다. 여성과 퀴어와 장애인, 이민자(첨언.  KBS와 같은 한국 뉴스는 최종 성화 봉송 주자 페레크와 테디 레이너를 이민자 출신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해외 프랑스 지방인 과델루프 출신이지 이민자 출신이 아니다)를 무대 위에 끼워 넣으며 생색을 내는 대신, 하나의 프랑스라는 환상, 문화 위계의 환상, 일사불란한 통일성의 환상을 해체하고자 했다. (내가 선호하는 '폼'은 아니다) 그러니까 여기에 내가 적은 것은 의도적으로 산만하게 구성된 개막식 폼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요소들 중 아주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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