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 숙박, 맛집 예약까지 다 끝내놓은 여름휴가.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갑자기 항공권이 취소되면 어떤 기분일까요? 최근 이런 일이 실제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항공권을 샀는데, 갑자기 취소되고 판매가 중단되는 피해가 이어지고 있거든요.
항공권이 돌연 취소된 건, 여행사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판매한 돈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여행사뿐만 아니라,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다른 판매자(셀러)들도 벌써 보름 넘게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죠. 피해액은 2,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자칫하면 유통 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아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소식이 언론을 장악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죠.
1. 일파만파 커지는 티몬 및 위메프 사태
시작은 약 3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지난 8일, 위메프에서 먼저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까지는 고객이 상품을 결제하면, 위메프에서 결제액을 보관하고 있다가 판매자들마다 정해진 정산 일자에 맞춰서 돈을 지급했어요. 그런데 이번 달에는 일부 판매자들이 약속된 정산일에 돈을 받지 못한 거예요.
판매자들의 항의가 속출하자, 위메프 측은 17일 공지를 보냈어요. ‘일시적인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한 문제이며, 이달 말까지 정산을 마치겠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지연된 정산액에 대해 연이율 1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보상 계획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후 위메프 측은 약속된 정산 일정을 맞추지 못했어요.
곧이어 티몬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어요. 적게는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판매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죠. 판매자들은 앞다퉈 티몬에서 상품을 빼고 있어요. 주요 여행사, 백화점, 홈쇼핑 업체들이 상품 판매를 중단했죠.
상품을 이미 구매한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도 커지고 있어요. 환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 결제 업체들은 티몬·위메프와 관련된 거래 자체를 일절 중지했어요. 결제가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결제를 취소하더라도 당분간 환급이 어려운 상황이죠.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를 대행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들도 티몬·위메프에서의 카드 취소를 막아놨어요.
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소비자들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티몬과 위메프 본사까지 찾아와 환불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부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위메프에서는 본사로 찾아온 소비자들 700명에 한해 환불을 해 줬지만, 티몬 쪽은 건물을 폐쇄한 상태예요.
2. 왜 이런 일이?
티몬과 위메프를 소유한 회사는 ‘큐텐’이라는 곳이에요.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 창업한 전자상거래 회사죠.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 국내 회사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워 왔어요.
문제는 빠른 속도로 덩치를 불린 나머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지출하는 자금이 과다했다는 거예요. 회사에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등장했죠. 티몬과 위메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예요. 완전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 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난 나머지, 회사가 출발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하는 상황을 ‘자본잠식’이라고 해요. 완전자본잠식은 이 자본금을 전부 까먹은 상태를 말해요.
지난해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약 -6,390억 원이에요. 자본총계는 한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부채(빚)를 뺀 금액이에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라는 건 ‘가진 돈보다 빚이 더 많다’라는 의미라고 보면 돼요. 티몬의 부채는 약 7,860억 원으로, 지난해(6,500억 원) 대비 21% 늘어났어요. 위메프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상황이에요. 지난해 자본총계는 약 -2,440억 원으로, 그 전년도에 비해 1,00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어요.
3.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와요. 머지포인트는 편의점, 음식점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품권이에요. 지난 2021년 8월,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서 돌연 상품권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업장을 대폭 축소하자 소비자들의 환불 요청이 빗발쳤어요. 그런데 이미 자본잠식 상황이었던 머지플러스는 환불을 해줄 돈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어요. 피해자들 일부가 집단 소송을 제기해서 환불금을 돌려받긴 했지만,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훨씬 많아요. 대부분은 포기한 분위기라고 하고요.
머지플러스는 회사에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상품권을 판매했어요. 새 상품권 판매한 금액으로 환불액을 감당하려고 했던 거예요. 이런 식의 ‘빚 돌려 막기’를 계속하다 한계가 와서 무너진 거고요.
문제는 최근 티몬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는 거예요. ‘티몬캐시’로 불리는 선불충전금과 상품권을 할인해서 판매했고, 할인을 많이 해주는 대신 결제 한 달 뒤에 상품권을 보내줬죠. 돈을 먼저 받고 나중에 상품을 보내는 식으로 운영한 거예요. 이런 모습이 머지플러스의 돌려 막기식 사업과 똑 닮았다는 지적이 나와요.
4. 앞으로 어떻게 될까?
티몬과 위메프는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에스크로’ 방식의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어요. 에스크로 방식을 쓰면, 플랫폼 대신 제3의 금융기관이 대금을 보관해요. 혹시나 플랫폼에 유동성 문제가 생겨도 정산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죠. 또 정산 일자까지 기다리지 않고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는 즉시 판매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불안하지 않을 거고요.
이런 조치로 사람들의 이탈이 잦아들면 다행인데, 사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니까요. 이 순간에도 판매자, 소비자 그리고 금융사들은 티몬과 위메프를 떠나고 있어요. 같은 큐텐그룹 계열사인 위시플러스, 인터파크커머스(인터파크의 쇼핑부문)에서까지 이탈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그만큼 현금 흐름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요. 그럴수록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기는 어려워질 수 있어요. 머지플러스 등 비슷한 선례를 보면, 몇 년간 법적 소송을 이어간 일부 고객만 겨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자상거래 업계의 불합리한 정산 관행이라고 지적해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와 달리 전자상거래 업체는 정산과 대금 보관 등에 대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업체마다 정산 주기가 제각각이에요. 만약 관련 규정이 있었다면, 이런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정부는 뒤늦게나마 대응책 마련에 나섰어요.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내놓고, 필요시 법정 대응도 지원한다는 방침이죠. 부디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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