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세금이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이야기입니다. 시행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잊을 만하면 위헌 소송이 불거지고,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까지 생겨날 정도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 30일, 헌법재판소에서 ‘종부세는 합헌이다’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종부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재산권을 침해당했다’는 위헌소원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종부세 관련 제도는 지난 20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개편돼 왔지만, 여전히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종부세가 뭐야?
종부세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소유하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재산세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세금이지만, 종부세는 일정 금액 이상의 주택과 토지를 가졌을 때만 과세 대상이 됩니다.
종부세의 과세 표준은 공시가격입니다. 시세가 10억 원인 아파트라도,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은 10억 원이 아니라 바로 이 공시가격입니다. 공시 가격은 정부가 건물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해서 공식적으로 매기는 가격인데, 시세보다 낮은 게 보통입니다. 시세 10억 원 아파트라면 7억 원쯤 되는 식입니다.
종부세는 주택이나 토지의 공시가격에서 기본적으로 빼주는 금액(공제)을 제외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잡아서 매깁니다. 현재 이 기본공제 금액은 9억 원입니다.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가 9억 원 이상이라면, 9억 원을 넘어가는 금액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부과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가구당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다면 공시가가 12억 원 이상이어야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됩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이 시점의 공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정해집니다. 보유 중인 부동산의 가격이 비쌀수록, 또 부동산을 여러 채 보유할수록 더 많은 종부세를 내야 합니다. 종부세의 세율은 부동산의 가격에 따라 0.5%~2.7%로 나뉩니다. 만약 주택을 3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면 최고 5%까지 낼 수 있습니다.
2. 종부세 위헌 소송? 무슨 일이야?
종부세 자체는 등장한 지 오래됐지만, 그동안 과세 대상이나 세율 등 세부적인 정책이 자주 바뀌어 왔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한 지난 2017년,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늘리는 식으로 제도를 변경했고, 이때 종부세를 내야 하는 대상이 급증하면서, 늘어난 세금을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일대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2020년~2021년에 종부세 고지를 받고 ‘세금이 과도하다’라며 과세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했고, 소송에서 패배하자 헌법소원 심판까지 청구했습니다.
그때 청구된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지난 30일에 나온 겁니다. 헌재는 위헌 논란이 제기됐던 종부세법 조항들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정당하고, 종부세 부담 정도도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3. 항상 뜨거운 감자였던 종부세
종부세를 둘러싸고 법적인 분쟁이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에 처음 만들어져 올해로 도입 20년째를 맞는데, 처음 제정된 이후로 늘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부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집값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실제 수요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잡는 데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종부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주장 때문에 종부세는 처음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무려 13차례나 바뀌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계속해서 바뀌자, 사회적인 혼란도 상당했습니다.
4. 생각이 조금씩 달랐던 역대 정부
종부세가 처음 제정됐던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개인이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가 9억 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세금을 물렸습니다. 그런데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돌려서 재산을 반씩 나누는 식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되는 걸 피해 가는 일종의 꼼수가 성행하면서, 곧 개인이 아니라 가구별로 합쳐서 과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세 대상 주택도 9억 원에서 6억 원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이렇게 가구별로 합산해서 과세하는 방식에 반대했습니다. 가구원 수가 몇 명이든 동일한 금액의 종부세를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2008년 헌법재판소가 가구별 합산 방식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종부세는 다시 개인별 과세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종부세가 좀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입니다.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 과세 기준을 확대하고 공시가격과 종부세율을 크게 올렸습니다. 그 결과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2017년 40만 명에서 2022년 130만 7,000명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종부세 규모도 1조 8,000억 원에서 7조 5,000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반면 이번 정부는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걸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최고 세율은 6%에서 5%로 인하했고, 과세 기준도 1 주택자 기준 기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등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5. 종부세 완화 논의하는 정치권
종부세 제도가 변화해 온 과정을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 봤는데, 그래도 너무 복잡하죠? 법이 워낙에 자주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사실상 ‘누더기 법’이 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정치권에서 종부세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입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래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1 가구 1 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 힘은 일단은 종부세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천천히 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달라진 건 ‘부동산 표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종부세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번 국회는 '소수의 부동산 부자에게 부과한다는 취지였던 종부세가 이제 중산층 1 주택자에게도 부담을 주는 세금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고려해 종부세를 완화하거나, 심지어 폐지하자는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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