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규모가 점점 커집니다. 2월까지 누적 손실금액이 1조 2천억 원, 손실률은 53.5%에 달합니다. 주가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4조 6천억 원가량의 추가 손실이 예상됩니다. 이에 투자자와 금융사 간 분쟁이 본격화하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손실 배상 기준을 내놨습니다.
주가연계증권(ELS)이란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입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보통 연 5~25%의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ELS는 기초자산의 주가가 정해진 하한선(대개 50% 안팎) 아래로 한 번이라도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이 발생합니다.
1. ELS 투자 손실 배상 기준 발표
1) 투자 손실, 금융사도 책임진다
지난 11일, 금감원이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한 홍콩 H지수 ELS에 대해 투자자 손실 배상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했습니다. 판매자의 책임과 투자자의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최소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 비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합니다.
2) 금융사가 책임지는 이유?
이번에 홍콩 H지수 ELS의 투자 손실이 문제가 된 이유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본사에서 무리한 실적 경쟁에만 치중한 나머지 적합성 원칙과 부당권유 금지와 같은 판매 원칙을 위반하고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된 것입니다.
불완전 판매란 은행 등 금융사가 고객에게 상품의 운용 방법, 위험도, 손실 가능성 등 필수사항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얼마나 돌려받을까?
판매사 과실로 인한 투자 손실 기본 배상 비율은 20~40%로 정해졌습니다. 여기에 금융사의 내부 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3~10% P가 공통으로 가중됩니다. 투자자별로 금융 취약 계층 여부, ELS 투자 경험과 수익 규모 등을 고려해 배상 비율을 최대 45% P까지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됩니다. 고려해야 할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여기서 10% P를 가감할 수도 있습니다.
2. 홍콩 ELS 사태는 왜 일어났을까?
1) 홍콩 ELS의 특징
국내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원래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고 위험상품이지만, 미국 S&P 500이나 유로 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는 변동성이 크지 않기에 역사적으로는 손실이 발생한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다만, 하지만 홍콩의 H지수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주가지수 중 변동성이 큰 편이며, 특히 중국 정부의 정책이나 정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2) 결국 급락하다
2021년 1만 2천 대에 육박했던 홍콩 H지수가 장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중국의 코로나 사태 탈출 지연, 미·중 갈등 고조, 중국 부동산 위기 등이 겹치며 지난 1월엔 5천 선이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최근까지 중국 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수가 회복될 가능성도 요원합니다.
3) 차가운 현실을 맞이할 시간이야
이 와중에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당시 판매된 ELS의 만기가 돌아옵니다. 올해 만기 도래 물량만 15조 1천억 원에 달하고 그중 9조 8천억 원의 만기가 상반기에 몰려있습니다.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한 막대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3. 사태의 향방은?
1) 과거 유사 사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상품 중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설명 의무를 어기고 투자 경험이 없는 79살 치매 환자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은행에 대해 최고 80%의 배상 비율을 적용했습니다. 이후엔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가 금지되기까지 했습니다.
파생결합펀드(DLF)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만기 일까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는 파생금융상품입니다.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신용 같은 기초 자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다만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됩니다.
2) 대부분 20~60% 일 듯
이번 ELS 배상 비율은 과거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DLF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등이 시행되고 금융 상품의 판매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배상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배상 비율이 대개 20~60%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3) 이번 반응은?
이번 배상기준안을 두고 투자자와 은행 모두 불만을 토로합니다.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100% 배상을 요구해 온 만큼 이번 배상 기준안에 실망을 표했습니다. 은행권은 반대로 기본배상비율이 높고, 증권사에 비해 은행에 공통 가중 비율을 높게 적용하는 등 불합리한 지점을 지적했습니다. 투자자와 금융사 간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경제 > 국제증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송으로 드리워진 어두운 인공지능(AI)의 미래 (feat. OpenAI vs 일론 머스크) (66) | 2024.03.12 |
---|---|
방화 혐의로 테슬라 베를린 생산 중단 (feat. 투자자 경고) (69) | 2024.03.12 |
서학개미 수익 보장을 위한 3월 둘째 주 핵심 이슈 브리핑 (feat. 글로벌 시장 개요, 기업 및 시장 뉴스) (59) | 2024.03.11 |
새로운 상온 초전도체 발견 (feat.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69) | 2024.03.10 |
4만 선 돌파로 최고치 경신한 닛케이 지수 (feat. 일본 증기 분위기) (77) | 2024.03.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