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US스틸 인수 논란’을 두고 미국 유명 언론인 월스트리트저널이 쓴 표현이에요. 미국의 철강 회사인 US스틸을 일본 회사에서 인수하기로 한 걸 두고,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죠.
사실 기업끼리 서로 인수합병(M&A)을 하는 건 꽤 흔한 일인데, US스틸의 인수 소식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발을 벗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US스틸은 대체 어떤 기업이길래 미국 대통령 선거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US스틸 인수와 관련된 논란을 정리했어요.
1. 시대를 풍미했던 ‘철강왕’의 쇠락
US스틸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회사예요. 1901년에 설립된 이후 미국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한때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이었던 미국의 철강산업에서 3분의 2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 회사였거든요. 철강은 철도, 건물, 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재이기 때문에 20세기 초 미국의 도시화와 산업화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철강 생산을 기반으로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죠.
이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였어요. 1970년대 연 4,000만 t에 이르렀던 생산량은 이후로 계속 하락해서, 지금은 4분의 1 수준인 1,000만 t으로 줄어들었어요. 생산량 기준으로 전 세계 2위 기업이었는데, 현재 24위까지 밀려났고요.
US스틸이 이렇게 쇠락한 건 미국의 산업 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이었어요. 제조업 중심이었던 미국 경제는 20세기 후반에 들어 바뀌기 시작했어요. 일본, 독일,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이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을 시작했거든요. 외국 기업들은 조금씩 미국 기업의 자리를 차지했고, 미국의 제조업은 쇠퇴하고 말았어요.
2. 철강왕의 다음 주인은 일본 기업?
한때 철강업계 세계 1등이었던 US스틸의 영광은 빠르게 빛을 잃어갔어요. 20세기 후반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게 됐죠. 결국 지난해에는 다른 기업에 팔려야 할 처지에 처하고 말았어요.
지난해 12월, US스틸을 인수할 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세계 4위의 철강회사 일본제철이었어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어요. 기존 시가총액인 74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큰 금액이었죠. 경영난에 몰려 당장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위기였던 US스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어요.
3. 대통령 후보들 "나는 반댈세"
일본제철의 인수 소식에 US스틸 주주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시했지만, 미국 사회의 반응은 달랐어요. 전미철강노동조합(USW)등 미국 철강업계 노동조합은 일자리 축소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어요.
흥미로운 건, 미국 정치권에서도 하나같이 반대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거예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미국의 상징적인 철강 회사였으며, 미국 철강 회사로 유지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제철에 매각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어요.
이어서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표명했어요. 트럼프 후보가 먼저 “US스틸 인수를 즉각 저지해야 한다”고한다”라고 밝혔고, 곧이어 카멀라 후보도 “US스틸은 미국 소유로 남아있어야 한다”라고 공개 비판했죠.
최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나왔어요.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죠. 결국 이 보도가 나온 이후 US스틸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8% 급락하고 말았어요.
4. 대통령은 펜실베니아 마음을 잡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굳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반대에 나서는 건, 사실 펜실베니아 주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에요.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니아주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에요. 펜실베니아에서 누구를 뽑는지에 따라서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고 봐도 될 정도죠. 지난 197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2차례의 미국 대선에서 단 2번을 제외하면, 모두 펜실베니아가 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요. 그래서 미국 대선 후보들은 항상 이곳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곤 해요.
이런 펜실베니아의 핵심 정체성 중 하나가 ‘철강’이에요. US스틸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는 대대손손 제철소에서 일했던 집안이 많기 때문이에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제철소에서 일했던 집안의 유권자에게 US스틸은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가지겠죠. 미국의 제조업이 세계 최고의 위상을 가졌던 시절을 상징하는 US스틸은 그 자체만으로 펜실베니아 사람들의 자긍심인 셈인 거예요.
기업명에 나라 이름이 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커요. 보통 이름에 국가명이 들어가는 기업은 그 나라의 산업을 대표한다는 위상을 갖고, 그만큼 국민의 애정도 더 받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회사가 외국에 넘어간다니,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한국 기업이 아닌 '국민은행'이나 '대한항공'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요.
미국에게는 상대가 하필 일본인 점도 불편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어요. 지난 1980년대, 막대한 경제적 성공을 거둔 일본 기업들이 미국의 주요 기업들을 마구 사들였던 적이 있거든요. 록펠러센터,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등 미국의 기념비적 건물부터, 유니버설픽처스 등 할리우드의 상징과 같던 기업들까지 일본이 싹쓸이했던 때가 있어요. 이런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이번만큼은 미국의 자존심을 지켜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거죠.
인수 반대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였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사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는 가장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만약 이대로 매각이 무산된다면, US스틸은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공장마저 폐쇄하고, 본사도 외부로 이해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결국 이대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US스틸 매각 문제. 과연 현명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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