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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신약 개발도 하는 한국 바이오 (feat. CMO에서 CDMO)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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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도 하는 한국 바이오 (feat. CMO에서 CDMO)
신약 개발도 하는 한국 바이오 (feat. CMO에서 CDM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글로벌 제약사를 연이어 순회했습니다. 삼성의 바이오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데요. 그간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에 머물렀던 삼성이 신약 개발에 뛰어드리라는 예측입니다.

 

신약 시장의 후발주자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분야가 위탁생산(CMO)입니다. 막대한 시설투자를 바탕으로 바이오 선진국의 의약품을 생산하는데요. 여기에 자체 개발(Development)이 더해진 것이 위탁생산개발(CDMO)입니다. 개발에 직접 뛰어드는 만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요. CDMO의 구조와 대표 기업, 주목할 만한 이슈까지 알아보겠습니다.

 

1. 국내 바이오 기업의 북극성, CDMO

삼성, 롯데, SK까지 유수의 대기업이 꼽은 올해 국내 바이오의 키워드는 CDMO였습니다. 바이오산업은 비용 대비 성공 가능성이 매우 작은데요. 국내 제약사의 업력은 수십 년이 넘어가지만 세계적인 기업은 한 곳도 없습니다. 그만큼 바이오 선진국이 쌓은 데이터는 무시할 수 없는 장벽이죠. 하지만, 이런 데이터 양의 간극을 빠르게 좁히는 방안이 CDMO입니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세계적인 시장을 가진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인데요.

 

1) 바이오에 주목하는 이유

바이오 시장은 규모는 엄청난데 경쟁자는 몇 없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2021년 기준 8,599억 달러로 추산되며, 매년 8.7%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10대 제약사를 보유한 국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죠. 이 때문에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춰 일단 자리를 잡는다면 꾸준한 부를 보장합니다. 특히 선진국 중심의 암, 당뇨, 류마티즘 등 고령 질환의 신약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표 면역항암제인 머크사의 키트루다®는 2023년 매출 전망이 238억 달러에 이르죠. 이는 작년 대비 30억 달러가 증가한 수치로, 단일 품목 매출이 기아의 한 분기 매출과 맞먹습니다.

 

2) CMO로 시작하기

국내 대기업은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위탁생산을 택했습니다. 제네릭은 약의 화학구조를, 바이오시밀러는 생체조직을 모방해 동일한 효능을 내는데요.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생산단지를 구축해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는 반도체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줬습니다. CMO는 반도체 파운드리와 산업 구조상 비슷한 위치입니다. 일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기간 공장 건설로 몸집을 키웠는데, 외형 공사와 의약품 설계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대규모 산업 단지 구축과 정밀한 생산 작업을 동시에 요구하는 반도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 산업에도 유사하게 접근했죠.

 

3) CDMO 전환과 대규모 투자

‘2023 JP모건 콘퍼런스’에 참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예고했습니다. 중견 바이오기업인 지씨셀, 이노엔 등도 진출을 넘보죠. 현재 글로벌 시장에는 2020년 기준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CDMO가 있는데요. 상위 5개 기업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중 4공장을 완공하고 5~8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월 송도에 CDMO를 위한 메가 플랜트 건설 추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3조 7,000억 원을 들여 12만 리터 규모의 CMO 공장 3개를 구축하는 청사진인데요. 산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만큼 인력 수요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핵심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외국인 비자 발급과 귀화 패스트트랙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클러스터(Cluster)란 독립성이 강한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한데 모여 부가가치 창출을 꾀하는 네트워크입니다. 바이오산업은 다량의 연구에 기반하기에 클러스터의 목적과 부합하죠. 해외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보스턴, 일본 고베, 싱가포르 등이 있습니다. 이중 고베와 싱가포르는 대표적으로 정부가 주도한 클러스터인데요. 정부가 이를 벤치마킹해 대구, 오송, 인천 송도, 대덕 등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다만 국내 클러스터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요. 특히 유효성분 인허가 단계와 전임상 관련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평입니다.

 

2. 대기업의 청사진

신약 개발은 유효물질 개발(파이프라인)에서 시작합니다. 선진국은 튼튼한 산학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파이프라인을 창출하는데요. 시작부터 CMO로 시작한 국내 시장은 대기업이 이끌 수밖에 없죠. 꾸준한 투자를 이어오던 삼성과 셀트리온에 더해 롯데와 SK가 움직이면서 국내 바이오 생태계도 빠른 변화의 바람을 맞이했습니다.

 

1) 삼성바이오로직스

2030년 개발, 임상,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풀 서비스 기업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 존슨앤존슨(J&J)을 포함한 주요 고객과 회담도 나눴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4만 리터 규모의 4공장이 완공되면 총 60만 4,000리터의 생산 규모를 갖춥니다. 생산량 부문에선 독보적인 세계 1위 단지죠. 2022년 3분기를 기준으로는 누적 매출 2조 358억 원, 수주 실적 1조 7,835억 원을 달성했는데요. 현재 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삼성바이오로직스)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삼성바이오에피스)을 구분한 상태입니다. 바이오에피스는 미 바이오젠과 합작한 회사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인수하며 CDMO의 뜻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2) 롯데바이오로직스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 권의 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신규 건설과 인수라는 뚜렷한 투 트랙 전략을 내세웠는데요. 이를 위해 2025년 1차 메가 플랜트 준공, 2027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간 소비재 중심으로 매출을 내던 롯데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잡으면서 시장이 널뛰고 있는데요. 올해 4월 미 시큐러스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항체약물중합체(ADC) 위탁생산, 임상 물질 배양 시설 추가도 검토 중입니다. 다만, 빠르게 몸집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인력 유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력 유인을 멈추라는 항의성 내용증명을 3차례 보냈습니다. 그만큼 파격적인 연봉 인상으로 중견기업의 연구직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항체약물중합체(ADC)란 주로 항암제 개발에 쓰는 기법입니다. 암세포에 반응하는 항체와 약물을 접합해 특정 세포에 전달하는데요. 항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범주에 속합니다. ADC는 CAR-T, PD-L1 등과 다르게 1세대 화학 약물을 사용하기에 치료 방식이 직관적인데요. 독성이 강해 더 이상 쓰지 않는 항암제도 적절한 항체와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2017년부터 매년 2개 이상 꾸준히 FDA 승인을 받고 있습니다.

 

3) SK팜테코

SK바이오텍이 2017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아일랜드 공장, 이듬해 앰팩(Ampac)을 인수하며 CDMO 사업 운영을 위해 설립했습니다. SK그룹은 JP모건 콘퍼런스 기간 중 ‘SK바이오 나이트(SK Bio Night)’라는 독립 행사도 열었는데요. 장동현 부회장 포함 그룹 고위인사가 대거 참석하면서 투자 의지를 다졌죠. SK팜테코는 기존 CDMO 기업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ADC 중심 투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유한 CMO공장 8개 중 일부를 연구 용도로 돌리는 계획인데요. 인수한 회사와 공장을 바탕으로 해외 고객 비중이 95%에 달하는 만큼 판로 개척에 자신감을 비쳤습니다. 작년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매출 상승세를 이었습니다.

 

4) 셀트리온

앞선 세 회사와 달리 외연 확장보다 클러스터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CDMO의 성공은 결국 활발한 산업단지 내 교류와 우수한 인력 공급이 만든다는 것인데요. 2023년 완공하는 3공장은 다품종소량생산을 지향합니다. 7,000리터 규모에서 최대 부가가치를 뽑아내기 위해 고밀도 배양을 도입했습니다. 셀트리온의 산업 단지는 21개 국가에서 53번의 실사를 받아 우수한 품질을 검증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CDMO 서비스를 포함해 다중항체, ADC, 프리필드 시린지(완제품 주사기) 등 다양한 품목에서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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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DMO 이슈 모아보기

국내 제약계의 이슈라면 무엇보다 중소 개발사의 파이프라인입니다. 성공적인 파이프라인은 기업가치 몇 배의 부를 가져다주지만, 희박한 가능성으로 스러져가는 회사도 적지 않죠. 최근 CDMO 열풍과 함께 도전을 선언한 국내 기업도 늘어났는데요.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견 기업을 알아보겠습니다.

 

1) 제네릭을 넘어서자

복제약 위주 사업을 펼치던 전통 제약회사가 하나씩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단순 공동연구를 넘어 지분투자, 파이프라인 도입까지 회사 역량을 총투입하는데요. 1983년 삼천리 제약으로 시작한 에스티팜은 2015년 반월 공장이 생산 기준을 충족하며 CDMO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본래 에스티팜은 mRNA에 강점을 가진 기업인데요. 코로나19 당시에 백신 개발에 나서기도 했죠. 2020년 연간 1,000만 도즈 생산 설비를 갖추며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CDMO 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 국내 바이오텍 인벤티지랩과 손잡고 지분투자도 단행했는데요. 자체 신약 개발과 임상 단계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중견 CDMO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꿉니다.

 

2) 마이크로바이옴

작년 페링제약의 ‘레비요타’가 FDA 품목 허가를 획득하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이 주목받았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철자대로 인체 내 미생물 대상 약물 개발을 뜻하는데요. 높은 안전성이 장점이지만 그만큼 유의미한 효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엔 지놈앤컴퍼니가 있는데요. 위암과 담도암 임상 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암과 담도암은 형체를 가진 고형암 가운데 치료법이 뚜렷하지 않은 분야입니다. 지놈앤컴퍼니는 산모의 모유에서 유래한 균주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개발했는데요.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CDMO 기업 리스트랩의 경영권도 인수하며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습니다.

 

3) 재무적투자자(FI)의 우려

SK팜테코의 대규모 투자유치에서 CDMO 산업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이 노출됐습니다. 올해 4월 SK팜테코는 모건 스탠리를 주관사로 투자 설명서를 배포했는데요. 주요 투자자로 MBK 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규모 사모펀드 운용사가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가치 산정에서 이견을 보였는데요. 그간 고평가가 이어져 오던 CDMO 분야에서 흔치 않은 일이죠. SK팜테코는 5,000억 원의 투자유치를 요구했지만, 투자자는 과도하게 가치책정됐다는 의견을 내세웠죠. 기본적으로 제약 분야 기업이 실적 대비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기에 일반 투자자의 주의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과연 세계 제약시장에 당당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대규모 투자가 연이어 이어지는 만큼 대학과 연구기관의 인재 배출도 중요한데요. 외연 확장과 함께 건강한 클러스터 구축으로 꾸준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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