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중요한 발표가 절묘하게 겹쳤습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발표했는데요. 연준의 결정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CPI가 둔화하며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1. 예상대로, 금리 동결
1) 7번째 묶인 금리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변 없이 5.25~5.50%로 동결됐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7회 연속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요.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동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 관전 포인트였던 점도표
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은 점도표 수정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점도표에선 올해 말 최종 금리 수준은 5.1%, 연내 금리 인하 횟수는 한 차례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 3월 점도표에 비해 0.5%P 높아졌고, 예상 금리 인하 횟수는 2차례 줄었죠.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점도표의 한 차례 인하 전망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1~2차례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점도표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회의 때마다 향후 금리 수준을 예상하고 이를 무기명으로 제시하는데요. 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점도표입니다. 점도표에 찍힌 점 하나하나가 위원 한 명의 의견을 나타내죠.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위원의 판단이 직접적으로 드러나 향후 금리 향방을 전망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3) 매파야 비둘기파야?
시장은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적이었다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회의 이후 나온 파월 의장의 발언은 비둘기파적이었다는 평이 지배적인데요.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 둔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당장 9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죠.
매파란 경기 과열을 막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등 긴축 통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돈을 푸는 확대 통화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둘기파라고 부르죠.
2. 때마침 발표된 CPI
1) 인플레이션 잠잠해졌나
연준이 금리 동결 소식을 발표하기 직전, 미국 노동부는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고, 전월과 비교해선 변화가 없었는데요. 시장 전망치(3.4%)와 4월 CPI 상승률(3.4%)을 모두 밑돌았습니다. 근원 CPI 상승률(3.4%)까지 시장 전망치(3.5%)를 소폭 하회하자, 물가가 잡혀가고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죠.
근원 CPI란 에너지나 식료품 등 일시적 외부 요인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 지수입니다.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물가 추세를 보여주죠.
2) 금리 인하까진 글쎄…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줄긴 했지만, 금리 인하가 바로 시작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비농업 일자리 지표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낮췄죠. 실제로 6월 FOMC 회의 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금리 동결 확률을 90% 이상으로 제시했습니다.
다양한 파생 금융 상품을 취급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상품이 거래됩니다. 이 선물 상품에는 앞으로의 금리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반영돼 있는데요. 이를 토대로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금리 변동 확률을 역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이 확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페드워치(Fed Watch)입니다.
3) 파월의 판단은?
5월 CPI 발표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향한 진전된 결과"라고 말했는데요. 다만, 금리 인하는 "물가 상승률과 고용, 성장률 등 모든 데이터를 보고 결정한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죠.
3.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1) CPI에 반응한 증시
FOMC 이후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12일(현지 시각),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5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고, S&P500지수도 0.85% 상승하며 처음으로 5,400선을 돌파했는데요. 시장은 금리 동결보다 CPI의 둔화에 더 주목한 것이죠.
2) 9월 금리 인하, 포기 못 해!
시장은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13일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전날(46.8%)보다 높아진 56.7%를 기록했는데요. 증권가에서도 둔화된 소비자물가를 근거로 9월 금리 인하 시작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죠.
3) 우리나라 금리 인하는?
9월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은 올해 4분기나 내년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이미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이가 2%P에 달해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인데요. 금리 차이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생기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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