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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기업 인수합병 논란 (feat. 두산이 쏘아올린 공)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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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합병 논란 (feat. 두산이 쏘아올린 공)
기업 인수합병 논란 (feat. 두산이 쏘아올린 공)

 

지난 2개월 동안 주식시장을 시끄럽게 만든 사건이 있어요.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인 두산이 계열사 두 개를 합치겠다고 발표했다가, 주주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힌 일이에요. 두산은 약 49일 동안 주주들을 열심히 설득했지만, 결국 계획을 일부 철회하며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그동안 두산그룹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정리해 봤어요.

 

1.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난 7월 11일, 두산그룹은 계열사들의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을 공개했어요. 이날 공개된 재편안의 핵심은 건설 기계를 만드는 ‘두산밥캣’이라는 회사를 기존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에서 떼어내 로봇 사업을 하는 ‘두산로보틱스’ 아래로 편입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대기업에서 자회사들을 합병하거나, 반대로 쪼개는 일은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런데 이 합병 소식은 밝혀지자마자 주주들의 엄청난 반발을 샀어요. 특히 두산밥캣의 주주들이 잔뜩 화가 났죠.

 

밥캣의 주주들이 화가 난 이유는 두 회사를 합치는 합병 비율 때문이었어요. 두 기업을 합병하려면 우선 각 기업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 정해야 해요. 그래야 주식을 교환하는 비율을 정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주가’를 고려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기업의 주식이 시장에서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시가총액(전체 주식가치의 합)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하죠. 시가총액은 로보틱스가 6조 8,515억 원으로 밥캣(5조 4,736억 원) 보다 컸기 때문에, 밥캣 주주들은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됐어요.

 

문제는 시가총액은 로보틱스가 밥캣보다 클지 몰라도, 실적은 정반대였다는 거예요. 밥캣은 건설 기계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연 매출이 10조원, 영업이익은 1조 3,000억 원에 육박해 수익성이 매우 좋았어요. 주가는 비싸지 않아도 실적은 탄탄한 ‘알짜 회사’로 여겨졌죠.

 

반면 로보틱스는 미래 산업인 로봇 사업을 펼치는 회사예요. 미래 먹거리가 될 만한 신기술을 개발할 거란 기대감은 있지만, 지금 당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죠. 매출 규모는 530억 원에 불과하고, 영업이익은 -192억 원으로 3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요. 당장의 실적보단 미래 성장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성장주인 셈이에요.

 

밥캣 주주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실적이 안정적인 건설 장비 회사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적자인 로봇회사의 주식을 강제로 받게 된 셈이었으니까요. 물론 주식 교환을 거부하면 두산에서 주식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만큼 높은 금액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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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산은 왜 이런 결정을?

두산그룹이 이런 재편안을 구상한 건 미래 성장 분야인 로봇 산업을 강화하겠다는 이유에서였어요. 현금이 탄탄한 밥캣이 들어오면, 만년 적자였던 로보틱스의 든든한 자금줄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로봇 기술의 연구 개발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었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어요. 밥캣은 로보틱스가 가진 신기술로 건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로보틱스는 밥캣이 구축한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되리란 기대였어요.

 

3. ‘지배주주 배불리기’ 의혹도

하지만 이런 구조 재편을 두고 ‘지배주주인 두산그룹에만 좋은 결정 아니야?’라는 비판이 쏟아졌어요. 현재 지주회사인 ㈜두산은 밥캣에 대한 실질적인 지분율이 13.8%에 불과해요. 에너빌리티를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반면 로보틱스는 ㈜두산이 68.19%를 보유하고 있어 비교적 지주회사의 지배력이 높은 회사죠. 만약 밥캣이 로보틱스 밑으로 편입될 경우, 밥캣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은 13.8%에서 42%로 크게 올라가요. 지주회사 입장에서는 알짜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순식간에 크게 높일 수 있는 거죠.

 

4. 갈수록 거세진 비판 여론

밥캣의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며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어요. 함께 힘을 모아서 합병을 저지하자며 집단행동까지 불사했죠. 위에서 주주들은 주식 교환 대신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구매해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걸 ‘주식매수청구권’이라고 불러요. 주식매수청구권은 일정 한도를 넘어갈 수 없어요. 그러니까 많은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일정 한도를 넘기면,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었던 거예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밥캣의 지분 6.49%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어요. 국민연금 한 곳만 반대 의사를 표현해도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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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부까지 나서니 결국...

사실 두산그룹이 백기를 든 결정적인 이유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에요. 두산이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계획을 제출하자, 금감원은 이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어요. 두 회사의 가치를 평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거예요. 또 합병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역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어요. 이런 계획이 언제, 어떻게 논의된 것이고, 앞으로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더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죠.

 

금감원이 처음 정정을 요구했을 때는 두산 측도 요지부동이었어요. 그런데 금감원도 만만치 않게 강경한 태도를 보였어요. 이어서 한 차례 더 정정 요청을 한 거예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며 사실상 합병 계획 철회를 요구했죠.

 

결국 두산그룹이 한발 물러섰어요. 합병 계획을 일부 철회한 거예요. 밥캣을 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기존 계획은 유지하되, 밥캣 주주들에게 로보틱스의 주식을 주고 밥캣을 상장 폐지하려던 기존의 방법은 취소하기로 했어요.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어요.

 

6. 합병 논란이 남기고 간 것

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사건은 기업의 인수합병 방식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촉발했어요. 특히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수면 위로 떠올랐죠.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법체계에선 인수합병을 위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시가총액을 기준 삼아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주가가 고평가 된 기업과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요. 이런 점을 악용해서 기업의 최대주주에게만 유리한 방식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비판이에요.

 

다른 한편에서는 금감원의 간섭이 과했다는 지적도 있어요. 밥캣과 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음에도, 금감원에서 두 번이나 제동을 걸면서 마치 사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허가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행동했다는 이유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회사의 합병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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