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법 바꾸자!
1) 민주당의 제안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습니다. 주주에 대한 기업 이사의 의무와 주주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인데요. 지금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2) 뭐가 바뀌는데?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최종안에는 △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및 보호 의무 명시 △ 이사회 구성 다양화 △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현행 상법 제382조 3의 “회사를 위하여”라는 부분을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수정하고,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합니다.
집중투표제(누적투표제) 도입이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10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10표가 되는 것이죠. 집중 투표제를 도입하면 소액주주가 원하는 이사가 선임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상법 제382조 3(이사의 충실의무)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3) 개인투자자 반응은 긍정적
개인투자자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상법이 개정되면 기업 이사가 지배주주를 위해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개인투자자가 쪼개기 상장이나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 등으로 피해를 본 경험이 많았다 보니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이죠.
쪼개기 상장이란 기업이 국내를 넘어 해외 증권시장에도 상장하거나 상장이 된 모회사에서 일부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한 뒤 해당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동시 상장 혹은 중복 상장이라고도 표현하는데요. 쪼개기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의 지분 가치가 희석돼 주주 권익이 침해되기도 합니다.
2. 쇠뿔 바로 잡으려다 소 잡는다
1) 긴급 성명 낸 사장단
반면,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합니다. 지난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삼성, SK,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 16곳이 목소리를 모아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2) 부작용이 더 커
공동 성명의 핵심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경영 전반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영계는 △ 소송 남발 △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 신성장동력 발굴 여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언급했는데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충실의무를 근거로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3) 반대 입장으로 선회한 정부
기업의 반발에 그간 상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던 정부는 입장을 바꿨습니다. 지난 23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오히려 기업과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공식화했는데요. △의사 결정 지연 △소송 남발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 △경영권 위협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죠.
4) 자본시장법 보완은 어때?
정부와 여당은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보완을 제시합니다. 일반 투자자 보호 및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죠. 이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문제가 된 쪼개기 상장, 무리한 합병 등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겁니다.
자본시장법이란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증권 거래법, 선물 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등 6개 법을 폐지 및 통합해 개편한 법이죠. 정식 명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입니다.
3. 끝장 토론 제안, 국장 반등 가능할까
1) 대화로 해결하자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개 찬반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이 대표는 소액 투자자 보호라는 공동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타협도 가능하다며 대화를 요구했죠.
2) 누가 누가 참여할까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방식, 참가자 등은 미정이지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경협 등이 토론회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입니다. 선례를 고려하면, 방식은 TV 생중계 토론보다는 국회에서 진행하는 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3) 변화 필요한 건 사실
한편, 둘 중 어떤 방법이든 국내 증시를 부양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집니다. 올해 한국 증시는 글로벌 평균(17.6%)을 밑도는 -12%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한 해를 보냈는데요. 지난 10월에는 국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이 올해 들어 최저치인 50조 5,865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죠.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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