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가족 된 지마켓과 알리
1) 손잡은 신세계와 알리바바
지난 26일, 신세계그룹(신세계)이 중국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세계는 G마켓 지분을, 알리바바 그룹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 지분과 현금 3천억 원을 투자하는데요. 합작법인의 규모는 6조 원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2) 상품부터 물류까지
내년에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지마켓과 알리 모두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운영은 지금처럼 독립적으로 이뤄지지만, IT 시스템이 통합되면 지마켓에서도 알리바바에 등록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죠. 여기에 더해 물류망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됩니다.
3) 알리 출신 CEO 덕분?
이번 합작의 핵심 인물로 정형권 지마켓 대표가 거론됩니다. 올해 6월,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출신인 정 대표를 영입한 것도 이번 합병을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정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합작 법인 설립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 쿠팡-네이버 독주 막자
1) 지마켓 살리기 대작전
신세계의 이번 합작 결정엔 지마켓을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2021년, 신세계가 3조 4,4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지마켓은 2022년(-654억 원), 2023년(-321억 원)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341억 원의 적자를 내며 위기를 맞았습니다. 시장을 장악한 쿠팡과 네이버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죠.
2) 해외 진출에 날개
우선 지마켓은 알리와의 합병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섭니다. 미국, 유럽, 남미,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알리바바그룹 플랫폼을 통해 국내 60만 셀러가 곧바로 해외 소비자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알리가 보유한 글로벌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종류, 가격 등을 책정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3) 알리는 한국 안착
작년 10월, 한국 상품 전문 채널 '케이베뉴'(K-venue)를 선보이며 적극적인 한국 진출에 나선 알리 역시 한국 시장 안착을 꾀합니다. 알리는 지난 11월 기준 약 562만 명에 달하는 지마켓 이용자를 흡수하면, 기존 967만 명이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1,530만 명대로 늘릴 수 있습니다. 지마켓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약점으로 꼽혀온 물류 경쟁력 확보도 노려볼 수 있죠.
월간활성이용자수(MAU, Monthly Active Users)란 30일 동안 앱을 사용한 사용자 수를 의미합니다. 애플리케이션 등 IT 서비스의 실적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입니다.
3. 시장 반응은 미지근
1) 과연 시너지 날까?
다만, 시장은 이번 합병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두 기업의 올해 총거래액(GMV)은 20조 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쿠팡(57조 원, 2023년 기준)과 네이버(45조 원)에 크게 밀리는데요. 생각보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2) 소비자 반감도 문제
한편으론 지마켓이 C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반감을 그대로 뒤집어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알리, 테무 등 C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다량 검출되는 일이 반복됐는데요. C커머스를 향한 소비자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죠.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3) 주가는 오히려 약세
이번 합작 소식에 신세계그룹 주가는 되레 약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27일, 이마트(-9.80%), 신세계(-1.50%), 신세계인터내셔날(-3.55%) 등이 모두 하락 마감했는데요. 앞선 우려와 함께 지마켓 쪼개기 상장 가능성이 거론된 영향이죠. 증권가에서는 향후 합작법인이 3년 내 상장에 나설 것이며, 상장이 불발되면 알리바바가 지마켓을 인수하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쪼개기 상장이란 모기업이 사업부 일부를 별도 회사로 분리한 다음, 이를 증시에 새롭게 상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자회사가 중복 상장되면 자연스럽게 모회사의 주가가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이처럼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쪼개기 상장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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