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싸늘한 IPO 시장
1) 11월, IPO 급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기업공개(IPO) 규모는 1,875억 원으로 전월(7,676억 원) 대비 70% 급감했습니다. 건당 규모도 156억 원으로 전월 평균인 376억 원보다 크게 줄었는데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하려는 대형 기업의 IPO가 없었던 영향입니다.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란 기업이 주식시장에 공식적으로 상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스피나 코스닥 등 주식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인데요.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서는 경영 방식, 회계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하고, 주식을 공개된 시장에 내놓아야 하기에 기업공개라고 불립니다.
2) 날씨와 함께 얼어붙은 시장
올해 상반기,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의 상장으로 과열됐던 국내 IPO 시장은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로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습니다. 지난 10월, 케이뱅크가 기관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연기한 것이 대표적인데요. 코스피 입성을 노리던 2차전지 인프라 기업 씨케이솔루션 역시 연말 상장을 목표로 IPO를 진행했으나,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하며 상장을 철회했죠.
3) 공모가 밑도는 기업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장에 나선 기업은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9일까지 상장을 완료한 종목 74개 중 52개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중인데요. 공모주 10개 중 7개 종목이 손해를 봤다는 의미죠.
2. IPO, 하반기 부진의 이유는
1) 증시 침체로 옥석 가리기
이렇게 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로는,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하면서 IPO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꼽힙니다. 상장 당일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과거 묻지마 청약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도 투자 종목을 신중히 고르게 됐다는 해석인데요. 실제로 신규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주가수익률은 3개월 평균 -2.0%로 작년(35%)과 비교해 급감했습니다.
2) 계엄사태로 커진 불확실성
비상계엄 여파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악재입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분야로도 퍼지면서 IPO 시장도 영향을 피하지 못했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정정을 이유로 12월 상장 일정을 내년 1월로 미룬 예비 상장기업이 5곳입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이달 4~5일에 상장 일정 변경 공시가 몰렸습니다.
3) 공모가 부풀렸나?
공모가 뻥튀기 논란도 IPO 시장 부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는 작년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1조 5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당시 파두가 내놓은 연간 예생 매출액은 1,203억 원이었죠. 그런데 상장 직후 실적을 확인하니 작년 2분기와 3분기 매출은 각각 5,900만 원, 3억 2,000만 원에 그치면서 공모가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4) 파두 사태, 진짜였어?
심지어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 이런 의혹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는 분위기입니다. 파두는 2022년 말부터 주요 거래처들의 발주 감소 및 중단으로 매출액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해당 사실을 숨긴 채 IPO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결국 파두와 상장 주관사 관계자들이 검찰에 송치된 상황입니다.
3. IPO 시장, 새해엔 괜찮아질까?
1) 아직 불안해
최근까지도 IPO 시장엔 찬바람이 여전합니다. 지난 16일, 코스피에 상장한 방산 부품기업 엠엔씨(MNC)솔루션은 공모가 대비 20% 하락한 성적표를 받았는데요.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8.18대 1을 기록하고,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도 통합 경쟁률이 2.4 대1에 불과했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모습이죠.
2) 내년 초, 대어급 뜰까
다만, 내년 초엔 대어급 기업의 상장이 예정된 만큼 분위기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내년 1~2월에는 LG CNS와 DN솔루션즈,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 몸값이 조 단위인 기업 4곳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거래소에서 심사를 진행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달바글로벌 등을 포함하면 내년 상반기에만 6개 기업이 코스피 상장을 노리는 중이기도 한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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