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액면분할 유행이 번집니다. 올해 들어서만 12개의 기업이 액면분할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각), 1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단행한 엔비디아가 대표적이죠.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주식 하나를 5천 원짜리 주식 두 개로 쪼개는 식이죠. 주식분할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1. 미국 증시는 주식분할 붐
1) 줄줄이 액면분할 발표
최근 미국 증시에서 액면 분할에 나선 건 엔비디아만이 아닙니다. 올해 1월 월마트의 3대 1 액면분할을 시작으로 오는 26일엔 치폴레가 50대 1의 액면분할을 앞뒀는데요. 지난주에는 브로드컴과 주방용품 및 가구 판매 업체 윌리엄스소노마가 각각 10대 1과 2대 1의 액면분할을 예고했죠.
2) 주가 급등의 마법
액면분할 소식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집니다. 엔비디아는 액면분할소식이 전해진 이후 30%가량 급등했고, 브로드컴 주가 역시 액면 분할을 발표한 다음 날 12% 넘게 폭등했습니다.
3) 다음 액면분할 타자는 누구?
다음 액면분할 주자로는 주가가 1,000달러가 넘는 부킹홀딩스(온라인 여행 예약 서비스), 오토존(자동차 부품 소매업), 데커스아웃(의류∙신발 브랜드) 등이 후보로 거론됩니다. 최근 S&P 500 지수에 편입된 코스트코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스포티파이, 울타뷰티, 서비스나우 등도 주식분할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죠.
2. 액면분할의 효과와 부작용
1) 투자자 유인으로 유동성 증가
액면분할의 대표적인 효과는 유동성 증가입니다. 액면분할로 주식의 총수는 늘어나지만, 주식 한 주당 가격은 낮아지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의 투자 접근성이 좋아지는데요.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액면분할을 한 주식은 액면분할 직후 1년 평균 수익률이 25.4%로 집계됐으며, 이는 일반 주식 수익률(12%)의 두 배 이상이었습니다.
유동성은 자산을 손실 없이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기업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말은 회사 내에 현금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2) 경영권 방어 효과도
액면분할은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도 될 수 있습니다. 액면분할 후 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가가 낮아지면 시장에서 쉽게 거래될 수 있고, 주식의 소유자가 더 광범위하게 분산되는데요. 이는 적대적 인수·합병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자가 목표로 하는 지분을 확보하기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죠.
3) 적대적 인수·합병(Hostile Takeover)
상대 기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하는 인수·합병을 뜻합니다. 보통 인수·합병을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매수자와 피매수 기업 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 확보 싸움이 발생하죠.
4) 주가 변동성 증가
다만, 액면분할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액면분할로 인해 주가가 낮아지면 거래량이 증가해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분할 직후에는 낮아진 주가로 인해 단기 투기적 매매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급격히 오르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장기 투자자로선 투자 리스크가 커지는 것입니다.
3. 한국에선 어떤데?
1) 대부분 분할 후 주가 떨어져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에서는 액면분할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7년 내 액면분할을 한 주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네이버, SK텔레콤, HD현대(구 현대중공업), 카카오, 신세계인터내셔날, 에코프로 등이 있는데요. 이 중 카카오와 HD현대를 제외한 5곳은 액면분할 후 3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2) 실적이 뒷받침돼야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은 액면분할로 유통 주식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오히려 대량 매도가 발생해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액면분할을 한 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와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면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이에 주가도 하락세죠.
3)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액면분할 기대
물론 실적이 바탕이 되는 종목은 액면분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식품, 포스코홀딩스,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이죠. 특히, 현재 73만 7천 원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가장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작년 매출 3조 6,946억 원, 영업이익 1조 1,137억 원의 호실적을 달성해 액면분할을 향한 기대감이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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