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객 만족을 위해 어려움을 자처합니다
와이즐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미 많은 새벽배송 기업들이 쓰러지고, 대기업들조차 이를 포기한 상황에서 굳이 후발주자로 뛰어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와이즐리 김동욱 대표에게 직접 인터뷰를 요청하였는데요. 그의 답변은 명쾌했습니다.
"새벽배송은 새로운 성장 동력인 식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했습니다. 와이즐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로마진 회원 수의 증가이고, 그 수단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초저가에 판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객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가성비를 가장 절실히 원하는 제품군으로 항상 식품이 최상위에 오르더라고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식품 구색을 계속 늘려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축산, 과일, 계란, 유제품 등 일부 품목은 품질을 높이려면 새벽배송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객이 느끼는 실질적인 품질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테스트를 결정하게 된 거죠."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배송 방식이 상품의 실제 품질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우리는 이미 컬리의 샛별배송과 쿠팡의 로켓프레시를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새벽 시간대에 배송하면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쉬워지고, 이를 요리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처럼 온라인에서 고객이 어떤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할 때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언제든지 쉽게 비교할 수 있고, 이탈이 자유로운 이커머스 경쟁 환경 속에서는 배송, 가격, 품질을 모두 잡는 곳만이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식품을 핵심 카테고리로 삼고자 했다면, 이번 와이즐리의 다소 위험해 보이는 도전은 필연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 '제로마진'인데도 괜찮을까요?
새벽배송을 도입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럼에도 와이즐리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선택이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배송은 많은 기업들이 포기했을 만큼 비용적인 부담이 큰 서비스이기 때문인데요. 이제 막 흑자 전환을 앞둔 와이즐리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새벽배송이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저녁까지 주문을 받고,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출고 및 배송 작업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인건비가 많이 들고, 제한된 시간 내에 배송을 완료해야 하기에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컬리가 새벽배송 도입 시 프리미엄 전략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진이 큰 프리미엄 상품을 통해 손익을 빠르게 맞추려는 전략이었죠. 쿠팡 역시 막대한 거래 물량을 기반으로 가격 협상력을 극대화해 납품 단가를 낮추며 이 비용 부담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기업 모두 자체 배송 차량 운영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와이즐리의 '제로마진 멤버십'은 유료 회원에게 마진 없이 원가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진이 없기 때문에 거래가 늘어도 비용을 상쇄하기 어렵습니다. 아직은 당연히 물량이 적어 자체 배송을 하기보다는 팀프레시와 협력해 새벽배송을 도입했는데요. 초기 투자나 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이러한 고정 단가 형태의 구조에서는 규모가 커져도 추가적인 비용 절감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와이즐리는 어느 정도 비용을 상쇄해야 새벽배송에서 흑자를 낼 수 있을까요? 커넥터스의 도움을 받아 추가 취재한 결과, 팀프레시의 새벽배송 단가는 건당 약 3,000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반 주간 배송비인 약 2,000원보다 1,000원 이상 비싼 금액입니다. 와이즐리가 구매 금액과 상관없이 주문당 3,000원의 배송비를 청구한다고 해도, 만약 새벽배송 비용이 이를 초과한다면 무조건적으로 손해는 보는 구조인 거죠. 이처럼 자칫하다간 제로마진 회원에게는 주문이 늘어날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신선식품의 폐기와 출고 비용 등을 고려하면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는 정말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새벽배송이 일반 배송보다 비용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 전체의 손익입니다. 새벽배송의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도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 구조 전체의 비용 우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겁니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즐리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상품 품목을 엄격히 제한해 운영 비용과 폐기를 최소화하고, 팀프레시와 협력해 비용 절감을 추진하며, 일부 냉매와 포장 부자재도 직접 구매한다고 합니다. 또한 합포장을 통해 추가 효율화를 꾀하고, 이를 위해 자체 풀필먼트 센터를 준비 중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새벽배송 비용을 3,000원 이내로 관리할 수 있다면, 적어도 최소한의 지속 가능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쿠팡처럼 대규모 물동량을 바탕으로 외주보다 저렴한 구조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비용 절감을 시도해 보는 것은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입니다.
3. 고정비 대 멤버십 수익
물론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펼쳐지더라도, 적자를 면하는 것이지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답은 제로마진 멤버십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 그대로 상품 판매에서 마진이 없어도, 멤버십 수익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즐리는 코스트코와 알디를 주요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유료 멤버십 수익을 핵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코스트코와 유사합니다. 다만 코스트코조차도 최대 15% 수준의 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점은, 멤버십 수익만으로 모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와이즐리는 코스트코와 달리 매장 유지 및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고, 물류비용도 매출원가에 포함해 해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로마진 회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합니다.
이러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상품의 구색을 계속 확대해야 하고, 이는 다시 비용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와이즐리는 최근 매출 및 제로마진 회원 수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프로덕트 매니저 등 인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풀필먼트 센터 구축을 위한 물류 운영 인력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고객들에게 '왜 제로마진에 가입하지 않았습니까?' 혹은 '왜 제로마진을 탈퇴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은 '꾸준히 살 만한 제품이 많지 않아서'였습니다. 결국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구매하고 싶을 만큼 좋은 제품이 많아져야 제로마진 회원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올해 인원을 많이 충원했는데, 그중 대부분이 제품 기획자입니다. 물론 고정비가 증가하긴 했지만, 동시에 동일한 인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한 생산성 개선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인력 증가로 인한 비용보다 매출 증가폭이 더 크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멤버십과 일부 상품 수익으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와이즐리가 본인들의 모델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흑자 전환을 이루는 동시에, 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숫자로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4. 가장 교과서적인 마케팅을 합니다
그렇다면 와이즐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현 상황에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세운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의 뚝심만큼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특히 성장을 위해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김동욱 대표의 답변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와이즐리는 앞으로도 마케팅에 돈을 쓸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도 가장 폭발적인 성장은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비롯되었으며, 마케팅이 그 원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와이즐리도 초기에는 마케팅을 많이 했지만, 그때보다 지금, 마케팅 없이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성장세가 훨씬 빠릅니다. 그래서 오히려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욱 와이즐리 대표)
이러한 발언이 신뢰가 갔던 이유는, 오히려 마케팅의 본래 의미에 충실했기 때문인데요.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을 "기업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과 강한 관계를 구축해 서로 이익을 얻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와이즐리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제로마진 멤버십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이를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점에서 와이즐리의 사업 모델은 본질적인 마케팅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고요.
물론 교과서를 따르는 것이 가장 어렵듯이, 이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와이즐리가 걸어온 여정도 위기의 연속이었고, 여전히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보기엔 이른 단계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처럼 자신들이 정한 가치를 진정성 있게 추구해 나간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행보를 기대하며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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