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3분기 충격적인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경제(실질 GDP) 성장률이 0.1%로 예상치였던 0.5%를 한참 밑돌았는데요.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2.4%)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3분기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수출이었습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2대 수출 품목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이 모두 부진했습니다. 이에 관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오늘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상황과 반도체 위기설, 그리고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봅니다.
1. 우리나라 경제, 지금 어떤 상황일까?
1) 3분기 성장률, 기대 이하
올해 3분기 우리나라의 경제는 전 분기 대비 0.1%(속보치)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22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2.5%로 예측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온 건데요. 이대로라면 올해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2.4%에도 못 미칠 거란 예상도 나옵니다.
우리 경제는 올해 1분기 1.3%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하며 뚜렷한 경제 회복세를 보였지만, 2분기 -0.2% 역성장하며 온탕과 냉탕을 오갔는데요. 3분기 다시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긴 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해, OECD, IMF 등 글로벌 경제 기구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잡았는데, 이 역시 3분기 성장률 발표에 따라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이죠.
2) 수출은 줄고, 내수는 늘고
3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은 부진했던 수출이었습니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2분기 대비 0.4% 감소했는데요.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1년 9개월 만입니다. 한편,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전체 성장률을 -0.8%P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죠.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비IT 품목의 수출 부진 심화가 수출 감소의 원인이었으며, 특히 자동차 부문은 완성차 부품업체들의 파업과 시설 보수 공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3분기 한국GM과 현대모비스 계열 부품사가 파업하면서 발생한 생산 차질이 생산량을 갉아먹은 것이죠. 한편, 화학 부문의 수출이 줄어든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배터리와 소재 등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내수가 회복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올해 3분기 전체 내수는 지난 분기 대비 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간소비 성장이 2분기 -0.2%에서 3분기 0.5%로, 설비투자가 1.2%에서 6.9%로 늘어나는 등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가 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임금 상승률도 높아 민간 소비 여력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내수도 상승세를 탔죠.
3)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분기 수치는 연간 수치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라면서 분기 성장률에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총재는 4분기 성장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인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고 공언했는데요. 3분기 상황만을 반영할 경우 약 2.2~2.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현재의 상황은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경기 침체 논란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잠재GDP의 증가율입니다. 잠재GDP란 한 나라의 생산 역량을 총동원했을 때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GDP를 뜻하는데요. 다시 말해, 물가가 오를 정도로 경기가 과열되지 않는 선에서 한 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잠재성장률은 구하는 공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경제 연구 기관이 한 나라 경제의 생산성과 인구 증가율, 자본 증가율 등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추산해 제시합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도 이 총재와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2분기 우리 경제가 -0.2% 역성장한 것은 1분기 성장률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며, 우리 경제가 양호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침체 위기는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출을 부진이나 침체의 신호로 보기보단, 주춤하거나 잠시 조정을 받는 쪽으로 해석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수출의 방향성을 정확히 알긴 어려우며, IT 업계의 사이클이나 주요국 경기, 글로벌 교역 조건 변화 등을 더 점검해봐야 한다고 덧붙였죠.
2. 위기감 커지는 반도체, 괜찮을까?
1) 반도체, 우리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할까?
우리나라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0%에 달합니다. 우리 경제는 제조업(25%)과 서비스업(60%), 건설업(5%)이 주축을 이루는데, 전체 제조업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데요. 전체 수출에서도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핵심 사업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죠.
이번 3분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품목 수출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은 둔화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설과 함께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요. 특히 IT 기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와 IT 제품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기술 혁신과 비메모리 부문의 다각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2) 삼성전자의 위기, 중국의 거센 추격 때문?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걷습니다. 7월 중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로 8만 7천 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어느새 5만 5천 원대까지 내려갔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는 33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힘을 못 쓰는 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부진이라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는데요. 삼성전자는 3분기 79조 원의 매출과 9조 1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특히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약 10조 7,717억 원)를 크게 하회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감소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거센 추격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창신)가 공격적인 투자로 D램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2022년 전 세계 D램 용량의 4%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CXMT는 올해 점유율을 11%까지 늘렸고, 내년 말엔 16%에 달할 전망입니다. 2016년 문을 연 CXMT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한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출신 인재를 대거 스카우트해 갔죠.
CXMT와 삼성전자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6~8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CXMT는 레거시(구형)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 내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역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라는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당장 CXMT가 삼성전자의 아성을 위협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 중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를 싹쓸이한 뒤 지금은 첨단 OLED 분야에서까지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3.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형 제조업 중심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하고, 그중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데요. 주력 분야도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같이 글로벌 경기 변동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한 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모두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거나, 이미 앞선 분야기도 하죠. 질적으론 우리나라가 중국에 앞서더라도, 양적으로는 중국에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도 경제 구조를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나라는 특정 산업, 특히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글로벌 경기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따라 비메모리 반도체와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인공지능 등 신성장 산업으로의 다각화를 통해 경제적 안정성을 높여야 합니다.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서비스업을 강화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입니다. 제조업은 여전히 경제의 핵심이지만,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커 지속가능한 성장에 유리한데요. 정보통신과 금융, 관광, 헬스케어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면 경기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죠. 서비스업 육성은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도를 낮춰가는 데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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