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 관세 인상 조치도 그 연장선상입니다. 중국 과잉생산 문제, 미국 대선 등 여러 경제적, 정치적 이슈가 얽힌 만큼 두 나라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 견제 나선 미국
1) 중국 때리기 나선 바이든 대통령
지난 17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7.5%에서 25%까지 올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자국산 제품에 대한 보조금 때문에 미국 제품의 경쟁력이 지나치게 약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중국의 헐값 수출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한 지 불과 하루 만이었습니다.
2) 근거는 무역법 301조
이번 조치는 미국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의 통상 관행이나 정책을 조사해 무역장벽이 확인되면 수입품에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2018년 이 조항을 활용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3) 미국 대선을 앞둔 행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두고 11월 치러질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재선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러스트벨트 노동자 표를 의식해 관세 3배 인상이라는 강수를 둔 거라는 해석입니다.
러스트벨트란 197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가 줄고 침체하기 시작한 미국 북부와 중서부 지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계 제조업의 쇠퇴와 함께 추락했기에 녹슨(rust) 지대(belt)라는 별명이 붙었죠. 철강산업의 메카 피츠버그도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2. 꾸준히 이어진 미·중 무역 갈등
1) 시작은 트럼프 행정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은 오래전 시작했습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340억 달러(약 40조 2,050억 원)에 달하는 중국산 물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후 두 나라가 관세 부과를 주고받으며 다툼이 이어졌고, 갈등은 반도체 등 첨단 분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2) 다시 갈등 촉발한 중국 과잉생산
최근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을 지적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주 방중에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 과잉생산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철강, 전기차, 배터리 등이 국내 수요보다 과잉 생산되는데요. 남는 물량을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멕시코, 브라질 등에 싼값에 수출해 각국 제조업 종사자를 위협합니다.
3) 한국, 일본과도 협력하는 미국
이어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공조에 나섰습니다. 17일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3국 재무장관은 "공급망 취약성과 핵심 부문의 경제적 강압과 과잉생산 등 다른 국가의 비시장 경제 관행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지적으로 여겨집니다.
3. 무역전쟁, 재점화되나?
1) 즉각 반발한 중국
미국의 조치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17일 미국의 301조 조사가 경제적 상식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중국 기업은 기술혁신과 적극적인 시장 참여로 성장한 것이라고도 반박했습니다.
2) 바이든 피해도 트럼프
하지만 미국 역시 쉽게 물러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뿐 아니라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도 재집권 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무려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관세 인상 기조를 내비쳤습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무역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3) 반사 이익 보는 한국기업?
한편, 중국산 제품이 관세 철퇴를 맞으면서 한국의 철강, 알루미늄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18일, 철강기업인 하이스틸(18.07%), 포스코스틸리온(10.76%)은 주가가 대폭 올랐는데요. 조일알미늄(6.58%), 남선알미늄(2.47%) 등도 상승세를 탔습니다.
4) 조선 기업은 왜?
한편, 18일엔 한화오션(14.83%), 삼성중공업(9.78%) 등 조선 기업도 급등했습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조선업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엄중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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