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시공 능력 16위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소식을 전했습니다. 워크아웃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단이 채무 조정 등을 통해 기업을 되살리는 절차로, 채권단 3/4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제시한 사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내놓은 자구책에도 핵심이 빠져 채권단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만약 워크아웃이 성사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넘어가야 하는 만큼, 모두가 태영그룹의 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법정관리란 법원의 주도로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기업의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경영도 통제되는데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기업이 정상화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회생 절차입니다.
1. 태영그룹의 호소, 채권단은 싸늘
1) 태영그룹 창업주의 호소
지난 3일 태영그룹이 400여 곳의 태영건설 채권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창업주 윤세영 명예회장이 직접 나와 채무 상환 기회를 달라고 채권단에게 호소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9조 원으로 지적된 부동산 PF 중 문제가 큰 우발채무 규모는 2조 5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2) 자금 확충 계획
이와 함께 태영그룹은 1조 6천억 원 규모의 자금 확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태영인더스트리를 비롯해 에코비트, 블루원 등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자회사 평택싸이로의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3) 핵심이 빠졌다
하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채권단이 기대하던 '알짜 자회사' SBS 매각과 윤 회장 일가의 사유재산 출연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당초 채권단은 워크아웃을 위해 3천억 원 규모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자구책 규모(1.6조 원)가 우발채무 규모(2.5조 원)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었습니다.
2. 워크아웃, 무산될 수도
1) 450억, 왜 안 갚아
자구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태영그룹과 채권단 관계는 심상치 않았습니다. 지난달 29일에 만기가 돌아온 451억 원 규모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이 문제였습니다. 태영그룹은 외담대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되는 만큼, 워크아웃 선언과 함께 상환이 유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채권단은 돈이 있는데 빚을 갚지 않는 건 정상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3)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기업 간 거래에서는 물품을 받은 뒤 대금을 바로 지급하는 대신 미래에 대금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외상매출채권을 주는 경우가 흔합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기업은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요. 이를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라고 합니다.
4) 약속은 왜 안 지켜
1,549억 원 규모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두고도 잡음이 나옵니다. 태영그룹은 매각 자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작 태영건설에 지원한 것은 4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주회사인 TY홀딩스의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나머지 1,149억 원도 태영건설에 전달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
5) 억울하다는 태영그룹
태영그룹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TY홀딩스가 태영건설을 대신해서 채무를 상환했다는 겁니다. 자구책에 사재 출연 내용이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416억 원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지분을 매각한 금액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549억 원 중 남은 매각 대금 259억 원도 태영건설에 추가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6) 수긍 못 한 산은
하지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태영그룹의 해명에도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입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모두 태영건설 지원에 투입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본 겁니다. 이에 매각 대금 중 윤 회장 막내딸인 윤재연 블루원 대표의 몫 513억 원도 태영건설에 투입하라는 요구를 내놨습니다.
7) 칼 빼 든 금융당국
금융당국도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4일 “매각 자금을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밝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자구책에 대해서도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외담대 상환, 사재출연 확대 등 채권단을 설득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3.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냐
1) 법정관리 가나
워크아웃 개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될 예정입니다. 만약 워크아웃까지 무산되면 기업회생절차인 법정관리 절차로 들어갑니다. 이땐 기업의 영업활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고 채무 삭감, 자금 지원 등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2) 수많은 관련 업체
영업이 중단되면 관련 업체의 피해가 가장 걱정입니다. 건설업 특성상 협력업체 수도 많습니다.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는 1,075개로, 정부가 파악했던 규모의 2배에 달합니다.
3) 분양 피해는
태영건설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피해도 문제입니다. 태영건설 사업 중 현재 분양계약자가 있는 곳은 22개로, 총 1만 9,869 가구에 달합니다. 정부는 사업 지원 혹은 환급 절차를 통해 분양자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구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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