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곳곳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경제 위기에 버금가는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LG경영연구원은 ‘2024 거시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을 1.8% 대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지난해의 1.3% 보다 0.5% 회복한 수치지만, 여전히 2% 미만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동시에 기획재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예측한 2.2~2.4% 정도의 성장률보다 적은 수치이지만, 한국은행 역시 IT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 무시할 수 없는 의견입니다. 올해 경제가 이처럼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산업의 전망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주에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건설산업의 7대 이슈’를 바탕으로 2024년 건설산업의 주요 이슈와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주택 경기침체 회복 여부와 금리 전망 : 부동산 PF
최근 건설시장이 침체된 가장 큰 원인은 주택시장의 위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년,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책으로 회복세를 보이나 싶었던 주택시장은 아직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겨울이 되자 거래량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촉발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금리는 분양사업과 분양시장 양측 모두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고금리로 인해 아파트 개발에 필요한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건설사에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동시에 높은 대출 금리는 분양 수요를 떨어뜨리며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합니다.
게다가 올해 부동산 회복의 공신으로 여겨지는 40조 원 규모 ‘특례보금자리론’이 내년 1월 종료되어 악재가 겹쳤습니다. 이와 관련해 건산연에서는 ‘2024년 건설 및 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에서도 마찬가지로 1.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같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분양 시장 침체로 이어져, 결국 건설사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 분양물량 전망은 작년에 비해 소폭 오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어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물량은 더욱 축소되며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다만, 미국 고금리 상황의 원인인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고 있어 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국내 반영에는 시차가 있을뿐더러 그럼에도 급등한 국내 물가 문제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기 때문에 주택경기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최근 건설업계의 가장 큰 이슈인 부동산 PF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통상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이미 재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의 신뢰도가 급락해 자금 시장이 경색되었습니다. 그 여파가 아직 이어져 건설사들은 심각한 자금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이 최근 대형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부동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조달하는 부동산 PF 대출은 시행사의 신용을 건설사가 보증하는 구조입니다. 앞서 언급한 금리 상승, 주택시장 위축을 비롯한 건설경기 악화가 심화되며 시행사가 공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니, 건설사는 예상치 못한 빚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빚을 ‘우발채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 등의 악재가 계속 발생하며 시장이 회복되지 않자, 우발채무는 쌓여만 갔습니다. 결국 버티다 못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즉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신청하게 된 것입니다. 1군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은 시장에 충격을 불러왔습니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PF 관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니 신용평가사에서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내년 건설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에서는 25일 ‘건설업 단기등급 정기평가 결과 및 전망’을 통해 2023년부터 본격화된 공급 축소가 2024년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건설사 자금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의 이러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악순환이 반복되어 올해 만기 회사채 물량은 153조에 달합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발행사들이 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2년의 단기 채권 발행을 늘린 것입니다. 금융 당국은 살얼음판 같은 상황을 주시하며 ‘자기 책임’ 론을 강조했습니다. 스타트는 태영건설이 끊었고, 앞으로 또 어떤 건설사가 백기를 들고 나올지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현 상황의 원인이자 결과인 주택경기 회복 여부가 2024년 건설 산업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며 더불어 금리와 주택 규제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환경 문제 및 거버넌스 분야 법적 의무 강화
지난 12월, 유럽연합(EU)에서 공급망 실사법이 임시 합의되어 정식 승인 및 채택 단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급망 실사법의 핵심은 인권과 노동, 환경으로 기업경영 활동이 미치는 실재적 및 잠재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처하는 상황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법안입니다. 이러한 공급망에 대한 규제가 법제화되면 유럽연합(EU)에 속하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법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태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영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각종 규제들을 논의하고,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때 건설업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가 2024년부터 30세대 이상 민간공동주택으로 확대된다는 것입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는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의 경우,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수준을 인증받아야 합니다.
더불어, 2024년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의무가 자산 5천억 원 이상 상장사로 확대됩니다. 코스피에 상장된 중견 건설기업들도 포함됩니다. 따라서 그동안 혁신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덜 관심 가지던 건설기업의 투명성 등의 거버넌스 이슈들이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3. 건설현장과 품질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건설 관련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건설사업 품질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 민원이 41만 건 이상에 달합니다. 이처럼 건설사업 품질문제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등장하자, 정부에서는 대응에 나섰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계약법’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하도급만 주는 건설사와는 계약을 맺을 수 없도록 추진 중입니다. 더불어, 부실벌점 대상을 신인도 평가뿐만 아니라, 시공경험평가와 동일실적 경과 정도 평가에도 확대 적용하는 개정안을 검토 중입니다. 서울시 등의 주요 지자체들 또한 품질 점검 강화와 분쟁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건설사들 또한 올해 목표로 품질 강화를 강조합니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은 신년사에서 중대재해 제로와 품질 하자 제로를 목표로 최고의 건설품질을 선보이자고 주문했습니다.
4.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바로 3주 뒤인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대상이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중소사업장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중소건설업계의 준비가 미흡함에 따라 반발이 심한 상황입니다. 당정 또한 유예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며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현황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한 6개 경제 단체도 아직 중소기업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을 시행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유예 연장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인용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 대상 설문결과, 94%가 ‘법 적용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당정과 경제계의 이러한 요구를 야당이 아직 수용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야당의 결정에 따라 중소기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5. 건설 신기술 및 신사업 역량 강화 필요성 증대
2024년 건설업 주요 이슈 대부분은 결국 건설 혁신의 필요성으로 귀결됩니다. 건설공사 품질 안전,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시장 악화, 환경 문제 등의 이슈는 모두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전부터 이를 인지한 건설사와 정부 등은 모두 적극적으로 스마트 건설 기술을 활용해 업계 전반의 질적인 개선을 목표로 해왔습니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스마트 건설기술을 도입하며 경쟁력 향상을 꾀했습니다. 수년 전부터 개발에 뛰어들었던 성과가 최근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스마트 건설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습니다. 건설현장 안전관리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여 효율성은 높이고 사각지대를 줄였습니다.
또한, 업계의 대형,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사업 진출이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주택경기가 악화되고, 금리와 공사비가 오르며 기존 건설사업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분양시장 또한 축소되며 시장 리스크가 확대되었고, 이에 신사업 진출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따라서 신기술, 신사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역량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2024년 시무식을 통해 올해 경영방침을 발표하고 신기술·신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롯데건설 김현철 대표는 시무식에서 내실경영과 새로운 미래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해외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또한 해외·신사업 전략을 밝혔습니다. 건설산업의 위기를 내실 다지기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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