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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피할 수 없는데 마냥 즐길 수도 없는 미래 (feat. 전기차 업계의 위기)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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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데 마냥 즐길 수도 없는 미래 (feat. 전기차 업계의 위기)
피할 수 없는데 마냥 즐길 수도 없는 미래 (feat. 전기차 업계의 위기)

 

최근 전기차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전기차 화재 사건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기차 공포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인류의 이동 수단으로는 ‘피할 수 없는 미래’로 여겨졌던 전기차가 기로에 섰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인데요. 지금 전기차 업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1. 줄줄이 벌어진 전기차 화재 사고

지난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중인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주변에 세워져 있던 차량 140여 대를 모두 태울 정도로 큰 불이 났죠. 이 화재로 인한 피해액이 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대요.

 

전기차 화재 사고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테슬라의 전기 트럭이 나무를 들이받고 배터리에서 불이 나 도로가 폐쇄되기도 했어요. 포르투갈에서는 렌터카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 200대가 넘는 차량이 전소됐고요.

 

물론 전기차 화재 사고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유난히 큰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충격이 큰 상황이에요. 어떤 주차장에선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지하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택시를 불렀는데 전기차가 오면 불안해서 그냥 보낸다”는 글이 올라오기까지 했고요.

 

‘전기차 공포’가 일파만파 퍼지자, 자동차 업체들과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어요. 현대,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은 발 빠르게 긴급 무상 점검을 제공했고, 정부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어요. 기업들은 서둘러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나섰지만, 한 번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힌 이상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여요.

 

2.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말이야...

사실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벌어지기 전부터 전기차 업계는 한껏 움츠러든 상황이었어요. 화재 공포가 퍼지기 직전, 전기차 업계의 화두는 ‘캐즘(chasm)’이었죠.

 

캐즘이란 땅, 바위, 얼음 속 등에 난 아주 깊은 틈이나 골짜기를 뜻해요. 마케팅에서는 첨단 기술이나 제품이 출시된 직후의 작은 시장에서 보다 대중적인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하죠.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초기 단계에서 대중이 사용하는 단계로 넘어가려면 일시적인 정체를 겪어야 한다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가 본격적인 캐즘 현상을 겪고 있어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022년 대비 14%가량 증가했던 전기차 판매량은 하반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감소세가 더 뚜렷하죠.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6.5%나 하락했어요.

 

전기차 판매량이 떨어진 건,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볼 수 있어요.

1) 비싼 가격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 차 대비 비싼 편이에요. 특히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지난해 대비 10%가량 줄면서 가격 부담이 더 커졌죠. 한 대당 평균 50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축소된 건데, 지난 2017년 1400만 원에 달했던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어요.  

 

2) 충전시설 부족

지난 몇 년 사이 전기차 충전 시설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전기차 차주들은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이번 화재 사건 이후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향후 인프라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요.

 

3) 하이브리드 차 인기

최근 전기차와 휘발유차를 겸용한 ‘하이브리드 차’가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전기차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유인으로 작용했어요. 내연기관 차와 비교했을 때 세금 혜택이 큰 데다, 연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인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하이브리드 차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1분기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전년 대비 약 60% 늘어났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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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기차 투자 줄이는 자동차 업계

전기차의 인기가 뚝 떨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어요. 그동안 전기차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던 기업들이 어느새 하나둘 발을 빼고 있죠. 포드는 원래 전기차를 만들기로 했던 공장에서 이제 내연기관 트럭을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전기차 생산과 관련한 연간 지출 비중도 기존 40%에서 30%로 줄이기로 했어요. 제너럴모터스는 이전에 내세웠던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100만 대’라는 목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어요.

 

전기차 기업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시가 테슬라예요. 테슬라는 신차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가파르게 떨어졌어요.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16억 500만 달러(약 2조 17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하락했죠.

 

4. 덩달아 흔들리는 K-배터리 산업

문제는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국내 배터리 산업도 위축될 위험이 크다는 거예요. ‘K-배터리’는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산업이에요. 지난 2020년 이후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한국 기업들이 만든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고,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국산 배터리를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벌일 정도죠.

 

그런데 전기차 업황이 꺾이자, 잘 나가던 배터리 업체들도 위기를 맞았어요. 이른바 ‘배터리 3사(LG에너지설루션, SK온, 삼성 SDI)’의 영업이익은 급격히 떨어졌어요. 해외에서 추진하던 대규모 투자 사업도 중단하거나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요. 전문가들은 이대로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흔들린다면, 향후 전기차 산업이 다시 탄력을 받았을 때 우리 기업들이 세계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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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래도 전기차는 ‘정해진 미래’다?

전기차가 불편하고 불안하더라도, 결국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아요.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내연기관 차에 대한 규제를 도입한 지 오래죠. 예컨대 미국은 오는 2032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이에요.

 

물론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변수가 남아있긴 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전기차 우대 정책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보다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결국 전기차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일부 전문가들은 ‘과도한 전기차 공포증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어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자동차·철도 산업도 처음에 기술이 개발되는 단계에서는 많은 사고를 일으켰어요. 각종 기술적 결함을 발견한 뒤 수정하고, 더 엄격한 안전 규제를 도입하면서 산업이 비로소 안정화됐죠.

 

좋든 싫든 우리의 미래 이동 수단이 전기차가 되어야 한다면, 기피하기보다 위험을 인지하고 억제할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어차피 걸어야 할 길, 최대한 안전하게 가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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