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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거시경제

환율이 상승하면 발생하는 현상 총 정리 (feat. 환율과 무역)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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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상승하면 발생하는 현상 총 정리 (feat. 환율과 무역)
환율이 상승하면 발생하는 현상 총 정리 (feat. 환율과 무역)

 

1. 환율이란 무엇일까?

환율이란 외국 돈과 우리나라 돈 간의 교환비율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이란 것은 1달러를 사기 위해 1,300원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보통 환율이 높다고 할 때는, 원/달러 환율을 가리킵니다.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원화 가치가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환율이 1,000원에서 1,300원이 됐다면, 1달러를 사기 위해 원화가 300원 더 필요하다는 것이죠.

→ 환율 상승 = 달러 가치 상승 & 원화 가치 하락

 

환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달러 가치가 낮아지고, 원화 가치가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환율이 1,300원에서 1,000원이 됐다면, 1달러를 사기 위해 필요한 원화가 300원 줄어들죠.

→ 환율 하락 = 달러 가치 하락 & 원화 가치 상승

 

환율에 대해 대충 감이 오셨다면,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보통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환율이 올라가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커진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쉽게 말해,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우리나라가 무역에서 보는 이득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2. 환율과 무역 성적의 관계

우리나라 TV 가격이 200만 원이고,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고 해보겠습니다.

 

1) 수출

환율이 1,000원일 때 우리나라에서 200만 원인 TV는 미국에서 2,000달러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2,000원으로 오르면 미국에서 우리나라 TV는 1,000달러에 팔리겠죠. 같은 품질의 TV가 더 싸지니, 미국 사람들은 질 좋은 우리 TV를 많이 사고, 결국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납니다.

 

2) 수입

환율이 2,000원으로 오르면 수입물가가 비싸집니다. 미국산 소고기가 1근에 10달러인데,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이 되면 미국산 소고기 1근 가격은 10,000원 비싸집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드니,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물건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해외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면 우리나라가 무역에서 보는 이익(무역수지=수출-수입)도 커지겠죠? 그래서 경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환율을 높게 유지하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 시절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을 활성화하고자 했는데요. 900원대였던 환율은 1,000원을 넘어 금융위기 당시 1,400원~1,500원에 달했죠.

 

3. 막대한 양의 엔화를 찍어내 고환율을 유지한 아베 전 총리

참고로 선진국들도 수출 진작을 위해 의도적으로 환율을 높게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이 대표적인데요.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탈출을 위해 막대한 엔화를 찍어내 수출을 활성화하려 노력했습니다. 엔화를 왕창 찍어내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데요. 그러면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환율이 높아지는 것이죠.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그의 이름을 따 '아베노믹스(아베의 경제정책)'란 이름이 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베노믹스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생산 기반의 해외 유출이 꼽히는데요. 과거 도요타 같은 제조업 기업들이 국가 간 통상 문제나 환율 문제를 피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대거 해외로 이전하면서, 고환율로 인한 이득을 많이 보지 못한 것이죠.

 

또, 환율과 무역 흑자 간 연관성이 크다 보니, 강대국인 미국은 세계 여러 국가들의 환율을 감시ˑ관리하곤 합니다. 미국은 '세계의 시장'인 만큼, 미국에 제품을 수출해 돈을 벌고자 하는 나라들이 많은데요.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는 약 1,000조 원(8,600억 달러)에 달하기에, 특정 국가가 의도적으로 환율을 높여 미국 수출을 늘리려 하지 못하도록 여러 나라의 환율을 관리하는 것이죠.

 

강력한 보호주의자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를 무더기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국가가 환율을 의도적으로 높여, 미국의 무역적자를 키웠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 중국과 함께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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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환율은 수출을 활성화해 무역 수지 흑자를 늘려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특히 단기적으로는 고환율=수출증대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 상황이 그런데요. 이는 무역 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환율 외에도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퀴즈를 하나 풀어볼까요?

 

Q. 다음 중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①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이 늘어난다.

②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이 늘어난다.

③ 환율이 높아지면 경상(무역) 수지 적자가 커진다.

 

A. 위의 내용을 잘 읽으신 분이라면 2번과 3번을 고르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1, 2, 3번 모두 옳기도, 옳지 않기도 하다"입니다. 조금 허무하죠? 일단 이론적인 해설과, 현실적인 해설 두 가지 버전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론적으로 환율과 수출입의 관계만 놓고 본다면 2번과 3번이 옳지 않습니다.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들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합니다. 요즘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되는데요. 각각의 보기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고환율은 수출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최근 들어 고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효과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세계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두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경우 현지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니, 물건 가격이 환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되죠.

 

최근에는 미국의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달러의 가치만 높아지고,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는 함께 내려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만 환율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출 경쟁국들의 환율도 함께 오르고 있기에, 환율이 높아져도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길게 보면 고환율은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만, 최근에는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이런 효과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인데요.

 

또, 단기적으로는 국제적인 위기가 발생할 때 환율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쪼그라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때를 생각해 보면 되는데요. 보통 전쟁이나 질병 같은 국제적인 위기가 발생하면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높아집니다. 자연스럽게 환율도 높아지겠죠.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집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제품 소비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증가세를 보이던 우리나라의 수출도 당시 0.2% 감소했죠. 이렇게 외부적인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을 때 환율은 오르고, 수출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2008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죠.

 

2)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이 늘어난다?

보통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물가가 높아져 수입액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하지만 최근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벌써 3달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1일부터 20일까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76억 4천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수출이 늘긴 했지만(조업일수 기준), 수입이 더 크게 늘면서 적자를 본 것이죠.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내려갈 기미를 안 보이는데,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환율까지 높아지니 원자재 수입액이 폭등한 것이죠. 우리나라는 에너지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고유가로 인한 타격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엔진 대신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 전기차 배터리에는 리튬 등 수많은 금속 원자재가 들어갑니다.

 

좀 더 거시적으로는 산업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가 고부가가치 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사용하는 원자재의 가격대가 높아졌습니다. 가령, 전기차의 경우 알루미늄, 리튬 등 수많은 금속 원자재가 사용되는데, 이런 원자재들은 국제적인 수요가 높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죠. 과거에는 우리나라가 값싼 원자재를 수입한 뒤 단순 가공해 파는 방식으로 성장했지만, 이젠 비싼 원자재가 많이 들어가는 첨단산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죠.

 

이렇게 환율이 높아지고, 동시에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수입액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감소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죠.

 

3) 환율이 높아지면 경상수지 적자가 커진다?

보통은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며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됩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환율이 오르더라도 세계 경제의 둔화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고,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수입이 늘어난다면 경상수지 적자가 커질 수 있죠.

 

5. 환율, 유연하게 봐야 할 때

앞서 본 것처럼 환율이 수입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복잡한 현대 경제에서 수많은 요인들이 무역 성적에 개입하기에, 단순히 환율이 올랐다거나 내렸다고 해서 흑자를 보거나, 적자를 본다는 식으로 이해해선 곤란하겠죠. 물론 여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통적인 환율에 대한 이해(고환율-무역수지 흑자)는 유효합니다.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런 관계가 점점 약해지고 있고, 단기적으로 봤을 땐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죠.

 

어찌 됐든, 환율이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국민 생활이 어려워집니다. 기업들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대기업들은 환율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대금을 달러로 받는다거나, 환위험 헤지(위험회피)를 위한 금융상품을 사들이는 방식이 있겠죠. 하지만 환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환율 상승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게 돼, 고통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6. 지금은 어떤 상황이지?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고환율의 원인은 무엇이고,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요?

 

현재 고환율의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인데요. 미국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달러를 거둬들이면서 달러가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죠.

 

이렇게 환율은 오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원자재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자재 수입액이 급등하며 3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죠. 수출 기업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오늘은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살펴봤는데요. 기억해야 할 것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① 이론: 환율이 상승하면 장기적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해 무역수지 흑자가 커집니다.

② 현실: 다만, 원자재 가격 급등, 세계적인 경기 둔화 같은 외부 요인이 개입할 경우, 위와 같은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③ 지금: 최근 우리나라는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고,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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