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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 (feat. 엔비디아 CEO, 젠슨 황)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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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 (feat.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 (feat.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지난 1년간 폭풍처럼 달려왔던 엔비디아 주가가 요즘 주춤합니다. 130달러 까지도 올랐던 주가가 120달러로 내려오면서 조정을 받는 모습입니다. 사실 주가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은 온디바이스 AI와 소형 AI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I모델을 작게 만들고, AI를 클라우드가 아닌 말단 디바이스에서 돌리게 되면 엔비디아의 GPU는 그만큼 덜 필요하게 됩니다.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여기까지 일까요?

 

오늘은 그래서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만든 창업자 젠슨 황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최근에 쓴 책 ‘엔비디아 웨이’가 요즘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 젠슨 황에 대한 내용을 더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1.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젠슨 황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유명한 아포리즘에서 이 말이 처음 나왔는데요. 젠슨 황의 삶은 역경과 이를 이겨낸 과정으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963년 생. 불과 아홉 살의 나이에 친형과 함께 미국에 있는 삼촌의 집에 맡겨지게 됩니다. 에어컨 회사 캐리어에서 일하던 젠슨 황의 아버지는 1960년대에 미국을 방문하고 나서 ‘우리 두 아들은 미국에서 살게 하겠다’는 꿈을 갖게 됩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던 젠슨 황의 어머니는 사전을 무작위로 펼쳐서 두 아들에게 사전의 단어를 매일 10개씩 외우도록 합니다.

 

젠슨 황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해 온 1970년대 초는 대만의 역사에서 큰 위기의 때였습니다. 1971년 헨리 키신저와 저우언라이 중화인민공화국 총리가 만나고,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만나면서 미중관계가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있었고, 대만은 점차 고립되어 가는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1979년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게 됩니다.

 

2. 기숙학교가 아니라 사실은 소년원?

젠슨 황의 부모님이 미국으로 오기 전 삼촌이 먼저 미국 워싱턴주에 정착하게 되는데요. 황의 아버지는 두 아들을 삼촌에게 맡기죠. 두 조카를 키울 능력이 없던 삼촌은 켄터키에 있는 기숙학교에 두 조카를 보내서 교육을 받게 하는데요. 그는 이 학교가 평범한 기숙학교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곳은 ‘감화원’이었습니다.

 

'감화원'은 한국으로 따지면 소년원처럼 범죄를 저지른 문제학생들이 다니는 곳인데요. 그곳에는 칼을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감화원 기숙사에서 숙식하면서 근처의 초등학교에 다닌 건데요. 초등학교도 평범한 아이들이 오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황 CEO는 형과 함께 그곳에 다니면서 갖은 폭력과 인종차별을 당시죠. 하지만 젠슨 황은 그곳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룸메이트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면서요. 그는 이때부터 푸시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하루에 백개씩 푸시업을 하신다고 하죠.

 

2년 후 미국으로 오게 된 두 부모님은 자식들이 ‘감화원’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두 아이를 빼옵니다. 마침내 가족 전부가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됩니다.

 

수학과 과학에 뛰어났던 젠슨 황은 학교를 조기졸업하고 오레곤 주립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하는데요. 이곳에서 그는 운명적인 사람을 만납니다. 바로 아내인 로리 황이죠. 같은 연구실 동료였던 로리와 결혼 한 그는 첫 직장으로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회사 AMD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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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가가 살린 엔비디아

두 자녀를 키우고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이어가던 그는 30세의 나이에 창업을 하게 되는데요. 그때도 실리콘밸리는 창업이 활발하던 곳이었고, 당시는 PC산업이 본격적으로 고속성장에 들어선 시기였습니다. 엔지니어들에게는 기회가 널려있었죠! 젠슨 황과 공동창업자들이 보았던 기회는 바로 게임용 3D 그래픽카드.

 

그런데 창업한 회사의 첫 제품과 두 번째 제품이 연타석으로 실패를 하게 됩니다. 당시 일본 게임기 회사 세가와의 일화가 있는데요. 엔비디아가 시장의 표준과는 반대인 기술로 세가와 공동개발하고 있었고, 이 기술을 그대로 개발하면 영원히 업계에서 뒤처진다는 것을 황 CEO는 깨닫게 됩니다. 그는 세가의 쇼이치로 이지마지리 사장을 찾아가 개발을 중단하자고 솔직히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약속했던 개발지원금은 그대로 달라고 하죠. 고민을 하던 세가의 쇼이치로 사장은 엔비디아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게 됩니다. 이 돈으로 만든 세 번째 제품이 대박이 나면서 엔비디아는 살아남게 됩니다.

 

4. AMD에 인수될 뻔한 엔비디아

게임시장 하나에 의존하던 엔비디아는 항상 위태로운 회사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큰 회사들에게 치이던 회사였죠. 인텔, AMD, 애플, 퀄컴 같은 큰 테크기업들에게 엔비디아는 한참 아래에 있는 회사였으니까요.

 

AMD는 2006년 경 엔비디아를 인수하려고 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CPU를 만들던 AMD와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엔비디아는 격차가 큰 회사였죠. 하지만 젠슨 황 CEO가 합병된 회사의 CEO를 요구하면서 인수는 무산됐습니다. 엔비디아 인수에 실패한 AMD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캐나다의 ATI를 인수했고, 엔비디아의 시장을 위협했죠. 다행히 AMD는 엔비디아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불도저 아키텍처의 실패로 자멸하고 맙니다.

 

엔비디아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는 몸부림을 치던 회사였습니다. 엔비디아는 PC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는 강자였지만 콘솔게임기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는 강자가 아니었죠. 또, 게임시장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에는 스마트폰 게임으로 무게추가 옮겨졌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자 스마트폰용 SoC(시스템온칩) 반도체에 도전한 적이 있습니다. ‘테그라(Tegra)’라는 브랜드의 반도체였는데요. LG전자 스마트폰에 반도체가 들어가기도 했죠. 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결국 이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다행히 테그라에서 확보한 기술은 지금은 엔비디아 자체 제작 CPU인 그레이스와 로봇, 자율주행용 반도체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지금 데이터센터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무수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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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국판 김밥천국에서 일하며 세상을 배우다

젠슨 황의 유년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식당'이 있는데요. 바로 미국판 ‘김밥천국’인 데니스. 데니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의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 24시간 하는 곳도 많고 커피도 무제한으로 줍니다. 젠슨 황은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알바를 하면서 서빙, 설거지, 청소까지 모든 일을 배웁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이곳에서 사람을 대하는 법, 잘못으로부터 스스로를 개선하는 법까지 배웠다고 합니다.

 

엔비디아의 시총이 1조 달러가 처음으로 넘었던 2023년. 엔비디아는 데니스와 함께 창업 경진대회를 여는데요. 그 이벤트의 일부로 엔비디아 창업자들이 사무실처럼 썼던 산호세 데니스 매장의 부스를 ‘1조 달러 기업이 만들어진 곳’이라는 이름으로 헌정합니다. 지금 이곳은 1년도 안돼 ‘3조 달러 기업이 만들어진 곳’으로 바뀌었죠.

 

그는 올해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생들 앞에서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위대함은 지능이 아닌 캐릭터에서 온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똑똑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고통을 겪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가장 큰 강점은 기대치가 매우 낮았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졸업생인 여러분은 기대치가 매우 높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낮다.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회복탄력성인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여러분에게 많은 고통이 있기를 바란다.”

 

그가 생각하기에 성공과 성장을 위해서는 ‘고통’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고통’은 축복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6. 지적인 정직성이 성장을 만든다

하지만 이런 고통만으로 사람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곤 합니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적 기제입니다. 그래서 젠슨 황 CEO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지적인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입니다. 이는 엔비디아의 기업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엔비디아의 기업문화차원에서 ‘지적인 정직성’이란 진실을 추구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자기 계발의 차원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어려움과 고통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과 책임이 나에게 있다면 그걸 인정하고 고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고통은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개인 차원의 지적인 정직성이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능력인데요. 문제는 자신을 고평가해도 안되고, 자신을 저평가해도 안됩니다. 지속적인 저평가는 자신감을 잃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서 다시 실패와 고통이 중요해집니다. 실패의 경험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진실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성장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좌절'과 '실패'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실패한 사람이 좌절을 딛고 성공을 거두는 스토리를 좋아합니다. '언더독'들이 성공신화를 쓰는 이유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실패한 사람들이 성공하기를 응원합니다. 젠슨 황은 좌절을 자신의 서사로 삼았습니다. 저는 젠슨 황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좌절을 서사로 만드세요. 그러면 미래의 성공은 필연이 됩니다"

 

지금의 실패를 나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면, 나중에는 반드시 성공할 할 것이라는 믿음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 (feat.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 (feat.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엔비디아웨이'라는 책을 쓰면서 느꼈던 것인데요. 엔비디아의 성공에는 젠슨 황의 리더십이 중요했지만, 항상 중요한 순간에 그를 도와준 사람이 있었어요. 세콰이아캐피털의 투자를 받는 데는 그의 직장 상사의 추천이 도움이 됐고, 세가의 쇼이치로 사장이 없었다면 엔비디아는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처럼 에고가 강한 사람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이에요.

 

직접 만나본 젠슨 황은 일반인에게도, 기자에게도 참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고객이든 협력사든 불러주기만 하면 가장 활발하게 다른 회사 행사에 참석하는 CEO이기도 하죠. 그는 자신이 졸업한 오레곤 주립대, 스탠퍼드대에 큰 기부를 했습니다. 그는 모국인 대만에서는 대만을 칭찬하는 말을 쏟아냈고, 중국에 가서는 중국을 치켜세웠죠. 한국기자들에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BM을 극찬했습니다.

 

앞서 젠슨 황의 성공비결로 실패에도 일어서는 회복탄력성과 지적인 정직성을 말씀드렸는데요. 그의 진솔함과 선함도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많은 조력자가 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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