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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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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1. 디즈니 팬들을 위해 디즈니가 준비한 D23

D23이라는 행사는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입니다. 디즈니에서 개최하는 디즈니팬들을 위한 행사라고 보면 됩니다. 올해는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인근에서 개최됐습니다.

 

근데 이 행사는 티켓을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 아티스트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것처럼, 행사 티켓이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된다고 해요.

 

연회비가 100달러인 D23 골드멤버로 가입하면, 예매가 우선 열리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치열하다고 합니다. 티켓 가격이 궁금하시다고요? D23은 기본적으로 전시(엑스포) 행사인데요. 전시장 하루 입장료가 79달러(약 10만 원). 반면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쇼케이스’는 좀 더 비싼 99달러짜리 표를 사야지 들어갈 수 있고, 쇼케이스 무대에 가까운 자리는 가격이 더 올라갑니다. 제일 좋은 자리 티켓은 하루에 249달러(34만 원).

 

3일간의 쇼케이스를 모두 들어갈 수 있는 표를 사게 되면 표 가격은 297달러~747달러까지 뛰고요. 제일 무대에 가까운 자리를 제공하는 3일간 티켓은 무려 2,599달러(356만 원)에 달합니다. 이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쇼케이스가 열린 혼다센터의 약 1만 2,000석은 매일 가득 찼습니다.

 

2. 1만 2,000명이 모인 쇼케이스

쇼케이스는 3일간 이뤄지는데요. 첫날은 엔터테인먼트 쇼케이스. 디즈니 애니메이션, 픽사, 스타워즈, 마블코믹스 같은 디즈니의 간판 IP(지적재산권)에서 어떤 신작이 나오는지, 그리고 그런 신작들의 예고편이 팬들을 대상으로 처음 공개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행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처럼, 디즈니는 팬행사 D23에서 신작들을 공개하는 거죠.

 

둘째 날은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쇼케이스. 전 세계 6개 도시에 있는 디즈니 테마파크에 새롭게 추가되는 어트랙션(놀이기구), 새로운 쇼가 공개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디즈니 크루즈(관광용 선박)가 공개되는 행사입니다. 셋째 날은 디즈니 레전드 쇼케이스. 유명한 배우와 감독, 그리고 디즈니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을 모셔서 축하하고 이들을 ‘레전드’로 헌정하는 행사입니다.

 

쇼케이스는 사이사이에 뮤지션들이 등장해 공연을 하고 유명한 연예인과 디즈니 임원들이 발표를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쇼’라고 봐야 합니다. 사흘간의 쇼케이스에 등장한 유명인들만 해도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전설적인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와 해리슨 포드, 조디 포스터,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 자레드 레토, 주드로, 가수 겸 배우인 린제이 로한, 보컬그룹 보이즈 투 맨 등 정말 유명한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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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8만 명의 팬들이 모이다

화려한 쇼케이스 외에도 엑스포와 강연만 참석해도 팬 입장에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데요. 디즈니의 각 사업부서들이 낸 부스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웁니다. 내가 좋아하는 IP의 부스에 찾아가 전시물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요. 참석자들을 대상으로는 전 세계 디즈니에서 향후 판매될 굿즈를 사전 판매하기도 합니다.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핀 콜렉터들인데요. 디즈니는 매년 자신들이 소유한 IP를 가지고 핀을 내놓아요. 컬렉터들은 이 핀을 집착적으로 모읍니다. D23 행사장에 핀을 판매하는 부스가 열리고 여기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룹니다. 과거에 나왔던 빈티지 핀들을 판매하는 부스가 별도로 있을 정도.

 

디즈니의 R&D부서의 이름은 ‘월트 디즈니 이미지니어링’인데요. 이곳의 위치가 LA 글렌데일에 있고, 이곳에 위치한 굿즈 스토어의 이름이 미키즈 오브 글렌데일(Mickey's of Glendale). D23에서는 이 미키즈 오브 글렌데일의 D23 전용 굿즈도 판매하고 있어요.

 

행사장 곳곳에서 굿즈를 한 보따리씩 사가는 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서 또 굿즈를 산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을 행사장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2년 전 열린 D23의 경우 8만 명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4. 우리 기업의 팬,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말이 인터넷에 있어요. 특정 대중문화(서브컬처)의 열렬한 팬을 오타쿠라고 부르고 이를 한국에서는 ‘오덕후’ 혹은 ‘덕후’라고 부르는데요. 서양의 덕후들이 한국이나 일본의 덕후들보다 더 몰입하고 돈을 많이 쓴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바로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는 말입니다. D23은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특정 대중문화의 팬덤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이 팬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산업의 규모도 큽니다. 미국 코믹북을 중심으로 하는 팬덤 이벤트인 샌디에고 코믹콘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팬덤행사인데, 매년 10만 명 이상이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코믹콘 같은 행사가 미국의 큰 도시마다 매년 개최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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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덕 중의 덕은 양덕

D23의 특이한 점은 이런 팬덤 이벤트를 기업이 주도해서 개최한다는 점. 디즈니에서 나오는 콘텐츠, 디즈니 테마파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행사에 참여해서 회사의 공식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보다 미리 경험하고, 전용 굿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등 디즈니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도 직접 만날 수 있어요. 팬 입장에서는 이보다 즐거운 행사가 없겠죠?

 

D23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스타워즈나 마블처럼 전통적인 서브컬처 장르의 팬도 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키마우스, 픽사 등 좀 더 대중적인 콘텐츠의 팬들도 많았습니다.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오는 팬들도 있었지만, 자녀들과 함께 구경 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D23이라는 행사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보였습니다.

 

6. 일하는 것만으로 나에게 팬이 생긴다면

D23을 지켜보면서 이런 행사는 팬들에게 즐겁기도 하지만 디즈니라는 기업에게도 큰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첫 번째, 콘텐츠를 대중들에게 공개하기 전에 팬들에게 먼저 공개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을 초기에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취향이 파편화되어 가면서 팬덤은 콘텐츠 시장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팬들은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두 번째로 팬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 자체가 직원과 탤런트(배우)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작품을 만든 감독이나 중요한 임원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이곳에서 전설적인 디즈니의 감독과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그들은 모두 D23에 참여하는 것을 큰 기쁨과 특권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7. 팬덤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비결

디즈니는 어떻게 이런 팬덤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콘텐츠가 좋아서겠죠. 하지만 의도적으로 D23를 만들어 통해서 무형의 팬들을 강하게 결속시키고 이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업이 팬덤을 구축하려면 이런 것들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 기업과 팬이 함께할 영웅이 필요합니다.

D23에는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자주 언급됩니다. 창업자의 정신을 되살리고 이를 회사의 비전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팬들도 월트 디즈니를 사랑하고 존경하죠. 그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앞서 말씀드린 ‘레전드’도 비슷한 취지입니다. 유명한 배우와 감독뿐 아니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부의 직원들도 같은 급의 ‘레전드’로 대우하죠. 팬들에게 이들을 알리고, 이들을 존경하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둘째, 다양한 기념일을 만듭니다.

D23에서는 토이스토리 30주년, 울버린 50주년, 도널드덕 90주년 기념 대담이 열렸습니다. 이때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역사를 되새겨보고, 의미를 팬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거죠. 물론 기념 굿즈도 내야죠. 이런 기념일이 귀찮고 힘든 일일 수도 있겠지만 팬들에게도, 기업에게도 중요한 경험.

 

세 번째, 팬을 만들려면 반드시 받는 것보다 많은 것을 팬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적어도 팬들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어야 합니다. D23은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돈을 내야 하는 비싼 행사지만 팬들은 행사에서 그 이상의 것을 가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이 정도 돈을 냈는데 이런 경험이면 완전 혜자네?' 혹은 '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우리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디즈니가 8만명의 팬을 한 곳에 모은 이유 (feat. 콘텐츠 사업)

 

디즈니 D23을 취재하면서 저는 여러 가지로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즈니는 정말 좋은 IP를 가지고 있고, 디즈니랜드 같은 오프라인 사업으로 이를 수익으로 전환시키는 훌륭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D23에서 이보다 더 갖기 어려운 '팬'이라는 존재를 디즈니는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디즈니의 콘텐츠 사업이 시작된 것이 약 100년, 디즈니의 테마파크 사업이 시작된 것이 약 70년. 어렸을 때 디즈니 콘텐츠를 봤다는 경험, 어렸을 때 디즈니랜드를 찾았다는 경험이 성인이 되어도, 부모가 되어도, 은퇴를 한 이후에도 이 콘텐츠를 구매하고, 디즈니랜드를 다시 찾게 만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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