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엔 라인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개발한 만큼 국내 기업의 유일무이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여겨졌는데요. 하지만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 지배력 약화에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죠. 지난 18일, 라인야후는 끝내 네이버와의 빠른 손절을 예고했습니다.
1. 실감 나기 시작하는 네이버와의 결별
1) 관계 정리 더 빠르게
지난 1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네이버와의 관계를 더 빨리 끊겠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라인야후 직원용 서버를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분리하고, 포털사이트 야후의 검색, 개발 인증에서도 네이버와 위탁 협력을 종료할 예정인데요. 2026년으로 예상했던 네이버 시스템 분리를 한층 앞당길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2) 탈네이버 노선 재확인
이데자와 CEO는 일본 정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와 관련해서 라인야후가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소프트뱅크에 검토를 요청 중이라 말했습니다. 지난 5월 8일 라인야후 결산설명회에 이어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탈네이버 기조를 명확하게 한 거죠.
3) 한치의 여지도 남기지 않을 것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사회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CPO는 라인야후 이사회 내 유일한 네이버 측 인사였는데요. 이에 따라 라인야후의 새 이사회는 전부 소프트뱅크 측 인사로 채워지게 됐습니다.
4) 라인페이도 종료된다고?
라인야후는 앞서 이달 4일엔 라인페이 등 핀테크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국법인 라인비즈플러스를 해산하기로 했고, 13일에는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중복되는 간편 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일본에서 종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신 소프트뱅크의 페이페이와 통합하겠다고 했는데요. 모두 네이버와의 이별을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이 나오죠.
2. 라인야후 탄생부터 네이버와의 갈등까지
1) 라인과 네이버의 관계
원래 라인은 네이버가 지분 100%를 가진 네이버의 자회사였습니다. 2011년 일본 출시 이후 계속해서 개발에 공을 들여왔죠. 그러던 2019년, 네이버는 야후재팬의 모회사 소프트뱅크와 A홀딩스라는 지주사를 만들고 지분을 50%씩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라인 지분 절반을 소프트뱅크에게 넘긴 건데요. 이와 함께 각자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네이버는 기술 개발을, 소프트뱅크는 경영을 담당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영권까지 소프트뱅크의 손아귀에 넘어갔죠.
2) 관계 균열 낸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갈등의 시작은 202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라인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피해 규모가 51만 건에 달하면서 일본 내에서 큰 파장이 일었죠.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이 네이버 클라우드 해킹에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와 라인야후는 직원용 서버를 공유했는데, 해커가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라인야후 서버에 침투한 것입니다.
3) 일본 정부의 폭탄선언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3~4월, 라인야후에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내렸습니다. 사이버 보안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네이버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는데요. 문제는 행정지도에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었죠. 쉽게 말해 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겁니다. 사실상 라인을 네이버로부터 빼앗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까웠습니다.
3. 네이버, 라인 지킬까?
1) 네이버는 심정이 어떨까?
논란 발생 이후 네이버가 관련 입장을 밝힌 건 5월 10일 단 한 차례뿐입니다. 입장문을 발표하며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소프트뱅크와 협의 중이라고 알렸는데요. 다음 달 1일까지 라인야후가 자본 관계 재검토 방안에 관한 답변을 일본 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때를 전후로 협상의 윤곽이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2) 불붙은 국내 대응
라인야후의 답변 제출 시한을 앞두고 국내 대응에도 속도가 붙습니다. 오는 25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질의할 예정인데요.
3) 장기전 갈까?
한편, 네이버는 7월 1일 일본 정부에 제출할 보고서에 지분 매각에 관련된 내용을 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협상도 장기화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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