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EU 경쟁당국(EC)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아시아나 화물 사업 부문 매각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5월 중 대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일정이 한 달가량 미뤄졌는데요. 드디어 인수 기업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바로 에어인천입니다.
1. 아시아나 화물사업, 에어인천이 산다고?
1) 에어인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지난 17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에어인천은 약 2주간의 심사를 거친 후 다음 달 중으로 대한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란 기업 인수 등과 관련된 공개 입찰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추려진 업체를 말합니다. 상황에서, 여러 응찰업체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1차로 추려진 업체를 말합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일정 기간 배타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습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반드시 최종낙찰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매매계약(SPA)은 기업 간 인수·합병 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회사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체결하는 계약입니다. 보통 매매가격, 거래구조, 손해배상, 계약해제 등의 내용이 포함됩니다.
2) 에어인천이 어디야?
2012년 설립된 에어인천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항공화물 전용 항공사입니다. B737-800SF라는 중소형 기종 4대를 운영하며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화물사업을 영위하는데요. 이번 인수를 통해 기존의 중·단거리 화물 사업을 미국, 유럽 등 장거리 사업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3) 고래 삼킨 새우
에어인천의 이번 인수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에어인천의 작년 매출은 707억 원에 불과한 반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출은 1조 6천억 원으로 에어인천의 22배에 달하기 때문이죠. 에어인천이 이번 인수를 마무리하고 나면 순식간에 국내 2위 항공 화물사업자로 올라섭니다.
4) 왜 에어인천이야?
에어인천 이외에도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도 인수전에 참여했는데요. 에어프레미아와 이스타항공은 여객기를 보유해 밸리카고(여객기 화물칸 활용)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죠. 하지만, 에어인천은 10년 넘게 화물 사업을 해왔다는 전문성과 재무적 투자자 확보에 성공한 점을 인정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2. 에어인천, 인수 괜찮지...?
1) 재무 건전성은 괜찮아?
다만, 에어인천의 재무 건전성엔 우려가 제기됩니다. 작년에만 1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2020~2022년을 제외하면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기 때문인데요. 항공화물 시장 업황이 회복 중이긴 해도, 에어인천 자체적으로 흑자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2) 핵심 자산은 빠졌다고?
이번 매각 대상에 정비 격납고, 화물 지상 조업 서비스 등 핵심 자산이 제외됐다는 점 역시 우려를 키웁니다. 해당 시설이 없는 에어인천은 항공기 정비, 화물 포장과 탑재를 모두 외주 업체에 위탁해야 하죠.
3) 근심 많은 아시아나 직원들
한편,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 급여, 복지 등이 후퇴하진 않을지 걱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인천이 해고 무효 확인 소송,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등 직원과 각종 송사에 얽혀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웁니다.
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남은 과제는?
1) 미국 승인만 남았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으로 EC의 기업결합 최종 승인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뒀는데요. 10월쯤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미 법무부가 미주 노선 독과점 우려를 제기했던 만큼 추가 조치를 요구할 여지도 있습니다.
2) 합병까진 더 걸려
미국의 승인을 받아내더라도 실질적인 통합까지는 2년가량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마일리지부터 인력 운영 체계, 기내식 등 서비스 운영 체계를 통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절차도 밟아야 하죠.
3) 에어부산 분리매각 문제도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는 에어부산 분리매각 이슈도 있습니다. 부산시가 대한항공의 인수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을 부산시 상공계에 매각하라고 요청하면서 불거진 논란인데요. 산업은행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반면,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권 내 매각 목소리가 커지면서 갈등이 첨예해지는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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