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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국제증시

마이크론의 전략 (feat. 따라붙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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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서 차세대 HBM 모델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혀서 화제입니다. 그동안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는데요. 시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마이크론이 두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죠.

 

오늘은 마이크론의 HBM3E 양산 소식과 더불어 마이크론이 어떤 회사인지, 메모리 반도체 BIG3에 들기까지 어떤 일을 거쳐왔는지, 마이크론의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인지 담아봤습니다.

 

1. 마이크론의 HBM3E 양산, 세계 최초라고?

1) 마이크론의 HBM3E 양산 시작

지난 2월 26일,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차세대 HBM 제품인 HBM3E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HBM3E는 5세대 HBM 모델로, HBM 중 가장 고도화된 모델인데요. 마이크론이 양산을 시작한 24GB 8단 HBM3E 제품은 초당 무려 9.2Gb(기가비트)의 속도와 1.2테라바이트 이상의 메모리 대역폭을 자랑하죠. 전력 효율도 경쟁사 대비 30%나 높습니다. 마이크론은 4세대 HBM 모델인 HBM3을 거치지 않고 바로 5세대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는데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High Bandwidth Memory)란 D램을 여러 개 쌓아 속도는 높이고 전력 소비는 낮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2)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빨랐다

마이크론 HBM3E 양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HBM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보다 빨랐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본격적인 HBM3E 양산은 상반기 중에나 진행될 예정이죠. 마이크론은 HBM3E 양산을 위해 지난 2023년 6월부터 대만에서 신규 공장을 가동해 왔습니다. TSMC와 협력해 그동안의 약점이었던 패키징 공정도 강화했는데요. 적극적인 협력으로 약점을 보완하고 발 빠르게 생산에 나선 덕분에 시장의 선두 주자를 제칠 수 있었습니다.

 

3) HBM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2024년부터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이크론의 HBM3E 모델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H200’에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죠.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칩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영향력이 상당한데요. AI 열풍이 거세지면서 H200의 수요는 기존 주력 제품 ‘H100’ 수요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2022년 기준 5%도 되지 않았던 마이크론의 시장 점유율도 2024년 11%, 2026년 23%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됩니다.

 

4) HBM 3파전, 쉽지만은 않을 것

하지만 HBM 3파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뛰어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이크론의 양산 시점은 앞섰지만, 기술력은 두 기업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죠.

 

5) SK하이닉스의 패키징 공정 기술, MR-MUF

SK하이닉스는 패키징 단계에서 자체 패키징 공정 기술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을 개발해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공정 기술 ‘TC-NCF’로는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는데요. MR-MUF는 반도체 칩 사이의 공간을 빈틈없이 채워 방열이 우수하고 불량률이 낮지만, TC-NCF 기술은 칩 사이에 공간이 발생해 품질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도 아직 TC-NCF 기술을 사용하지만, 최근 ‘어드밴스드 TC-NCF' 공정을 선보이며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죠. 현재 수준의 기술로는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능, 수율, 캐파(생산 능력)를 따라잡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2. MR-MUF vs TC-NCF

1) MR-MUF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붙이고 위로 쌓아 올릴 때 칩과 칩 사이 공간을 EMC라는 물질로 채워 넣는 공정이다. EMC로 빈 공간을 채워 넣은 덕분에 방열이 우수하고, 웨이퍼 휘어짐 현상이나 불량률도 줄일 수 있다.

 

2) TC-NCF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붙이고 위로 쌓아 올릴 때 칩 사이에 필름 소재를 사용하는 공정이다. 빈틈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방열 문제가 발생하며 품질 수준도 MR-MUF에 비해 낮다.

 

3) 다음 세대 기술 개발마저 한발 늦다

마이크론은 다음 세대 제품 개발도 경쟁사에 비하면 늦은 편입니다. 지난 22일, 삼성전자가 8단 HBM3E보다 뛰어난 12단 HBM3E 제품을 선보였고, SK하이닉스도 16단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두 기업 모두 2026년이면 다음 세대 모델인 HBM4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죠. 반면, 마이크론은 3월에서야 HBM3E 12단 샘플을 공개할 예정인데요. 이 때문에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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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이크론, 뭐 하는 회사일까?

1) 마이크론의 주력 제품, D램과 낸드

마이크론은 DRAM(D램), NAND(낸드) 등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다양한 영역에 판매합니다. 최근 HBM 수요가 증가하면서 D램 제품의 매출이 확대되는 추세인데요. 지난 2023년 3분기 기준, D램의 매출 비중은 72.5%로 전년 동기 대비 3.3%P 증가했습니다.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란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빨라 컴퓨터의 주력 메모리로 사용되는 기억 장치이며 NAND는 반도체의 셀을 수직으로 배열해 대용량화가 가능하도록 만든 플래시 메모리입니다.

 

2) 마이크론의 사업 부문

마이크론의 사업 부문은 제품의 사용 용도에 따라 크게 Compute and Networking Business Unit(CNBU), Mobile Business Unit(MBU), Embedded Business Unit(EBU), Storage Business Unit(SBU)으로 구분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전체 매출 비중의 36.8%를 차지하는 CNBU는 AI 수요 확대에 따라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① CNBU: 그래픽 및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 생산 및 판매

② MBU: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장치에 탑재되는 메모리 제품 생산 및 판매

③ EBU: 자동차, 산업용, Connected Home 및 가전 시장에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 생산 및 판매

④ SBU: 엔터프라이즈, 클라이언트, 클라우드 및 이동식 스토리지 시장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 생산 및 판매

 

3) 2023년 3분기의 호실적

최근 반도체 불황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온 마이크론이 지난 2023년 3분기(2023년 9월~11월) 적자 폭을 크게 줄였습니다. 마이크론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7.9% 증가한 47억 2,600만 달러(약 6조 1,580억 원)를 기록했는데요.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1억 2,800만 달러(약 1조 4,670억 원)로 23.4% 감소했습니다. 업계 전반에서 메모리 감산을 진행하면서 반도체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찾은 덕분입니다. 특히, 낸드 제품의 평균 가격이 20%가량 상승해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4. 마이크론이 반도체 BIG3에 들기까지

1)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 성장

마이크론은 경쟁 업체 인수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로 성장했습니다. 1988년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를, 2001년에는 일본 기업 도시바의 미국 D램 공장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는데요. 2006년에는 메모리카드 업체 렉사미디어 인수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 확대까지 시도했죠. 직접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대신 경쟁사가 쌓아 둔 기반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넓힌 겁니다.

 

2) 반도체 치킨게임에서의 생존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 업계는 치킨게임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한창이었습니다. 마이크론도 가격 경쟁으로 인한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요.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규모 업체가 확보하지 못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버티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① 1차 치킨게임

지난 2007년, 대만 반도체 업체가 D램 생산량을 늘리고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1차 치킨게임이 시작됐습니다. 대만 업체의 물량 공세에 맞서기 위해 마이크론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도 극단적인 가격 인하에 나섰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2년간 출혈 경쟁이 이어졌습니다. 경쟁이 극에 달했던 2008년 3분기 당시 마이크론도 3억 3,800만 달러(약 5,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다행히 2009년 독일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몬다’가 파산하면서 1차 치킨게임이 일단락됐습니다.

 

② 2차 치킨게임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2차 치킨게임이 벌어졌습니다. 대만과 더불어 일본 기업까지 공격적인 생산설비 투자와 증산에 나서면서 D램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한 건데요. 1차 치킨게임 후 흑자 전환했던 마이크론의 실적도 다시 바닥을 치기 시작했죠. 2011년 2분기 마이크론의 영업손실은 5,100만 달러(약 68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기업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면서 미세 나노공정 도입 경쟁까지 벌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화했습니다.

 

3)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

마이크론은 적자 속에서도 일본 반도체 회사 ‘엘피다’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했습니다. 엘피다는 한때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던 기업인데요. 1, 2차 치킨게임을 거치면서 누적된 적자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했었죠. 마이크론은 2013년 엘피다를 2,000억 엔(약 3조 7,600억 원)에 인수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24.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4) 메모리 반도체 BIG3 개편 후

두 차례의 치킨게임 끝에 반도체 업계는 BIG3 체제로 개편됐습니다. 2007년 이전만 해도 20개에 달하던 주요 D램 생산 업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이 살아남았죠. 마이크론은 BIG3 개편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서 새로운 기술을 내놓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지난 2020년 11월에는 처음으로 데이터 저장 공간을 176단까지 늘린 제품을 출시했고, 2021년 1월에는 세계 최초로 4세대 10나노미터 D램 제품 ‘1a D램’을 내놨죠. 최근 양산을 시작한 HBM3E 역시 시장을 선도하는 두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마이크론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마이크론의 전략 (feat. 따라붙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전략 (feat. 따라붙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5. 마이크론의 미래는?

1)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지난 2023년 5월, 중국이 보안을 문제 삼아 마이크론 제재안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제품이 심각한 네트워크상 보안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마이크론 칩이 포함된 제품 판매를 모두 막았는데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중국도 맞대응에 나선 겁니다. 이에 따라 중국 주요 서버 업체가 마이크론 제품이 포함된 부품 발주를 줄줄이 취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판매 금지를 내린 서버용 칩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높지 않으며, IT 기업의 탈중국화 추세를 고려하면 마이크론이 입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데요. 다만, 당장의 중국 서버용 시장 매출 감소와 향후 제재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마냥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2) HBM 치킨게임 예고

HBM 시장의 치킨 게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주요 업체가 공격적인 생산 시설 확대에 나서면서 몇 년 후 HBM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2028년 전 세계 HBM 출하량은 28Eb(엑사바이트)에 달할 전망인데요. 2023년과 비교하면 무려 7배의 규모죠. 이에 따라 HBM 제품의 Gb(기가비트)당 가격은 작년 1.43달러에서 2028년 0.86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때가 되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다시 한번 주요 업체 간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3) 신흥국 반도체 시장 투자 확대

점차 치열해지는 반도체 경쟁 속 마이크론은 신흥국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힘씁니다. 지난 2023년 9월, 인도 구자라트에 27억 5천만 달러(약 3조 7,300억 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자라트는 인도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인 벵갈루루와 가까이 자리 잡고 있어 향후 반도체 거점의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입니다. 중국에서도 43억 위안(약 7,800조 원) 규모의 패키징 시설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요. 중국 정부의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끊이지 않는 투자로 중국과 관계 회복을 통해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죠. 이처럼 마이크론은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국에 투자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합니다.

 

4) 보조금 정책을 활용한 일본 공장 증설

마이크론은 일본에서도 생산 공장 증설에 나섰습니다. 히로시마현에 차세대 10나노 6세대 D램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죠. 일본은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에 설비투자 비용의 최대 1/3, 반도체 장비 및 소재 투자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합니다. 공장 증설에 5,000억 엔(약 4조 6,000억 원) 투자하는 마이크론은 일본으로부터 최대 1,920억 엔(약 1조 7,000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입니다. 히로시마 공장은 2025~2026년 가동 시작을 목표로 하는데요. 일본 대기업의 반도체 수요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반도체 육성 정책을 고려했을 때, 마이크론의 일본 내 경쟁력 확보는 향후 BIG3 업체 간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마이크론의 역사와 최근 주목 받는 이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마이크론의 노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HBM3E 양산과 더불어 마이크론이 두 경쟁사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어떻게 좁혀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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