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삼성전자’라는 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사실이죠. 실제로 삼성전자의 소액주주 수가 무려 425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얼추 전 국민의 10분의 1이 삼성전자 주주인 셈이에요.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한 번이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본 적 있는 사람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거고요.
그런데 이렇게 압도적인 1등 종목인 삼성전자가 최근 들어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어요.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초까지만 해도 8만 8000원까지 오르며 9만 원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요. 이달 들어 주가가 고꾸라졌어요. 지난 19일에는 6만 2200원까지 떨어져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죠.
이렇게 지지부진하던 삼성전자 주가가 그제(26일) 반짝 상승세를 보였어요. 하루 만에 4.02% 포인트 상승해 6만 4700원을 기록했죠. 명실상부한 ‘국민주’ 삼성전자 주가는 왜 이렇게 널뛰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1. 어쩌다가 ‘6만 전자’로 떨어진 거야?
근래 몇 달 사이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세였던 건, 반도체 업계의 전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지난 15일,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보고서 하나를 발표했어요. 이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은 성장세를 지나 침체가 시작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며 곧 반도체 산업에 한파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죠.
모건스탠리는 특히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 것이라고 봤어요. 반도체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정보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있죠. 그래서 전자를 두뇌에, 후자를 공책에 비유하기도 해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잘 만드는 반도체는 모두 메모리반도체에 해당하고요.
시스템반도체는 분야는 최근 위기설과는 큰 상관이 없어요. 안 들어가는 데가 없는 반도체거든요. PC나 스마트폰은 물론 카메라, 유선전화기, 냉장고, 밥솥 등 전력을 사용하는 제품엔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되죠. 그만큼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수밖에 없고요.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분야는 메모리반도체예요. 메모리반도체는 사용처가 비교적 한정돼 있어요. 데이터센터와 PC, 스마트폰 등에 주로 사용되죠. 데이터센터는 증가하는 중이지만 요즘 PC와 스마트폰 판매는 줄어들고 있거든요. 먹고살기 팍팍해지니 PC나 스마트폰 신제품을 예전만큼 많이 사진 않는 거예요.
문제는 메모리반도체 수요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공급까지 과잉이란 거예요. 찾는 사람은 줄었는데 생산량은 그대로니,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거죠.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역시 ‘메모리반도체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았다’고 분석했죠.
2. 증권가 15곳 ‘목표주가 낮춰!’
국내 금융업계 역시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어요. 증권사는 종목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목표 주가를 예상하는데, 이달 들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15곳에 달해요.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낮추는 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에요.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평균 15조 2000억 원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10조 5000억 원 이하로 크게 낮아졌어요.
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인 데다, 최근 직원들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비록 일회성이지만 1조 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에요.
3. 팔 걷고 나선 삼성전자 임원들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락하자, 삼성전자의 임원들이 나서기도 했어요. 임원들이 잇따라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 부양을 시도한 거예요. 이달 5일~20일 사이 삼성전자의 상무급 이상 임원 12명이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 규모는 총 26억 원에 달해요.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한 임원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었어요. 지난 5일에 혼자 삼성전자 1만 주를 매수했는데, 7억 3900만 원어치에 이르는 금액이에요. 이후 다른 삼성전자 사장들도 3~4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죠.
금융권에서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어요. 과거에도 주가가 떨어지는 국면에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으로 위기를 극복한 적이 있거든요. 지난 6월에도 삼성전자 임원 29명이 자사주 43억 원어치를 사들여 떨어지던 주가를 끌어올린 적 있어요.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7만 원대 초반까지 하락한 상황이었는데, 자사주 매입 이후 흐름이 역전돼 8만 8000원까지 치솟았죠.
4. '고마워 마이크론!' 갑자기 반등한 주가
그러던 와중, 드디어 주주들이 기다리던 일이 벌어졌어요. 어제(26일) 삼성전자 주가가 반짝 오른 거예요. 하루 만에 4.02% 올라 6만 4700원을 기록했죠.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어요.
내내 지지부진하던 반도체 종목들이 갑자기 오른 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이 좋은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었어요. ‘메모리 산업의 실적 풍항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6~8월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과 순이익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어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거대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가 늘면서, AI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에요. 마이크론의 경우 전문가들이 수요가 줄고 있다며 우려했던 PC와 스마트폰용 메모리 사업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어요. 모건스탠리 등 금융사들이 제기했던 ‘반도체 겨울론’을 일축하는 셈이었죠.
5. 국민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한 어제, 우리나라 최대 주식시장인 코스피(KOSPI)의 주가지수도 2.90% 포인트 올랐어요.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시가총액(전체 주식가치의 합)이 가장 큰 기업이에요. 그만큼 전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시장이 웃고 우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해요.
반도체 업계에선 금융권이 제기한 '반도체 겨울론'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마이크론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는 'AI 반도체'로도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인데, HBM은 일반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맞춤형' 제품이라 고객사의 승인을 얻어야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하다는 금융권의 지적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죠. 삼성전자를 포함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과연 이대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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