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 시각), 애플이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를 열고 생성형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습니다. 그간 오픈AI나 구글에 비해 AI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애플이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렸습니다.
1. 베일 벗은 애플 인텔리전스
1) 애플의 AI, 핵심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에 생성형 AI가 전격 도입됩니다. 기기 내 앱과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애플의 음성 비서 ‘시리’ 역시 고도화됩니다. 시리에게 운전면허 번호가 뭐냐고 물어보면 사진첩 내 운전면허증 사진을 찾고 여기서 번호를 추출해 답변해 주는 식입니다.
2) 오픈AI 손잡은 애플
여기에 오픈AI의 '챗GPT4o'도 접목됩니다. 간단한 질문은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시리가 기기 내에서 자체적으로 답변하고, 어려운 질문은 외부 서버의 도움을 받아 챗GPT가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원한다면 시스템 전체에 챗GPT를 통합해 글을 쓸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이 과정에서 개인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데이터만을 내보내도록 설계했고, 사용자의 입력 내용이나 IP 주소 등은 오픈AI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온디바이스 AI란 사용자의 기기 자체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일반적인 인공지능은 정보를 데이터센터로 전송하고, 그곳에서 연산을 수행한 뒤 단말기엔 연산 결과만을 표시합니다. 온디바이스 AI는 기기 안에서 연산과 결과 출력을 모두 해낼 수 있습니다.
3) 신기능 뭐가 있을까?
생성형 AI가 접목된 다양한 신기능도 발표됐습니다. AI가 즉석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기능, 나만의 맞춤형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젠모지' 기능, 자연어로 사진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나, 거슬리는 요소들을 배경에서 지워주는 기능 등이 대표적입니다.
4) 통화녹음, 계산기 앱 출시
한편, 아이폰 출시 이후 17년 동안 배제됐던 통화 녹음 기능이 최초로 도입된 것도 눈길을 끕니다. 통화가 끝나면 AI가 통화 내용을 요약해 주는 기능도 포함됐습니다. 14년 만에 아이패드에 계산기 앱도 기본으로 탑재되는데요. 애플 펜슬을 이용해 계산기에 수식을 적으면 AI가 이를 인식해 바로 결과를 내놓습니다.
2. 기대 이하였던 발표
1) 애플, 실망이야
다만,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내용이 부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자체적인 혁신보다는 오픈AI의 챗GPT 도입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또 통화 요약, 사진 편집 등 새롭게 선보인 기능 역시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나 삼성이 이미 내놓았던 거라 감흥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 적용 시기도 늦어
적용 시기도 늦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애플은 올해 가을이 돼야 애플 인텔리전스 영어 베타 버전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타 언어 지원은 빨라도 내년에 가능한데, 이미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MS의 코파일럿, 구글의 제미나이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3. 여러모로 쉽지 않은 애플
1) 자체 AI 모델은 아직 부족해
애플이 AI 시스템을 공개하긴 했지만, 여전히 애플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의 성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애플은 작년 자체 LLM '에이잭스(Ajax)'의 개발에 착수했지만, 이번 애플 인텔리전스에선 일부 기능만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도의 추론이 필요한 기능엔 오픈AI의 LLM이 사용된 것입니다. 애플은 에이잭스가 고도화되기 전까지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란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AI) 모델로, 마치 인간이 쓴 것 같은 텍스트를 만들어 냅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도 오픈AI의 LLM인 GPT 시리즈에 기반합니다.
2) 이제 아이폰도 잘 안 팔려
최근 애플의 기기 판매도 부진합니다. 올해 1분기 아이폰 매출은 전년 대비 10.5% 넘게 감소했고,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등 제품 부문 매출도 10% 넘게 줄었죠. 제품 판매가 부진했던 만큼, 새롭게 공개되는 AI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새 AI 시스템이 아직은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3) 일론 머스크는 애플 기기 사용 금지령?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애플이 운영체제 수준에서 오픈AI의 서비스를 통합한다면, 본인의 회사에서 애플 기기 사용을 금지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애플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기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오픈AI의 챗GPT 통합 등에 따른 보안 우려를 제기한 것입니다.
'경제 > 국제증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플 WWDC 2024에 대한 투자자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feat. 돈이 됩니까?) (50) | 2024.06.15 |
---|---|
쏟아지는 유통 업계 대형 매물, 하지만 살 사람은 없다. (feat. 실적 부진) (53) | 2024.06.13 |
미국 증시에 진출 시동 중인 야놀자와 네이버 웹툰 (feat. 쿠팡의 후속) (51) | 2024.06.11 |
다시 원전 확대로 변환되고 있는 에너지 정책 (feat. AI열풍) (47) | 2024.06.11 |
해상운임이 상승하면서 반등한 해운업계 (feat. 수출 기업 비상) (49) | 2024.06.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