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국내 증시를 이끈 건 명실상부 이차전지 관련주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 국내 배터리 시장엔 한파가 시작됐습니다. 날씨는 따뜻해졌지만, 이차전지 업계의 겨울은 아직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1. 배터리 산업의 위기
1) 배터리 3사 실적 부진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줄어들 전망입니다. 지난 5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 넘게 줄어든 1,57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SDI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이고, SK온은 적자가 최소 천억 원에서 최대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2) 관련 기업 실적도 부진
배터리 관련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오는 1분기 에코프로비엠의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 줄어든 17억 원입니다. 작년 4분기 2,8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엘앤에프는 1분기에도 87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 주가도 하락세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이차전지 기업의 주가 또한 크게 위축했습니다. 최근 한 달 새 에코프로 그룹의 시가총액은 약 8조 원, 포스코 그룹은 약 12조 원 급감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10%가량 하락했습니다.
4)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강등
일부 기업은 신용등급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S&P글로벌은 3월 19일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강등했습니다. 배터리 사업 투자로 인한 재무적 부담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가 이유였습니다.
2. 전기차 시장 부진이 원인?
1) 테슬라도 BYD도 못 피한 수요 둔화
이차전지 산업 위기의 주요 원인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침체입니다. 테슬라의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고, 작년 4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던 중국의 BYD 역시 1분기 차량 인도량이 지난 분기 대비 42% 급감했습니다.
전방산업은 전체 생산흐름에서 자사를 기준으로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업종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반도체 산업의 전방산업으로는 반도체를 핵심 부품으로 사용하는 휴대폰과 자동차 등이 있습니다.
2) 전기차 출시 계획 연기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전기차 관련 계획을 수정 중입니다. 포드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 전기차 인도 시점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미뤘고, 캐나다 공장의 SUV 생산 시점 또한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1년 늦췄으며, 벤츠 또한 전동화 전환을 5년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3) 미국 정부 계획도 조정돼
미국 정부도 전기차 비중 목표치를 조정합니다. 원래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증가한다는 점을 반영해 목표를 44%로 수정했습니다.
3. K-배터리의 시간은 돌아올까?
1) 리튬 가격의 불안정성
수요 둔화로 인해 최근 1년 새 리튬 가격이 80%가량 폭락한 것도 배터리 업체엔 악재입니다. 양극재 업체는 원자재인 리튬을 상품 판매 몇 달 전에 구입합니다. 리튬 가격이 떨어지면 양극재 가격도 함께 떨어집니다. 결국 비싸게 산 리튬으로 완성한 양극재를 싸게 납품해야 하는 것입니다.
양극재란 배터리의 (+)극, 즉 양극을 이루는 소재입니다.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용량과 전압에 영향을 주는 핵심 소재입니다.
2) 대세의 중국 배터리
한편, 올해 들어 중국 배터리 업체의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1~2월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23.8%로 작년 동기 대비 1.2% P 하락했습니다. 중국 대표 배터리업체 CATL의 점유율 38.4%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3) 버티기 시작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시장 악화에도 공격적 투자에 나섭니다. 올해 약 25조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집행할 예정입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이 단기적으로 침체를 겪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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