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거시경제

15년 만에 제로 금리에서 이자 준다는 일본 (feat. 슈퍼 엔저의 마지막 순간)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8. 9.
반응형

15년 만에 제로 금리에서 이자 준다는 일본 (feat. 슈퍼 엔저의 마지막 순간)
15년 만에 제로 금리에서 이자 준다는 일본 (feat. 슈퍼 엔저의 마지막 순간)

 

올해 상반기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쓴 카드값이 작년의 2배를 넘어섰다고 해요. 일본 엔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낮아지면서 일본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엔화 가치가 슬슬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어요. 오랫동안 이어진 ‘슈퍼 엔저’ 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1. 엔저 현상, 왜 나타난 거였지?

예전에는 ‘100엔=1000원’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어요. 조금씩 변동이 있긴 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100엔은 1000원 안팎에서 움직여 왔거든요. 그랬던 엔화 시세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900원대를 뚫고 800원 후반대까지 하락했어요. 엔화 가치가 급락한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1) 미국과의 금리 차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낮은 국가보다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게 유리해요. 금리가 높은 곳에 투자해야 더 높은 이자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미국보다 금리가 낮다면, 미국 대신 그 나라에 돈을 맡기거나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어요. 그래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보통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해요.

 

그런데 일본은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훨씬 낮아요. 미국의 기준금리는 최대 5.50%까지 올라와 있는데, 일본은 이제 겨우 0.25%인 상황이에요.

 

일본은 오랜 기간 ‘제로 금리’ 정책을 펼쳐 왔어요.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건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에요. 일본은 워낙 오랫동안 경기 침체를 겪은 탓에,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춘 거예요. 최근 몇 년간 다른 나라들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낮추려고 금리를 올릴 때도 ‘경제 활성화가 먼저’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죠.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이가 꽤 벌어지면서, 일본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도 떨어졌어요. 그러면 일본 화폐인 엔에 대한 수요도 줄기 때문에, 엔의 가격이 내려갔던 거예요.

 

2) 엔 캐리 트레이드

캐리? 트레이드? 이름만 들어도 너무 복잡하죠? 엔 캐리 트레이드는 앞서 설명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를 이용한 투자 기법이에요. 쉽게 이해하자면,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에 투자하는 거라고 보면 돼요.

 

지난해부터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데 달러 가치는 치솟으면서 앤 캐리 트레이드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어요. 덕분에 엔화 가치는 더 하락했죠. 일본에서 엔을 빌린 뒤 팔고, 그 돈으로 미국 달러를 사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커질수록 엔화 가치는 떨어지게 되거든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137조 5,000억 엔(약 1,180조 원)으로,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반응형

2. 오르기 시작하는 엔화

이런 이유로 바닥을 모르고 하락하던 엔화 가치가 지난달부터 슬슬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요. 100엔의 가치는 지난 3개월 동안 계속 8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해 25일에는 900원 선을 돌파했어요. 지난 1일에는 917원까지 올랐고요. 갑자기 왜 올랐을까?

 

1) 금리 인상 결정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 30일~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밝혔어요.

 

일본은 원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금리(-0.1%)’로 유지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펼쳐 왔어요. 그런데 지난 3월 정말 오랜만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인 0%~0.1%까지 올렸어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있는 일이었어요.

 

1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일본은행이 다시 한번 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한 거예요. 일본에서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을 넘긴 건 약 15년 만에 있는 일이에요.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물론 모두가 동의한 전망은 아니었지만, 이런 기대감은 엔화 가치를 슬슬 위로 움직이게 만들었죠. 금리가 올라가면, 엔화의 투자 매력도 높아질 테니까요.

 

2) 트럼프 당선 가능성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엔화 약세 현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요. 엔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가 너무 높으면, 미국 기업들이 수출할 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예요. 그래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달러에서 힘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죠.

 

그런데 최근 미국 대선의 형국이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면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요. 그러자 ‘이제 달러 가치가 낮아지겠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엔화에 투자하면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린 거예요.

 

728x90

3. 15년 만에 제로금리 탈출?

이번에 금리를 올린 건, 오랫동안 이어진 엔저 현상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일본은 에너지를 100% 수입해서 쓰고 있는데, 엔저로 인한 에너지 수입물가의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이죠. 실제로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월 대비 2.6% 상승하며 27개월 연속 2% 넘게 올랐어요.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가 급락할 때마다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조절해 왔어요.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달러를 시장에 풀면서 엔화를 매입해서 인위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죠.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요.

 

이번에 일본은행은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장기 국채 매입 규모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어요. 일본은행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월 6조 엔씩 매입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해 왔어요. 그런데 이번 달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서, 2026년 1분기에는 월 3조 엔까지 낮춘다는 계획이에요.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를 마무리하겠다는 의도인 거죠.

 

4.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진 않을 수 있지만, 과거처럼 낮은 수준의 원·엔 환율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에요. 일본 경제가 지금 같은 회복세를 보인다면, 일본은행에서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거든요. 또 그동안 엔화를 빌려서 달러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이제 슬슬 달러를 팔아서 빌린 엔화를 갚고 있고요.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엔화 가치는 더 상승할 수 있죠.

 

환율은 어떻게 움직일지 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예측이 어려운 분야이지만,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의 움직임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줘요. 이대로 엔저의 시대가 마무리될지, 혹은 예상보다 더 지속될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분위기 급반전한 잘 나가던 미국 경제 (feat. 심상치 않은 지표)

1. 심상치 않은 지표1) 충격적인 고용지표지난 7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 4천 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전망치인 17만 6천 건을 크게 밑돌았는데요. 또한, 지난 6월 일

mkpark01.tistory.com

 

 

예상보다 약한 수치인 7월 고용 보고서 (feat. 경기 침체의 시작)

1. 예상보다 약한 수치인 7월 고용 보고서J. Powell은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노동 시장 내의 역학 관계가 다르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고용 수치가 예상보다 약하

mkpark01.tistory.com

 

 

국제 거시경제: 캐나다 중앙은행 기준 금리 인하, 블랙스톤 모기지 트러스트의 배당 축소 및 미

1. 벽에 부딪힌 ‘AI 트레이드’에 나스닥 급락초대형주 실적 시즌의 실망스러운 시작과 함께 인공지능 열풍이 과장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S&P 500 지수는 2% 넘게 하락하며 2022

mkpark01.tistory.com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