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주총에서는 주주가 기업에 경영 방식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이 이뤄집니다. 최근엔 행동주의 펀드가 나서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안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평화롭던 주총장이 올해 들어 시끄러워진 이유입니다.
주주총회란 어떤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모여 기업의 기본조직과 경영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입니다.
1. 주주제안, 그게 뭔데?
1) 말하면 현실이 된다
주주제안은 어떤 기업의 주주가 기업 경영 방식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하거나, 6개월 이상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주주제안이 가능합니다. 주주제안이 들어오면 기업은 이를 주총에 상정하고 표결을 통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2) 행동주의로 직접 바꾸자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이런 주주제안의 주체로 떠올랐습니다.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주 배당 확대뿐 아니라 경영 전략 변경, 경영진 교체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요구합니다.
2. 뭘 제안했길래
1)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까지?
지난 15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이 보통주 주당 4,500원의 현금배당과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습니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삼성물산은 해당 제안이 경영상 부담이 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반대했습니다.
2) 자사주를 전부 소각하라고?
지난 22일 개최된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도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가 모두 기각됐습니다. 주주총회 의결 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관 내용을 바꾸고, 현재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20%대의 저조한 찬성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다만 향후 3년 간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을 이끌어 내는 등 성과는 있었습니다.
3)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승패를 가른 건 국민연금이었습니다. 이들 기업의 지분 상당 부분을 소유한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반대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다소 과도하다"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캐스팅보트란 찬성표와 반대표의 수가 비슷할 때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3. 이게 끝이 아니라고?
1) 주총장의 큰 손 국민연금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어깃장을 놓은 건 삼성물산과 금호석유화학 사례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IBK 기업은행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와 함께 KT&G 이사회가 추천한 방경만 KT&G 사장 후보의 선임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KT&G의 지분 약 6.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방 사장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하며 방경만 후보의 사장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2) 하나 더 있다
28일 개최되는 JB금융지주의 주총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사회 후보 5인을 추천한 주주제안을 두고 표 대결이 예상됩니다. 노르웨이 연기금이 얼라인파트너스 제안에 손을 들어주겠다고 선언한 데다 국내 자문사 일부도 얼라인 의견에 찬성할 것을 권고하면서 가결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3) 들어줄 수 없는 요구라고?
한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제안이 너무 과격한 데다 적은 지분으로 과도하게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을 내세운 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전부 처분하는 ‘먹튀’ 행태도 문제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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