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와 전면 충돌했습니다. 멀티 레이블 체제라는 독특한 구조로 성과를 이뤄온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과 유례없는 분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어도어에 소속된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미래와도 직결된 문제라 대중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레이블이란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앨범을 내는 등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보통은 음반을 내는 일을 전담하는 음반사를 의미하는데,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소속사 산하에 각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세분화한 작은 소속사의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걸그룹 ‘뉴진스’는 하이브 산하의 레이블 ‘어도어’에 소속된 식입니다.
1. 어도어가 독립하려 했다는 하이브
1) 감사 들어갈게
지난 22일, 하이브는 어도어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어도어 경영진은 하이브 본사로부터 불법적인 독립을 시도한 혐의를 받습니다. 현재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가졌고, 민 대표가 18%, 기타 어도어 경영진이 2%의 지분을 보유 중입니다.
2) 혐의 내용은?
하이브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부대표와 함께 하이브의 핵심 영업비밀을 유출하고, 하이브의 지분을 팔아넘길 방안을 논의했다고 의심합니다. 감사 결과, 이들은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 80%를 자신들과 손을 잡은 사모펀드나 글로벌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만드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방안이 무산되면 뉴진스를 데리고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차리는 대안도 준비 중이었다고 합니다.
사모펀드란 비공개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 채권, 기업,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 위험도 큽니다. 반대 개념은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으는 공모펀드입니다.
국부펀드는 정부가 외환보유고와 같은 자산을 가지고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이때 정부는 정부 자산을 소유하고 이를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투자기관으로 기능합니다.
3) 하이브의 계획
감사에 돌입한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의 전산 자산을 확보하는 한편, 민 대표의 사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후 확보한 전산 자산, 대면 진술 등을 분석한 뒤 필요시 이를 토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입니다.
2. 어도어, 뉴진스 카피 의혹으로 맞대응
1) 그런 적 없어
민 대표는 하이브가 제기한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민 대표의 측근 역시 경영권 탈취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은 자신의 개인적인 글이었다며 구성원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2) 뉴진스 따라 했잖아
민 대표는 오히려 하이브의 뉴진스 카피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이 신인 걸그룹 아일릿을 데뷔시켰는데 5인조 구성, 콘셉트, 스타일링, 안무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뉴진스를 베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일릿 데뷔 당시, 대중들 사이에서도 아일릿이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민 대표는 여기에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직접 관여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3) 언론 몰이일 뿐
민 대표는 뉴진스 카피 의혹에 대해 하이브에 문제를 제기하자, 갑작스레 자신의 해임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이브가 뉴진스 카피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을 음해한다는 주장입니다. 민 대표는 표절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습니다.
4) 하이브의 재반박
반면, 하이브는 뉴진스 카피 의혹과 경영권 탈취 혐의는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지적합니다. 박지원 하이브 CEO가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 따르면, 아일릿 데뷔 시점과 무관하게 회사 탈취 시도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3. 하이브, 앞으로 어떻게 될까?
1) 균열의 신호?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하이브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걱정합니다. 하이브의 성공 기반이었던 멀티 레이블 체제에 균열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민 대표 사임으로 다음 달 컴백을 앞둔 뉴진스의 활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2) 주가도 하락
주식 시장에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분위기입니다.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이 제기된 22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일 대비 7.8% 하락한 20만 5천 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이날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7,497억 원이나 증발했는데요. 23일에도 주가가 1.18%가량 소폭 하락했습니다.
3) 하이브, 끄떡없다?
반면 증권업계는 이번 갈등이 실적에 미칠 타격은 미미하리라 내다봤습니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이상 하이브의 지식재산권인 뉴진스를 민 대표가 쉽게 빼앗을 수 없을 거란 지적입니다. 또, 작년 기준 하이브의 매출 가운데 어도어의 비중이 5%에 불과한 만큼 하이브의 펀더멘탈은 여전히 견고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4) 차가운 대중들?
한편, 민 대표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입장문에 대중은 차갑게 반응했습니다. 민 대표는 아일릿이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며 뉴진스의 이미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인 아이돌을 그대로 언급하고 이들을 깎아내리는 것이 악의적이고 무례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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