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난 2022년부터 가끔 소식을 전해 드렸던 ‘국민연금 개혁’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전문가들을 모아서 오랫동안 논의하고 시민 대표단의 의견까지 모았지만, 아직 제도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어제(29일) 대통령이 나서서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어요. 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고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이에요.
1. 국민연금 개혁, 뭐였더라?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국민으로부터 돈을 걷어서 잘 관리하는 제도예요. 이렇게 마련된 기금을 다양한 곳에 투자하고, 돈을 불려서 노후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거죠.
하지만 경제 활동을 하며 국민연금에 돈을 낼 청년은 감소하고, 연금을 받는 노령 인구는 늘어나면서 문제가 발생했어요. 출생아 감소와 고령화가 워낙 빠른 속도로 이뤄지다 보니,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를 점점 앞당긴 거예요. 2055년이면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돼요. 그래서 정부는 ‘2093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꾼다’는 목표를 정해 개혁안 마련을 추진한 거고요.
2.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데?
지금까지 전문가들에 의해 논의된 개혁은 크게 네 가지 요인을 조정하는 방안들이었어요. 현재 월 소득의 9%인 보험료율 인상하기(돈 더 내기), 의무 납부 연령 상향(더 오래 내기), 기금 수익률 제고(돈을 더 잘 굴려서 불리기) 정도가 중요한 요인이었죠. 여기에 내는 돈을 늘리는 김에 ¹소득대체율도 현행 40%보다 높일지를 추가로 논의해 왔어요.
¹소득 대체율 : 40년간 연금 보험료를 낸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젊었을 때 벌던 평균 소득의 약 40%를 만 65세부터 살아 있는 동안 매달 받을 수 있음. 이 비율을 소득대체율이라고 부르며, 보험료를 낸 기간이 40년보다 짧으면 낮아짐.
기금 수익률 제고는 국민연금이 국민 돈으로 투자를 더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인데,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 같은 건 없으니까 사실상 보험료율과 납부 연령 상향이 중요했어요. 결국 지금보다 ‘돈을 더 내고, 오래 내기’를 한참 동안 논의한 셈이에요. 워낙 예민한 사항이니까요.
최근까지는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고, 기존에 59세까지만 내던 연금 보험료를 64세까지 내도록 하면서 소득대체율은 43~45%로 살짝 올리는 방안이 유력했어요. 물론 이 정도 개편은 기금 고갈 시기를 6~7년 정도 늦출 뿐이라고 해요. 거창하게 시작했던 연금 개혁이 ‘용두사미’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이유예요.
3. 이번 발표는 뭐가 다른 거야?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추가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앞서 언급한 보험료율이나 납부 연령 조정으로도 부족하니 다른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는 거죠.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고자 하는 수단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1) 재정 자동안정화 장치
인구구조와 각종 경제 지표,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 등을 고려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제도예요.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아예 자동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방식인데, 스웨덴·독일·핀란드·일본 등 일부 선진국이 도입한 시스템이라고 해요.
2)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나이를 고려해 보험료율 상승 폭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4% 포인트 올린다면, 20대와 30대는 0.5%씩 8년 동안 천천히 인상하고, 40대 이상은 1% 포인트씩 4년에 걸쳐 올리겠다는 거죠. 모든 가입자에게 일괄 적용되는 개혁은 청년층에 불리하기 때문이에요. 보험료율을 올리면, 젊은 사람일수록 더 많은 보험료율 더 오래 내야 하잖아요. 반면 장년층은 짧은 기간만 높은 보험료율을 감당하게 되고요.
3) 출산 여성·군 복무자 혜택 강화
현재 둘째 자녀를 출산한 여성에겐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12개월 더해주고 있어요.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부턴 18개월씩 가입 기간이 늘어나요. 그만큼 나중에 더 많은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거죠. 이 혜택을 첫째 아이 출산 때부터 적용해 주는 방안이에요.
군복무 혜택도 늘리기로 했어요. 현재 군복무 기간 중 6개월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는데, 개편을 통해 복무 기간 전체를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줄 계획이래요. 출산·군복무 혜택 강화는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와 마찬가지로, 연금 제도 개편에 대한 반감이 큰 청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로 해석돼요. 개편이란 게 결국 이전 세대보다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는 조치니까요.
4. 논란의 개혁안, 도입될까?
정부는 보험료율 13% 인상과 함께 위와 같은 조치를 하면,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점을 30년 늦출 수 있다고 예상해요. 하지만 정부 개편안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어요. 확실히 기금 고갈 시기는 늦추겠지만, 여러모로 무리한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예요. 결국 국회를 통해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실제로 도입될지도 아직 알 수 없고요.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의 경우 받는 돈을 줄이는 ‘소득 대체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요. 소득대체율을 현재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적당히 보험료율을 올리려고 그렇게 오래 고민해 왔는데, 자동으로 이걸 조정하게 놔두면 결국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더 내고 덜 받게’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예요.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취지를 흐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예요.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은 중장년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예요. 세대를 어떻게 구별할지도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 어렵고, 각 개인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나이만 고려해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도 비판받을 소지가 있어요. 세대별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40·50대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20·30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더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 게 꼭 정당하다고 볼 수만은 없으니까요.
또한 정부안처럼 최종 보험료율을 정해두고 인상 속도만 차등 적용하면, 결국 나중에는 성인이 되자마자 이미 다 오르고 난 뒤의 보험료율을 적용받는 미래 세대가 생길 수밖에 없어 세대 간 형평성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는 지적 또한 존재해요. 이번 정부만 따져도 벌써 2년 넘게 논의 중인 연금개혁안, 정말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정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대안이 과연 국민의 충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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