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아워홈 오너일가의 장녀인 구미현 씨가 여동생인 구지은 전 부회장을 해임하고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전업주부였던 구미현 씨가 경영에 나선 건 처음인데요.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경영권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며 아워홈 임직원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1. 아워홈 남매 전쟁의 내막
1) 네 남매가 지분 98% 보유
LG계열 기업으로 꼽히는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의 식품서비스 부문이 독립하면서 설립됐습니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은 현재 오너일가 네 남매가 지분 98%를 보유한 가족회사인데요.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세 딸인 구미현 신임 회장,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 구지은 전 부회장이 각각 19.28%, 19.60%, 20.67%의 비율로 지분을 소유 중입니다.
2) 자매끼리 손잡고 오빠 해임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간의 갈등은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격화했습니다. 사건 직후 정기주주총회에서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세 자매는 주주 간 의결권 통합협약을 맺고 과반 이상의 지분을 이용해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을 해임했습니다. 이후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21년 6월부터 아워홈 대표이사를 맡았죠.
주주 간 의결권 통합협약이란 의결권은 주주가 주주총회의 회사의 문제에 관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주는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는데요. 주주 간 의결권 통합 계약은 계약을 맺은 주주끼리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통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3) 장녀의 배신
그러나 지난달 31일 열린 아워홈 임시주주총회에서 장녀인 구미현 씨가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잡고 구지은 전 부회장을 해임했습니다. 이후 이사회 의결을 통해 구미현 씨가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그의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도 부회장에 올랐는데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 씨도 사내이사로 선임돼 총 3명의 사내이사진이 구성됐습니다.
4) 무배당 방침에 반발
구미현 신임 회장이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잡은 건 구지은 전 부회장의 무배당 방침 때문인데요. 2022년 구지은 전 부회장은 주주들의 보유 지분에 대한 배당을 안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급식 사업의 적자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었는데요. 이로 인해 네 남매 모두 배당을 받지 못하게 됐고, 이에 반발한 구미현 신임 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을 잡고 구지은 전 부회장을 해임했다는 후문입니다.
2. 취임하자마자 경영권 매각?
1) 경영권 매각해 남매 전쟁 끝내겠다
구미현 신임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경영권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내기 위해선 가족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인데요. 본인과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유능한 전문기업에 이양하겠다고 밝혔죠.
2) 주주 간 계약이 걸림돌
그러나 구본성 전 부회장을 해임할 때 세 자매가 체결한 주주 간 의결권 통합협약으로 인해 당장의 경영권 매각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해당 협약은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세 자매가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며, 협약을 어길 시 의결권 행사 건당 300억 원씩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죠. 이미 구미현 신임 회장은 두 차례나 의결권을 단독 행사했고, 업계에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 등이 정식 소송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봅니다.
3) 기업 상장도 준비
한편 지난 21일 아워홈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IB 업계에서는 구미현 회장 측이 경영권 매각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IPO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는데요. 아워홈은 올해 안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오는 2026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란 기업이 주식시장에 공식적으로 상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스피나 코스닥 등 주식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인데요.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서는 경영 방식, 회계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하고, 주식을 공개된 시장에 내놓아야 하기에 기업공개라고 불립니다.
3. 사업 위축 우려하는 목소리도
1) 범LG 그룹 메리트 상실
아워홈이 구 회장의 계획대로 가족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경우 범LG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구 회장이 사모펀드 운용사와 매각 논의 중인 지분은 총 57.84%로 알려졌는데요. 거래가 성사될 경우 현재 아워홈이 담당하는 LG 계열사의 급식 물량 수주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2) 실적 성장세 위축 우려
또 구지은 전 부회장이 추진하던 글로벌 사업과 미래 먹거리 사업이 위축되면서 아워홈의 실적 성장세도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작년 아워홈의 매출액은 1조 9,8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43억 원으로 76%나 증가했는데요. 구지은 전 부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과 함께 202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록한 적자를 1년 만에 극복한 데 이어 작년에는 최대 실적까지 달성했다며 갑작스레 퇴임하게 된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전했죠.
3) 정말 회사를 위한 결정인가?
한국노총의 아워홈 노동조합은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경영에 참여해 본 적 없는 이들이 회사를 점령하고 있다며 구미현 신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특히 전업주부였던 구 신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한 관계자는 이번 일로 임직원이 사기를 잃었다며 정말 회사를 위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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