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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U 선거를 승리로 이끈 르펜의 과거 (feat. 주류를 노리는 극우)

by 트렌디한 경제 상식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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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선거를 승리로 이끈 르펜의 과거 (feat. 주류를 노리는 극우)
EU 선거를 승리로 이끈 르펜의 과거 (feat. 주류를 노리는 극우)

 

1976년 어느 날 밤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 가족들과 함께 곤히 자고 있던 8살 소녀는 엄청난 굉음을 듣습니다. 괴한들이 소녀의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집에 폭탄 테러를 한 것입니다. 소녀의 아버지는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전선(국민연합의 전신)’을 창립한 장 마리 르펜. 소녀의 가족들 중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날 이후 소녀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뀝니다. 30년 여가 지나 아버지에 이어 국민연합을 이끌게 된 마린 르펜의 이야기입니다. 이번주 ‘지식人 지식 in’ 코너에서는 르펜 의원에 대해 알아봅니다.

 

1. '극우’ 이미지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까지 축출

폭탄테러 사건 이후 르펜의 가족은 파리를 벗어나 거처를 옮깁니다. 르펜 가족에 대한 책을 저술한 올리비에 보몽을 NPR이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2층 집이었던 그곳은 가족들의 보금자리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가 정당활동을 펼친 당 사무소가 됩니다. 그녀의 가족은 2층에서 생활했고 1층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 당원들이 찾아와 당정을 논의했습니다. 자연스레 르펜의 삶에는 정치가 녹아들었습니다.

 

그녀의 가정사는 불안했습니다. 부모님은 르펜과 자매들을 유모와 남겨두고 몇 주씩 집을 비우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르펜이 15세가 되던 해 그녀의 어머니는 다른 남성을 만나 하루아침에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이후 얼마간 르펜은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극우 정치성향을 지닌 아버지의 악명 때문에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조차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친구의 부모들이 그녀의 성이 ‘르펜’이란 것을 알고 난 뒤에는 그녀를 집으로 초대하지 말라 했다고 합니다.

 

르펜에 대한 책을 저술한 세실 알뒤 작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녀로 하여금 더욱더 가족과 당에 더 가까워지도록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성인이 된 뒤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르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직접적으로 극민전선에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2011년에는 아버지로부터 당 대표직을 물려받습니다. 이후 그녀는 아버지가 쌓아 놓은 당의 극단에 치우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집중합니다. 경제적적 소외 집단이나 젊은 층, 여성 유권자들을 지지자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중이 특정 당에 대해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는 극단주의자’로 인식하면 정치적 주류가 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아버지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집니다. 2015년 4월 아버지 장 마리 르펜 당시 국민연합 명예대표는 “(나치의) 가스실은 2차 세계대전 역사의 일부”라며 백인 우월주의적인 사상을 옹호하고 유대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거듭했고, 이를 결정적인 계기로 마린 르펜 당시 대표는 아버지를 국민연합에서 축출시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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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부터 이민 금지, 유럽연합(EU) 탈퇴, 사형제 부활 등 공약을 내세운 국민연합은 지금까지 꾸준히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왔습니다.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부터 프랑스에 할당된 의석 중 1위에 오르며 세상을 놀라게 했고, 르펜은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까지 진출합니다. 결선 투표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이 66:33이란 큰 표 차이로 최종 당선되기는 했지만요.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22년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다시 결선 투표에 오른 르펜은 지지율을 41%까지로 끌어올립니다. 이제는 아무도 국민연합 지도자의 대통령 당선을 ‘허무맹랑한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게 됐지요.

 

르펜과 국민연합의 정치적 성장은 정략과 주변 환경 모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르펜은 2년 전 선거에서 프랑스 국민들의 수요를 잘 파악해 주요 공략들을 확장성 있는 방향으로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예컨대 프랑스 국민들이 민생 문제를 환경이나 정체성, 안보 문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여론이 감지되자, 이민자 혐오나 안보 문제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민생 공약들을 다수 내놓았습니다. 에너지 부문 부가가치세율을 인하하거나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상속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등의 공약이 대표적입니다. EU를 탈퇴하겠다는 국민연합의 오랜 주장도 ‘톤 다운’했습니다. 유럽 국가들 사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솅겐 협정’을 자국에 보다 유리하게 재협상하겠다고 한 겁니다. 이 같은 국민연합의 접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안보 우려 등 지경학적 변화와도 맞아떨어져 더 큰 국민적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2. 전 세계 깜짝 놀라게 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로-달러 가치 일주일새 1.8% ‘뚝’

최근 르펜의 국민연합이 가장 큰 파란을 일으킨 것은 지난 6일~9일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였습니다. 선거 결과 국민연합이 소속된 극우 정당들의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가 직전 선거가 있었던 2019년보다 9석 많은 58석을 확보한 것입니다. 프랑스 내로 시야를 좁혀보면 국민연합의 승리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국민연합의 지지율은 30%대로, 집권 여당 르네상스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 여파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 프랑스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집권당에 승리하는 등 유럽 전반적으로 우파의 목소리가 커진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7일 달러당 1.0888유로였던 환율은 지난 14일 1.0693달러로까지 1.8%나 떨어졌습니다. 물론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이 지배적이지만, 극우 세력의 입김이 커진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는 유럽의회 선거 직후 “유럽의회 선거 이후 프랑스 조기 총선 실시 결정 등으로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유로지역 금리는 상승했고 주가는 하락하였으며 환율은 미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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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强달러 지속과 ‘친환경 드라이브’ 약화 가능성
르펜의 국민연합을 위시한 프랑스, 나아가 유럽 전체의 극우 정당 득세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선 유로화의 약세는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달러 인덱스’는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데요. 여기서 가장 큰 비중(57.6%)을 차지하는 것이 유로화입니다. 달러 가치가 높으면 국내 물가가 안정을 찾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지요.

 

극우 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영향력이 줄어든 진영은 녹색당으로 대표되는 진보 성향 정당들이었습니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71석을 확보했던 ‘녹색당-유럽자유동맹’의 의석수는 이번 선거에서 20석이나 적은 51석에 그쳤습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친환경 정책이 동력을 다소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완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다수당을 사수한 EPP(중도우파 ‘유럽국민당’)는 내연기관차 2035년 판매금지를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EU의회 내의 녹색당 등 친환경 정책을 중시하는 좌파의 영향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대한 일부 후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2차 전지 제조사와 소재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소식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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